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가면 다 좋아진다고 믿게 해 주세요!"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1>,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2반 양온유에게

by 꿀벌 김화숙

"자습 시간엔 조용히!"

"복도에선 뛰지 않기!"

"대학에 가면 다 좋아진다고 믿게 해 주세요!"


온유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들이지? 작년 가을에 나온 만화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1- 자존심은 질투를 허락하지 않는다>에서 가져온 카피들이야. 제목부터 팍 꽂히지 않니? 내가 아주 좋아하는, 우리 시대 최고의 만화가 수신지 작가의 작품이야. 어서 2권이 3권이 나오길 기다리며 읽게 될 거 같지?


온유를 생각하면, 부모님이 부른 '옹이'보단 '양 반장'이 먼저 떠올라. 우등생이자 모범생.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갑판까지 나왔다가 친구들을 구하려고 다시 선실로 뛰어든 후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2반 반장 양온유. 네게 쓰려 할 때마다 내 맘이 아프고 미안하고 끝없이 복잡했어. 수신지 작가의 책 덕분에 이제야 네게 쓸 용기를 얻었어.



양 반장 온유야!


나는 네게 감정이입했어. 우린 서로에게 아바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야. '반장'이란 단어가 자꾸 내게 말을 걸었어. 떼어 버리고 싶은데 안 떨어지고, 같이 생각하려면 잊어버리고 싶어지고 말이야. 넌 이름조차 온유. 아~~ 부모님의 마음을 알 듯한데도, 난 너무 멀리 가는 거야. 어린 네게 이름이 좀 부담스럽지 않았니?


그래 미안해. 이게 내 복잡한 마음이야. 이 글은 네게 쓰지만 실은 청소년 시절의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해. 왜냐고? 나도 너처럼 반장이었고 모범생 우등생이었거든. 나도 맏이 아닌 맏이, 어른스럽고 남 배려하는, 교회 나가는 아이였어.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에서 너를 보고 나를 볼 수밖에 없겠지? 더 재미난 게 뭔지 알아? 책 속의 세 주인공이 실은 내 모습을 다 가지고 있다는 점이야. 수신지 작가도 그렇다고 했지 뭐니.


우등생이자 모범생인 반장 이아랑,

모범생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우등생 곽연두,

우등생이 되고 싶은 모범생 하은.



온유야!


너도 그랬을까 온유야? 나는 설 명절 다음날 너와 좀 더 가까이 대화하고 싶어서 단원고 기억교실에 머물렀단다. 너와 친구들의 목소리를 느끼고 싶어서 3층 2학년 2반 교실 네 자리에 앉았더랬어. 창가 분단, 앞에서 세 번째가 온유의 책상이지. 역시나 거기 보이는 너는 양반장이었어. 모범생으로 안 보이고 싶은 연두나 우등생이 되고픈 하은이 모습은 없었어. 사람들이 남긴 글에도 네 '기억패'와 엄마아빠의 글도 그랬어.


"독학으로 배운 피아노로 새벽기회에서 반주를 하고,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치료사가 꿈인 양온유 학생을 우리는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을 위한 희망을 함께 그려나가겠습니다. 2021년 12월 20일 부총리겸 교육부장관"


"옹아! 너는 충분히 훌륭한 삶을 살았다. 너의 예쁘고 환하게 웃는 밝은 모습이 무척 그립구나. 그럼에도 하늘의 소망이 있기에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그때까지 안녕~~ 보고픈 엄마 아빠가..."


교실 네 옆 자리에 앉아 글을 쓰고 싶었지만 교실엔 노트북 코드 꽂을 데가 없더구나. 2층 복도 동쪽 끝 계단 앞, 2학년 교무실 맞은편에 놓인 지킴이 자리에 앉아 종일 글을 쓸 수 있었단다. 7반 교실 뒷문이 마주 보이는 자리였어. 온유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난 마음먹었단다. 올핸 매월 '별에게 보내는 편지'를 이렇게 기억교실에 와서 쓰기로 말이야.



양 반장 온유야!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1>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뭔지 아니?


아랑이가 '일탈'하는 장면이었어. 학교에서 학년별 남녀 1등한테 특별 상을 현금 장학금을 주게 돼. 아랑이도 받았지. 엄마한테 다 드릴 생각으로 집에 왔더니, 엄마한테 고모 출산 후 며칠간 고모네 가게 좀 도와야 한단 말을 듣게 돼. 엄마는 서로 돕고 사는 거라고 하지만 실은 엄마가 고모한테 빌린 돈 때문이란 걸 아랑이는 알아. 기분이 싸해진 아랑이는 장학금을 아무 말 없이 혼자 다 써버리기로 맘먹어.


장학금을 어떻게 썼냐구? 먼저 도서관 대신 온천 사우나를 즐기며 세신사한테 4만 원짜리 미니마사지를 받아. 1등 했고 돈도 있으니 즐길 자격 있다고 위로하며 말이야. 다음 코스는 새로 생긴 백화점. 지하 서점에 가서 참고서 말고 맘 가는 책을 산 후 클래식 음반 코너에 들러. 새로 나온 장영주 앨범을 들으며 미래의 성공한 자기 모습을 상상하지. 거기서 쇼핑 온 연두를 만나 수다 떨며 서로 장영주 앨범 산 걸 확인하며 맛있는 것도 먹고 놀아.


온유야! 장학금 혼자 다 써버린 적 있니? 온천 사우나 즐겨 본 적은? 세신사한테 마사지 받으며 쉰 적은 있니? 사고 싶은 책 도서관 안 기다리고 맘대로 사 읽는 재미 알지? 좋아하는 음악 앨범 나오자마자 사고 싶었지? 돈 많은 친구랑 같은 급으로 놀고 쓰는 재미는? 아랑이의 일탈은 나중에 어떻게 될까? 2편이 기다려진다. 진로 고민에다 또 고민을 얻은 걸까, 스트레스 해소일까? 보름달 뜬 밤 심란한 아랑이는 무릎 꿇고 이렇게 소원을 빌어.


"대학에 가면 다 좋아진다고 믿게 해 주세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친구들을 사랑한 사람 온유야!


아랑이가 새로 샀던 장영주(Sarah Chang)의 음악 파일을 네게 선물하고 싶어. 나도 장영주 연주를 너무나 좋아하걸랑. 음악에 젖어드니 너와 아랑이와 장영주가 모두 벗이 되는구나.


https://youtu.be/XVSkAiaZV9A


너는 가정 형편에 맞게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더구나. 2학년을 앞두곤 해외봉사 활동 비행기 티켓을 마련하려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했네. 피아노를 독학으로 배워 교회 반주를 빠지지 않았다니 놀랍구나. 무슨 음악이든 들으면 기억하고 연주할 수 있었지. 음악 심리상담사를 꿈꾸었구나. 넌 틀림없이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돕는 음악 심리상담사가 되었을 거야.


너를 기억하며 너와 함께하며 나도 피아노를 다시 시작한 거 아니? 나도 어릴 적 피아노를 독학했더랬어. 교회 풍금부터 시작해서 틈나면 달려갔어. 얼렁뚱땅 어설프게 반주도 한 적 있지만 살다 보니 너무 오래 피아노를 안 쳤단다. 집에 피아노가 있는데도 말이야. 잘 안 늘면 재미가 없는 때가 오잖아. 네 덕분에 올 한 해 조금씩, 틈틈이 피아노를 다시 독학하기로 했어. 올 연말쯤엔 피아노 반주와 함께 네게 노래를 불러 줄게.



아름다운 사람 온유야!


하늘나라에선 반장 말고 네 맘대로 신나게 노는 아이로 살고 있겠지? 좋아하는 음악가와 음악 속에 푹 젖으며 꿈을 좇고 있지? 너 자신을 위해 더 많이 집중하며 배우며 자라가고 있겠지? 우등생 모범생 따위 잊어버리고 친구들하고 자유롭고 빛나는 청춘을 보내고 있겠지?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건 버리고 다시 배우느라 바쁘다구? 맞아 맞아!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고백인 거 알지?


세대가 다른 우리에게 학교 이야기는 왜 이리 같지? 아직도 등수로 줄 세우는 학교 시스템은 언제쯤 사라질까 온유야? 학교에서 모범생 우등생이란 건 과연 칭찬일까? 입시 블랙홀에 청소년기가 빨려 들어가지 않는 세상은 과연 올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맘껏 꿈꾸며, 실패를 두려워하 않고, 실패할 자유를 누리는 청소년기는 백일몽일까?


온유야,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1>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을 조금 옮기며 편지를 마칠게.

온유야 너무너무 보고 싶구나. 온유야 사랑해!


나는 그런 학생이었다.

선생님이 하라고 하는 것은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는 학생.

큰 병이 나지 않는 한 결석이나 지각을 하지 않는 학생.

작업을 준비하며 과거 일기를 찾아 읽어 보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일기〕


1학기 기말고사를 보았다.

오늘 새벽 3시까지 공부하고 5시에 일어나서 굉장히 피곤하다.

엄마한테 영광의 1등을 안겨 드리고 싶었는데 2등도 못한다면 엄마 볼 면목이 없다. (7월 3일 금요일)


등수가 나왔다.

내가 자연에서 한 개를 더 틀려 3등이 되었다.

정말 창피하다. 3등이라니. 2학기 때 두고 보자. (7월 4일 토요일)


새벽 3시까지 공부하는 초등학생이라니…

그리고 엄마한테 영광의 1등을 왜 안겨 드려…

(후략)==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1> 145쪽 작가의 말


(세월호와 함께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2반 양온유에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햇빛 속으로 걸어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