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시작하고 노래로 끝내는 사람 다운아!
가수가 되고 싶었던 싱어송라이터 다운아!
우리 같이 노래 부르자꾸나! 나는 지금 네가 작곡한 노래 <사랑하는 그대여>를 들으며 부르며 네게 편지를 쓰고 있단다. 들으면 들을수록 나는 네 노래한테 위로를 받아. "사랑하는 그대 오늘 하루도 참 고생했어요." 이 첫 대목이 난 가장 맘에 들어. 고달픈 삶에 지친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곡이야. 네게도 고생했다는 위로를 보내 보는구나.
사랑하는 그대여
사랑하는 그대 오늘 하루도 참 고생했어요
많이 힘든 그대 힘이 든 그댈 안아주고 싶어요
지금쯤 그대는 좋은 꿈 꾸고 있겠죠
나는 잠도 없이 그대 생각만 하죠
그대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싶지만
항상 마음만은 그대 곁에 있어요
내가 만든 이 노래 그댈 위해 불러 봐요
힘이 든 그대를 생각하면서
내가 만든 내 노래 들어 봐요
오늘도 수고했어요
사랑하는 그대여
내가 만든 이 노래 그댈 위해 불러 봐요
힘이 든 그대를 생각하면서
내가 만든 내 노래 들어 봐요
오늘도 수고했어요
사랑하는 그대여
사랑하는 그대여
다운아! 수학여행 가서 친구들에게 불러주려던 이 노래가 너의 유작이 돼 버렸구나. 친구들이 틀림없이 "뿅 갔을" 텐데 말이야. 네가 쓴 노래의 느낌을 네가 좋아하는 그룹 포맨의 보컬 신용재 씨가 부른 거 알지? 너희가 길고 긴 수학여행을 떠난 그해 말 네가 쓴 곡조도, 친구 현철이가(다운이와 함께?) 쓴 노랫말도, 최성일 작곡가의 손을 거쳐 아름다운 음악으로 나왔어. 가수 신용재의 애절한 목소리가 너의 음악을 더욱 빛내주었단다.
네 노래를 녹음한 후의 신용재 씨가 말하더구나."녹음을 하면서 다운 군의 진심이 담긴 노래라는 걸 느낄 수 있어 가슴이 아팠다. 이 노래가 다운 군의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고, 그 누구보다 다운 군이 하늘에서 이 노래를 듣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어떠니 다운아? 이 노래가 드라마 OST로, 이모저모로 참 많이 쓰이고 사람들에게 불린 것 알고 있지? 싱어송라이터 다운아! 멋진 목소리로 더 불러보자꾸나.
너의 유작이 된 <사랑하는 그대여>는 네 친구 박진수에게도 들려줬어.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나기 직전 4월 14일에 진수가 뇌종양 수술을 받았잖아. 너와 친구들은 수학여행 떠나기 전 담임 이해봉 선생님과 함께 진수의 병실 찾아 위로했지. 제주도 갔다 와서 다시 들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라며, 노래방 가서 네 노래 들려주기로 약속했지. 진수한테 너는 자신있게 말했지. "그 노래에 완전 뿅 갈 거다." 너는 그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했고, 진수는 2015년 6월 16일 세상을 떠나 너희들 곁으로 갔구나. 아! 다운아! 진수야! 현철아!
너는 노래로 시작하고 노래로 끝내는 사람이었구나!
아침에 일어나면 흥얼거리며 노래를 불렀지.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노래가 있으니 어떤 슬픔도 어떤 시련도 너를 주저앉히거나 주눅 들게 할 수 없었어. 잠자리에 들기 전에 너는 짧은 기타 반주로 하루를 마무리했어. 너는 집안의 에너지 발전소였지. 너는 자기 마음을 참 자연스럽게 표현할 줄 알더구나. 할머니에게 볼을 비비며 인사하고 아빠를 등 뒤에서 허그하는 모습 너무 이뻤어. 네가 아빠와 팔짱 끼고 미용실 가서 염색할 때 아빠는 얼마나 좋았을까.
너와 아빠는 완전 친구더구나. 아빠가 담배를 피우며 너랑 걸어가다 동네 어른들한테 뒤통수 맞은 일 기억나?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담배 피우면 뼈 삭아 이놈아." 그 어이없는 상황을 너는 이렇게 받아넘겼지.
"아버님, 저는 학생이지만 형은 성인이거든요. 형이 힘들어서 담배 한 개비 피우는데 그것도 못 하게 하시면 우리 형 자살해요."
너는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법을 일찍이 터득했더구나. 네겐 웃고 화해하고 사귀고 사랑하는 힘이 있었지.
너는 중학교 때 엄마가 가족을 떠나는 상실의 아픔을 겪었구나. 그때부터 자기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지 동생을 더욱 챙기는 오빠가 됐어. 너는 어려울 때도 슬플 때도 노래를 불렀어.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을 위로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 했구나. 아빠와 할머니에게 신나는 노래를, 동생을 응원하고 친구들을 위로하는 노래를 너는 부르고 싶었지. 수학여행에 비장의 자작곡을 준비해서 떠난 너. 남의 노래를 연주하는 단계에서 너는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던 게로구나.
수학여행 준비도 너는 모든 걸 스스로 했구나. 가방을 장만하고 옷을 챙겼고 아빠와 함께 새 신발을 골랐지. 출발 열흘 전 주민센터에 가서 주민등록증울 받고 너는 감격했지. 홀로 남을 동생을 다독이고 맛있는 거 사 온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지. 주민등록증을 가진 성인으로서 너는 혼자 다짐했구나.
'이제 나 혼자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이다. 제주도 가서 새로 만든 노래로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해줄 거야.'
싱어송라이터 다운아!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을 그 노래 <사랑하는 그대여>가 올해 안산에서 합창으로 울려 퍼진 거 알지? 지난 4월 15일(금) 저녁 안산 문화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문화제에서였어. 전체 행사 3시간 중 2시간 20분쯤에 안산의 밤하늘에 "사랑하는 그대 오늘 하루도 참 고생했어요~~" 울려 퍼졌단다.
주크박스 합창뮤지컬 '다시, 빛'은 합창 10곡과 배우들의 대사와 노래가 6장으로 어우러진 뮤지컬이었어. 시민합창단과 뮤지컬 배우들이 무대 전면에 서고, 무대 양쪽 계단엔 일반 시민합창단이 가득 채워 섰단다. 416합창단과 평화나무합창단, 그리고 미리 신청하고 연습해서 함께한 300여 명의 시민합창단이었어. 노래는 <바람아 불어라>로 시작해서 <노래만큼 좋은 세상>으로 마쳤어. 함께한 시민들이 끝까지 꼼짝하지 않고 자리를 지켜주었단다.
코로나 때문에 두 개 합창단이 함께 해도 숫자는 많지 않았어. 뮤지컬의 첫 대사가 우리의 마음을 모두 하나로 이어주며 그날을 기억하게 했단다. 들어보련?
"2014년 4월 16일, 기억하시나요? 하루 종일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무작정 단원고등학교로 달려갔습니다. 어둠이 내린 시각, 사람들 몇몇이 모여 있었습니다. 촛불, 첫째 날입니다." 이어서 배우들이 촛불을 들고 허밍하며 노래를 불렀어.
"비가 오면 비에 젖고 해가 뜨면 눈을 감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네." 이렇게 노래와 대사가 계속 이어졌어.
"사고 둘째 날은 첫째 날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단원고등학교에 모였습니다. 4월의 봄바람이 그렇게 시릴 줄을 누가 알았을까요? 단원고에서의 수요일, 목요일, 그리고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어야 할 금요일이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꽃이 피면 눈물 흘리고 밤이 오면 잠을 못 자며 그렇게 세월을 보냈네."
"일순간 맞닥뜨린 거대한 재난 앞에 어느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위로의 노래조차 부를 수 없던 때에도 가슴속으로 간절히 외쳤던 한 마디."
"무사히 돌아오렴. 최악의 상황은 상상하지도 않을게. 무사히, 돌아오렴."
"말이 말이 되지 않고 맘이 맘이 아닌 그런 날 노래가 노래가 되지 않고 내가 내가 아닌 시간"
싱어송라이터 다운아!
노래로 말하고 노래로 삶을 살아낸 다운아!
노래가 노래가 되지 않는 시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떤 상황에서도 노래하던 너를 생각하게 되더구나. 사람이 노래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놀라운지 다운아! 살다 보니 노래가 노래가 되지 않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다운아. 답답하고 절망스러운 지난 8년, 그래도 노래하며 살아낸 사람들이 바로 416합창단이더구나. 나는 이제 3년 차 단원이지만, 합창단에서 노래하며 4월을 살아내는 법을 배우고 있어.
4월 한 달 416합창단은 10번의 공연을 했어. 안산에서 하는 8주기 문화제와 기억식 말고도 열심히 다니며 노래를 불렀다는 이야기야. 서울 나루아트센터에서 9일에 기획공연도 했고 전남과 인천으로 초대받아서 노래했어. 4월 27일 나주 남평중학교에서 청소년들 앞에서 노래한 게 4월의 마지막 공연이었어. 남평중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노란 팔찌를 차고 손을 흔드는데.... 눈물이 나서 노래하기 힘들 정도였어.
싱어송라이터 다운아!
가수가 되고 싶었던 다운아!
너를 생각하면 더 열심히 노래하고 싶어지는구나. 함께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 416합창단과 함께 노래하는 평화나무합창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구나. 별이 된 너희들을 어떻게 하면 오래오래 기억하고 살 수 있을까? 나는 합창단이 있다는 게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몰라.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합창단에 속해서 많이 하고 있거든. 평화나무합창단도 바로 그렇게 기억하고 행동하며 연대하는 합창단이란다.
평화나무합창단은 2007년 9월에 창단공연 및 창단식을 가졌대. 2008년 ‘평화, 함께 부르기’ 첫 정기공연을 시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시민문화제, ‘6.15 선언’ 기념행사 등은 물론 세월호·용산 참사 추모제 등에도 공연했어. 우리 416합창단이 만들어지는데 마중물 역할을 해주고 힘이 되고 손을 잡아준 사람들이야. 직장 생활하면서 두 개 합창단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있을 정도야. 손잡고 함께하며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평화나무합창단이야.
다운아!
4월이 가도 5월이 가도 너를 어찌 잊을 수 있겠니. 8주기 기억식 날 화랑공원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노란 현수막이 말하고 또 말하고 있더구나. 시민들이 416참사 온라인 기억관에 올려준 문장들을 발췌해서 만든 현수막이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억하는 일이라고 말하더구나. 평생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고, 잊지 않을 거라고 말이야.
그래, 기억하기 위해, 너처럼 열심히 노래할게.
네가 만든 노래, 우리를 위로하고 어루만지는 네 노래, 너무나 고마워.
네 목소리로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고마워. 가수 전용해 씨의 목소리로 네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고마워. 합창으로 네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고마워. 노래하며, 노래만큼 좋은 세상을 위해 노래하며 행동할게.
다운아! 네 목소리와 가수 전용재의 목소리로 함께 <사랑하는 그대여> 들어 보렴.
다운아 우리 같이 노래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