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니까 작가다, 서현섭 작가의 일기를 읽고

세월호와 함께 별이된 단원고 2학년 7반 서현섭에게

by 꿀벌 김화숙

3월에 내린 햇살을 만져보고 싶다고

힘없이 눌러쓴 그대 바람

며칠 동안 비가 내려 많이 아파하던 날

멈춰버린 4월 어느날

가지말라고 제발 눈을 뜨라고

이건 장난이라고 이럼 화낼거라고

-버즈의 노래 <일기> 중


쓰니까 작가다, 글쓰는 사람 현섭아!

반복 듣기로 <일기>를 들으며 네게 편지를 쓴다. 네 일기글을 읽고 또 읽었지. 네 글이 노래고 노래가 글이로구나. 들리니 현섭아? "멈춰버린 4월 어느날. 가지 말라고 제발 눈을 뜨라고. 이건 장난이라고 이럼 화낼거라고."


아~~ 장마철이라 그런가. 네가 부르는 노래도 네가 쓴 글도 빗물처럼 내 맘을 적셔 주는구나. 네 목소리, 네 감정, 네 생각, 네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나. 노래 <일기>를 좋아하고 일기 쓰기를 좋아하던 현섭아! 나는 글을 쓰며 너를 자꾸 이렇게 부르고 있단다. 글 쓰는 사람 서현섭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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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약전은 오직 네가 쓴 일기로만 채워져 있구나 현섭아.


초등학교 6학년인 2009년 4월에서 시작해 고2 2014년 4월에 끝나는 11쪽짜리 일기모음이지. 19개의 일기가 한 편 한 편 절창의 문학이구나. 이 귀한 글을 읽고 보니 난 어떻게 마음을 표현할 지 잘 모르겠어. 먹먹하고 찡하고 울컥하고 빙그레 미소짓게 했어 현섭아. 아~~ 널 부르며 내 맘이 말했어. 너는 작가라고. 망설임 없이 불러 본다.


서현섭 작가님!

글 쓰는 사람은 글 쓰는 사람을 알아보는 거 알지?ㅋㅋㅋㅋ


이번에 제주도 가면 아빠 선물을 사와야겠다.

선물을 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할까?

이건 너무 쑥스럽다.

아빠도 나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해준 적이 없다.

남자들끼리는 원래 그런 거 잘 안 한다.

하지만 나는 친구들한테는 잘 표현하는 편인데......

역시 아빠는 어렵다.

(중략)

핸드폰에서 버즈의 <일기>가 흘러나왔다.

가사가 좋으니 적어 봐야겠다.

-2014년 4월 고2 현섭이 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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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 때 네가 처음 교회에 간 날 쓴 글을 말하지 않을 수 없구나. 짧은 몇 문장인데 책 한 권, 아니 몇 권을 읽은 기분이야. 진솔하면서도 깊이있는 철학이고 신학이고 문학이었어.


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교회에 갔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것도, 안 믿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보다 맘에 드는 건 교회에 밴드부가 있다는 거다.

친구 말로는 교회에 다니면 밴드 활동도 하고, 기타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친구 중에는 기타를 잘 치는 아이들이 많다.

나도 그 애들처럼 되고 싶었다.

기타 때문에 교회에 다녀도 하나님은 봐줄 거다.

하나님은 원수도 사랑하시니까.

-2010년 12월 중1 현섭이 쓴 일기



"나는 하나님을 믿는 것도, 안 믿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보다 맘에 드는 건 교회에 밴드부가 있다는 거다."


이 대목 읽는데 말이야.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고 박수치고 웃고 있었어. 자꾸 빙그레 미소짓게 되는 거야. 내가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 그랬을까? 눈물이 찔끔할 정도로 네가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거야. 마지막 한 문장 좀 봐. "하나님은 원수도 사랑하시니까." 네 솔직한 고백을 듣는 내 맘도 이리 기쁜데 하나님 맘은 오죽했을까?


그래!!! 이런 걸 절창이라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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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 현섭아!

내가 좋아하는 한 문장을 네게도 꼭 들려주고 싶있어. 들어볼래?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니까 작가다."


처음 듣는 말이라구? 난 네가 틀림없이 글쓰는 사람으로 자랐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됐어.


나는 대학을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꼭 대학을 갈 필요도 모르겠다.

아빠는 대학을 가지 않을 거면 기술을 배우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은 내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일은 고등학교 가서 정할 거다.

내가 가고 싶은 학교는 정했다.

1순위로 선택한 단원고에 꼭 붙었으면 좋겠다.

이게 지금 내가 정한 진로다.

-2012년 12월 중3 현섭이 쓴 일기에서


나도 너처럼 일기쓰기를 좋아했어. 수다를 좋아하는 나지만 내 안에 있는 걸 말로 다 하긴 어렵더구나. 가슴에 가득한 이야기는 글이 될 수밖에 없었어. 내가 글 재능이 뛰어나냐, 그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어. 나를 작가라 부르는 사람이 있느냐, 그것도 다음 문제였어.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라 쓰고 싶었어. 쓰다 보니 알게 됐어.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니까 작가라는 걸 말이야.


너는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했지. 고등학교에서 넌 틀림없이 더 깊이 고민했을 거야. 이유도 모르면서 남들 따라가는 그런 삶을 너는 살지 않았을 거야. 너는 자신을 성찰하며 일기를 꾸준히 썼을 거야. 자신과 마주하는 글쓰기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갔을 테고, 네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됐을 거야. 너는 점점 글 쓰는 사람으로 자라갔을 테고, 너는 작가로 살게 됐을 거야. 쓰니까 작가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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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봐 현섭아!

가볍게, 아무렇지 않게 슬쩍 넘어가며 쓰는 네 글이 사람을 웃게 하는 매력이 있어.


아빠는 세상에서 일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

엄마도 야간 근무를 할 때가 많아서 밤늦게 들어온다.

우리 집에선 나랑 말티만 시간이 많다.

시간이 많으니 라면이나 끓여야겠다. 말티도 나눠 주고.

-2010년 5월 중1 현섭이 일기


사랑 듬뿍 받고 자란 막내 아들의 귀여운 모습도 보여. 세 누나한테 선물과 용돈을 받는 재미 좋았다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턴 넌 친구관계를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 갔지. 엄마아빠가 늘 바쁘시니 집에선 강아지 말티랑 시간을 많이 보냈구나. 샌드위치를 얼마나 잘 만들었으면 막내누나가 "식당에서 팔아도 되겠다" 했겠니. 네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고 말티는 나날이 포동포동했을 거야 그치? 나도 네가 만든 샌드위치 먹어보고 싶다 현섭아!


글쓰는 사람 현섭아!


너의 좋은 글을 읽을 수 있는 난 복받은 사람이야. 진심으로 고마워. 서현섭 작가님을 알게 되어 너무너무 기뻐. 글로 너와 소통하고 사귈 수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해. 네가 좋아하는 노래 <일기>로 편지를 마무리할게. 너를 알게 되어 너무너무 기뻐. 네 글 읽게 해줘서 고마워. 시간이 지나도 널 기억하고 사랑하는 일, 슬픈 나의 바람.....


슬픈 나의 바램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건

그댈 사랑하는 일


안된다고 잊었다고

하지 말아요

영원히 그대 곁에

MY LOVE

-버즈의 노래 <일기>


(세월호와 함께 별이된 단원고 2학년 7반 서현섭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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