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합창단 인천 공연을 앞둔 아침에
오늘은 2022년 4월 13일 수요일, 오후에 416합창단 인천 공연이 있는 날이다.
천 금 같은 아침 짬의 여유를 즐기며 비 오는 창가에 앉아 있다. 바깥에 4월의 파릇파릇한 가로수 아래 우산 쓴 사람들이 지나간다. 빗줄기가 가늘어 길 나설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4월의 새 순이 쑥쑥 자랄 걸 생각하니 기쁘다. 어제 본 만개한 안산 천변의 벚꽃은 봄비에 서둘러 지지 않으면 좋겠다.
이제 잠시 후면 나는 이른 점심을 한 술 먹고 전철로 인천에 간다. 합창단은 2시 반에 모여 준비하고 3시부터 리허설을 할 것이다. 오늘 있을 공연은 두 건. 하나는 인천시 교육청에서, 그 담은 인천시청 애뜰광장에서다. 4시에 '인천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에서 일곱 곡을 부르고, 저녁 7시 30분엔 '인천일반인 희생자 대책위 8주기 추모제'에서 다섯 곡을 노래할 것이다. 노란 '그리움별' 티셔츠를 입고서.
작년 4월 이맘때와 올 4월을 비교하게 된다. 작년 이즈음의 내 가슴은 '세월호 참사 7주기'라는 무거움에 짓눌려 있었던 것 같다. 7년이면 세월호 관련 범죄 공소시효가 대부분 끝나는 시간이었다. 그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별이 된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슬픔과 무력감과 분노를 내가 어찌 감히 안다고 말하랴만, 작년 4월은 하루하루가 힘든 달이었다.
올해는 내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음을 느낀다. 공연도 훨씬 즐길 수 있게 됐다. 한계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말고 대안이 없어서겠지. 최선을 하되, 다시 또 신발 끈을 조이고 한 걸음씩 내딛는 것 말고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감히, 유가족 부모님들도 견디고 사는데, 자식 잃은 엄마 아빠도 노래하며 견디는데, 내가 뭘 못 견딘단 말이냐. 작년의 내 심정이 이런 나를 보면 섭섭해하려나?
살아서 살아서 끝내 살아서....
오늘 부를 노래 중 인간의 노래가 내 마음에 흘러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대목, 부를수록 좋은 대목, 살아서 살아서 끝내 살아서. 살아내야 뭘 하든 말든, 또 싸우든, 동지의 손이라도 잡아줄 것 아닌가. 살기 힘든 이 세상에서 살아내는 것 말고 더 큰일이 있던가. 살아서 끝내 살아서, 자유의 노래를, 평화의 노래를 부를 것 아닌가. 비 오는 봄날 인천 시청 애뜰광장은 어찌 생겼을까? 인천의 민주시민 분위기는 어떨까? 궁금하다. 어떤 청중이 노래를 들을까?
일반인 희생자 추모제에 함께 수 있으매 감사한다.
노래로 함께 손잡을 수 있어 감사한다.
인간의 노래
야마노키 다케시 작사 작곡/요시다 게이코 편곡
깊은 상처 안고 사는 지친 어깨에
작은 눈길 건네는 친구가 있는가
고통 속에 누워 서러웁게 식어가는
차가운 손 잡아줄 동지는 있는가
희망의 날개 아래 어둔 슬픔 가두고
잊혀진 우리들의 기쁨을 노래하리
나는 부르리 희망의 노래를
함께 부르자 인간의 노래
(중략)
살아서 살아서 끝내 살아서
살아서 살아서 끝끝내 살아내어
나는 부르리 자유의 노래를
함께 부르자 인간의 노래
살아서 살아서 끝내 살아서
살아서 살아서 끝끝내 살아내서
나는 부르리 인생의 노래를
함께 부르자 인간의 노래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