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로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6반 신호성에게
사람들은 잔 다르크를 역사상 가장 강하고 용감했던 여성으로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만약 누가 내게 묻는다면 단연코 호성 엄마를 꼽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내가 한때 소저너 트루스Sojourner Truth에게서 발견했던, 노동의 강인함과 어머니로서의 강렬한 애정이 살아있는 '여성의 존엄함'이 각인되어 있다. 호성 엄마는 내가 만나본 어떤 유가족 엄마보다 강하고, 이번 사건을 통해서 완전히 주체적으로 거듭난 뜨거운 여성 전사다.
-<고잔동 일기> 368-369쪽
용감한 여성 전사 정부자의 아들 호성아!
네 이름을 엄마 이름과 나란히 부르며 인사하네? 아빠가,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하나 물으실 정도로 미주알고주알 대화하는 모자였으니까.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호성이니까 엄마에 대한 글을 읽어주면 좋아할 거 같았어. <고잔동 일기>(이현정 김익한, 가능성들, 2022) 중 '호성 엄마 구술' 꼭지에서 한 단락 적었는데, 좋지?
이현정 교수님이 2016년 10월 24일에 쓴 일기야. 엄마와 <그날을 말하다> 구술 작업 인터뷰를 마친 후기라고 할 수 있지. 엄마에 관한 표현이 하나하나 내 가슴에 꽂혀 들어오지 뭐니. 혹 네게 낯선 단어가 있을까 하다가도, 공감하며 엄마를 포옹하는 네가 그려지는 거야. 잔 다르크, 소저너 트루스, 역사상 가장 용감한 여성, 노동의 강인함, 어머니로서의 강렬한 애정, 여성의 존엄함, 주체적으로 거듭난 가장 뜨거운 여성 전사. 어때?
고잔동의 아이 호성아!
책 제목만으로도 너와 이야기하고 싶게 했어. 너는 태어나서 한 번도 고잔동을 벗어난 적 없는 찐 고잔동 사람이잖아. 네가 다닌 고잔초, 단원중, 단원고가 있고, 골목골목 네 숨결이 깃든 고향이지. 네가 돌아오지 못할 수학여행을 떠난 후 네 고향 고잔동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4년 4월 24일부터 2017년 3월 10일까지의 고잔동 일기가, 역사 퍼즐 맞추듯 우리에게 기억과 통찰을 선물해 주었어.
맘 같아선 네게 <고잔동 일기>를 다 읽어주고 싶지만, 엄마에 대한 글 이야기로 돌아갈게. 일곱 살 위 형이 있는 막내 호성이에게 '여성 전사 엄마'는 낯설지? 집 안팎에서 쉴 틈 없이 일하며, 힘들어도 억울해도, 참고 희생하는 엄마였으니까. 그런 엄마를 넌 사랑하고 챙기며 편이 돼 주는 아들이었지, 너의 어록이 있더구나. 들어 봐.
"왜 엄마는 늘 참기만 하냐?"
"엄마하고 나하고는 연결되어 있잖아. 그래서 아픈 거야. “
네가 한 말을 곰곰 생각하다 나는 무릎을 쳤어. 엄마가 용감한 전사가 되길 응원했던 거야.
"엄마는 날 어떻게 생각해? 내가 없었으면 어땠을 거 같아?"
"우리 아들은 공기야. 엄마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기. 아들 없으면 나는 못 살 거 같아."
숲에서 난 공기의 존재를 가장 실감해 호성아.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고 온몸의 세포가 살아나잖아? 좋은 공기는 생명이지. 아, 엄마의 공기인 너를 앗아간 이 세상에서 엄마가 어떻게 살 수 있었겠니. 숨이 막히니 밤낮 울고 미칠 수밖에 없지. 수학여행 갈 때 새 가방과 새 신발을 원한 네게 가방만 사 준 것도 미안해서, 신발 한 켤레 사서 태워주신 엄마잖아
넌 지금도 변함없이 엄마의 공기란다 호성아. "엄마 뭐 해?"라는 네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을 때마다 엄마는 숨을 쉬고 일어나시는구나. 엄만 널 위해 더는 가만히 있지 않기로 하셨어. 평범한 엄마를 미치게 하는 세상에 대해, 용감하게 말하고 싸우는 전사가 되셨단다.
엄마의 연설 한번 들어 보렴.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인입니다. 우리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주인이란 말입니다. 내가 내 자식을 잃고, 우리 희생자 부모들이 자식을 잃고 이렇게 알았기에 우리 자식이 돌아오지는 않지만, 알았기에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세월호 희생자, 우리 가여운 아이들의 엄마 아빠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 2019. 5. 17. 호성이 엄마의 연설 중
포효하는 엄마 목소리 들리지, 호성아?
"우리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주인이란 말입니다."
"대한민국에 대통령 있습니까? 대통령 있으면 나와! 내 새끼 살려내!"
"제가 얼마나 어리석게 살았냐면요. 저희 아들 호성이는 궁금한 게 참 많은 아이였습니다. 학교 가서도 궁금한 거 있으면 손들고 질문하고 교감 선생님한테도 쫓아가서, 이건 이렇습니다, 말하는 아이였어요. 나서지 말라고 했습니다, 미움받으니까. 제발 나서지 말고 선생님 말하면 예스 예스, 네네네, 그렇게 살라고 어리석게 아이한테 가르친 엄마였습니다."-호성 엄마 정부자 님 연설 중
너는 엄마한테 재능을 물려받은 게 틀림없어. 엄마의 말씀과 연설은 듣는 사람의 가슴을 움직이는 힘이 있거든. 너는 분명 재능과 실력과 따뜻한 가슴을 가진 국어 선생님이 되었을 거야. 말하기 글쓰기로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신호성 작가 선생님이 너무너무 보고 싶구나. 네 꿈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호성아.
시 쓰는 사람 호성아!
아기는 보통 서고 걷고 그다음에 말을 하는데 너는 말부터 한 아이구나. 8개월부터 "할미, 할미"라며 말을 했지. 걷기보다 말하기를 먼저 한 사람, 생각할수록 의미심장하게 다가와. 맞아. 탁월한 언어 재능을 타고난 너는 조곤조곤 말하기 좋아하고 책 좋아하는 청소년으로 자라 갔어. 다른 사람 배려하는 감수성 있는 글을 썼고 말이야.
너는 고1 때 글쓰기로 상을 두 번이나 받았구나.
'독도는 우리 땅' 글짓기 대회에서 <나무>라는 시로 최우수상을, 한글날 기념 대회에선 <그 이름>이라는 시로 장려상을 받았지. 제법 긴 시 <그 이름>의 첫 연과 끝 연만 옮겨 본다. 부모 부모 부모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부르는 것은 쉽지만/ 되는 것은 어려운 그것 불려지는 것은 쉽지만/ 책임감을 가져야 되는 그것 부모/… 자식이 자기 때문에 맘 상할까 언제나/ 걱정하는 그런그런 부모 그런그런 부모.
시인 호성이의 목소리로, 네 시 <나무>를 낭독해 본다.
나무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곳
식물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곳
이 작은 나무에게 누군가는 울고 웃었을 나무
이 나무를 베어 넘기려는 나무꾼은 누구인가
밑동만 남은 나무는
물을 주어도 햇빛을 주어도 소용이 없다
추억을 지키고 싶다면
나무를 끌어안고 봐보아라
지지 않을 별 호성아!
<고잔동 일기>로 같이 울고 웃은 '별을 품은 사람들'을 소개하며 편지를 마무리할게.
한 달 한 번, 별이 된 너희 이야기로 모인 게 어느새 7년이 됐단다. 3월에 모인 별을 품은 사람들은 혜정, 창아, 숙경, 현경, 명선, 그리고 화숙. 모두 별 이야기라면 미주알고주알 하는 엄마들이지. 3월 모임은 7일(화) 10시, 416단원고 기억교실 1층에서,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노명우 외, 현실문화, 2015)을 토론해.
마지막 고백 하나만 더!
<고잔동 일기>를 토론하고도 궁금한 게 여전히 많은 거 있지. 질문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은 어떻게 하지? 책을 들고 나는 호성이 엄마 정부자 선생님과 만났지. 엄마가 내 목마름을 시원하게 해소해 주셨어. 감사 또 감사해. 호성아, 엄마가 네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뭔지 아니? 그날 해 주신 말씀 그대로 옮겨 볼게.
호성아! 보고 싶다! 사랑해! 보고 싶으니까 꿈에 나와줘!
엄마 마음 알지 호성아? 나도 그래. 사랑해!
(세월호로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6반 신호성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