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마다 이즈음이면 하는 인사로 네게 말을 걸어 본다. 어느새 코로나 속에 두 번째 해를 보내는구나. 진심으로 받고 싶은 새해 복은 코로나 없고 마스크 없는 삶 아닐까? 연말에 태어난 너는 새해 축복 인사에 또 하나의 특별한 인사를 더 받으며 자랐지? 그래, 너는 12월 31일에 태어난 겨울 아이였으니까.
정은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정은아~ 생일 축하해!
12월 31일에 태어난 겨울 아이야!
요 며칠 기록적으로 기온이 낮고 추웠어. 강원도와 전라도엔 눈도 무지 많이 내려 쌓였다는구나. 이건 바로 정은이 생일이 다가오니까 그런 거지? 너는 겨울을 좋아하고 더운 것 보단 추운 걸 더 좋아하고 추위에 강한 사람이니까. 활발하고 씩씩하게 추위를 즐기는 너잖아. 어지간해선 감기도 안 걸리는 진짜 겨울 왕국의 사람 정은이였지.
겨울을 좋아하는 정은아!
이 겨울에 너를 생각하며 어찌 <겨울 왕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겠니. 서로 어울리지? <겨울 왕국>이 네게 특별한 추억의 영화라 더 그런가 봐. 네가 고2 때 엄마랑 같이 이 영화 본 날 생각나지? 그날은 아침잠 깨우는 엄마랑 실랑이하고 네가 눈물까지 보이며 기분이 안 좋게 등교했더랬지. 놀랍게도 그날 저녁에 엄마랑 너는 만사 제치고 대학로로 진출하더구나. 모녀는 과연 단짝 친구더라. 같이 <겨울 왕국>을 보고 매콤한 콩나물 불고기도 먹고, 생과일주스를 들고 공원도 거닐었지. 너의 학교생활이며 동아리 고민도 깊이 나누며 말이야.
정은아!
네가 떠난 후 <겨울 왕국 2>가 2019년에 나온 거 알지? 너는 틀림없이 엄마랑 같이 또 영화관에 갔겠지? 추운 겨울을 즐기며 대학로를 쏘다니는 모녀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방송 PD를 꿈꾸는 대학생이 되어, 모녀 영화 데이트를 계획하고 즐겼을 게 틀림없어. 엘사와 안나의 선택에 감정이입하며 눈물로 감동했을 거야. 음악도 참 좋잖아. 졸업 후 너는 틀림없이 엘사처럼 자기가 가진 능력을 알고 잘 발휘하는 방송 PD가 되어 사람들을 이어주고 있을 테지.
정은아! 그래, 나는 <겨울 왕국 2>를 너를 생각하며 다시 봤단다. 2019년 개봉 당시 나도 너처럼 모녀 데이트로 영화관에서 봤더랬어. 2년 만에 다시 볼 땐 너와의 영화 데이트로 봤어. 너도 엘사의 고민 이해되지? 안나의 갈등도 공감되고 말고. 너처럼 사랑스런 친구인 우리 딸과 다시 이야기 나눴단다. 삶을 도전하고 받아들이는 용기의 사람들이 아름답구나. 모든 것을 얼려 버리는 신비로운 힘이 자신에게 있는데, 그걸 두려워하던 엘사가, 변해가더구나.
2편에선 엘사와 안나가 자아 찾는 여성의 고민을 잘 보여줬지? 엘사는 노덜드라 족의 정령이었대! 정령은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존재래. 다리는 양쪽 연결점이 필요하잖아. 엘사와 안나가 그 양쪽인 셈인데, 엘사는 노덜드라에 남아 자연의 뜻을 따르는 정령, 안나는 아렌델로 돌아가 인간의 뜻을 펼치는 왕이 돼. 엘사도 안나도 두려움을 이겨야만 했지. 엘사가 자기 길을 받아들이는 노래 "Show Yourself" 조금만 들어 볼래?
난 항상 나를 숨겨왔어
차가운 비밀들을 마음속 깊이 품고서
너도 비밀이 있잖아
하지만 숨기려 하지 않아도 돼
너를 보여줘
죽을 만큼 보고 싶었어
너를 보여줘
이제 네 차례야
사랑스런 정은아!
너는 너를 한마디로 이렇게 소개했지. "밝고 꽃 같은 사람." 그만큼 너는 성격이 밝고 활달하고 잘 웃는 아이였어. 중3 겨울방학 1월에 교회 친구들끼리 너희들만의 졸업식을 했잖아. 겨울 아이답게 그 추운 날 시화방조제에 가서 뺨이 다 얼어가면서 한 약속식이었다지? "나중에 학교는 서로 갈리더라도 각기 자기 분야에서 으뜸이 되어 같이 일하고 같이 여행 가고 같이 사역하자!"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친구들이 함께한 약속이더구나.
네 친구들과의 약속처럼 나도 12월엔 약속을 새롭게 했단다. 별이 된 너희를 기억하겠다는 약속 말이야. 진상 규명도 이룬 것 없이 너희의 7주기를 보낼 땐 정말 힘들었단다. 그리고 어느새 해가 또 바뀐다니 더욱 그랬어. 그래도 우리는 한 달 한 번 하는 예배와 성탄 예배를 함께 했어. 간절한 마음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었지. 그리고 세종문화회관 S 시어터에서 416합창단 기획공연도 있었단다. 잊지 않을게, 목이 메며 약속의 노래를 불렀단다.
사랑스런 정은아!
너는 엄마 아빠 양가 모두에게 첫 손주였구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얼마나 이뻐하셨겠니. 네가 행차하는 날엔 어르신들이 집 앞에 도열해서 기다리실 정도더구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너는 다섯 살 아래 동생을 전혀 시샘하지 않고 엄마처럼 사랑했어. 치과에선 전혀 겁을 난 내고 덤덤하더라? 학원 발표회 때 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대에 올라 역할을 잘 하더구나. 정작 부모님이 걱정을 하시고 말이야. 초등학교 졸업 전 이미 태권도 3품이라선가?
"아빠한테 섭섭한 느낌 남았어?"
"그런 거 전혀 없어요. 전 괜찮아요!"
수학여행 떠나며 아빠와 네가 주고받은 마지막 문자 메시지에 내 눈이 한참 머무는구나. 여행 떠나기 전 날 엄마 아빠와 작은 갈등이 있었고 잘 풀지 못한 채 당일 아침 정신없이 집을 떠났지. 출항이 지연되면서야 아빠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잖아. 아빠 맘이 어땠을지.... 그리고 네가 그토록 갖고 싶던 아디다스 운동화와 노스페이스 가방도 잊지 못하겠어. 수학여행 가기 전에 외할머니가 주신 돈으로 특별 주문하고 떠났잖아. 아....
겨울 아이 정은아!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세상에 와 줘서 고마워. 너를 알고 너를 부를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워. 너로 인해 이 세상이 얼마나 밝고 행복했는지 알지? 네가 엄마 아빠와 정원이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지? 너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너는 영원히 빛나는 별이야. 너를 그리는 엄마의 고백을 옮겨 적으며 마무리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