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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Mar 08. 2023

위험은 감수해야만 하는 것

제115회 세계 여성의 날, 자넷 랜드, 정보라, 그리고 새 책쓰기


3월 8일입니다!


제115회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하고 기뻐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내 생일만큼이나 축하하는 날이 되고 있다. 어쩌면 생일보다 더 큰 의미인지도 모른다. 기쁨에 겨워, 뜨거운 가슴으로 세상 모든 여성들을 포옹하며, 함께 사는 인류 동료들께 인사합니다.



1. 새 책 쓰기 첫 날이라 더 특별한 여성의 날이다.


다음 책쓰기 첫 날을 오늘로 정했다. 미루어오던 시작일을 3.8로 쓰고, 블로그와 브런치에 새 책을 위한 공간도 만들었다. 컴 앞에 앉아 오랜 시간을 보냈다. 내가 작가로 살 결심을 하게 한 그 이야기를 드디어 쓴다. 먼저 나온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의 프리퀄 같은 책이

 될 것이다. 어둡고 긴 터널 입구에 선 기분이다.


앞서 우험을 감수하며 자기 길을 간 사람들을 생각했다. 위험을 감수하며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사람들. 욕먹을 위험은 감수하고 목소리를 낸 사람들. 내게도 할 말을 하라 격려한다. 아침에 가족톡에다 내 마음을 고백하고 자넷 랜드의 시 <위험들>을 함께 읽었다.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마음을 다지며 나만의 여성의 날을 축하하는 하루였다.


막내아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진정한 쉼을 얻는 것. 함께 위험을 감수하는 동지가 됩시다! 여성의 날 축하!

딸: 여성의 날 축하축하!!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세계로 가보자고!!

짝꿍: 여성 동지들! 여러분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마음 열고 귀 기울여 배우겠습니다!

큰아들: 여성의 날 축하! 여성들이 엄마, 아내가 아닌 인간으로 살 수 있는 날이 되길!

-3.8여성의 날 아침 가족 톡에서




2. 3.8여성의 날에 읽는 자넷 랜드의 시 <위험들>



아침에 가족 톡방에 공유한 시 <위험들>은 마치 오늘을 위한 시 같다.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곧 위험을 감수하는 것. 어디 여성만이랴. 인간으로 산다는 건 위험을 감수하는 것. 내게 딱 필요한 목소리이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다. '아침 시 옹달샘' 단독방에 올려 준 효순 샘에게 감사한다.


시인 자넷 랜드는 캐나다의 영화배우다. 그는 아버지의 2차 대전 참전 일기를 정리해서 <Landed>라는 책을 낸 작가로도 유명하다. 시 덕분에 그의 필모그라피를 찾아 보니 낯선 배우가 아니었다.



위험들


자넷 랜드

(캐나다, 1956~ )


웃는 것은 바보처럼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우는 것은 감상적으로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은 일에 휘말리는 위험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자신의 생각과 꿈을 사람들 앞에서 밝히는 것은

순진해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사는 것은 죽는 위험을,

희망을 갖는 것은 절망하는 위험을,

시도하는 것은 실패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그러나 위험은 감수해야만 하는 것

삶에서 가장 큰 위험은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것이기에.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아무것도 되지 못하므로.

고통과 슬픔은 피할 수 있을 것이나

배움을 얻을 수도, 느낄 수도, 변화할 수도,

성장하거나 사랑할 수도 없으므로.

확실한 것에만 묶여 있는 사람은

자유를 박탈당한 노예와 같다.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오직

진정으로 자유롭다.







3. 3.8기념 여성노동자대회에서 <저주 토끼>의 정보라 작가를 만나다



글로만 좋아해 온 정보라 작가와 만난 건 여성대회가 준 또 하나의 선물이다. 3월 4일 보신각 앞 한국 여성노동자대회에서였다. 성차별적인 노동 현장을 고발하고 연대하는 자리에 작가님이 발언자로 나온 것이다.


"연대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세상은 후퇴해도 우리는 앞으로!"


놀라워라. 정보라 작가님 별명이 '데모하는 작가'란 거,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데모 현장에 빠지지 않고 나온 분이었으니까. 나는 행사 차량 가까이 자리를 옮겨 기다렸다. 놓치면 평생 후회할 기회였으니까. 발언이 끝난 작가님과 인사하고 번호를 주고받았겠지?


정보라 작가님의 발언, 전문을 올린다. 이 정신, 이 현장 잊지않고 싸우며 글쓰겠다는 내 의지의 표시랄까.


안녕하십니까!


저는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 노조 조합원 정보라입니다. 투쟁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


저는 2009년에 박사학위를 받고 2010년부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한국 최고의 명문이라는 어느 대학교 남자 교수가 저를 불러서 밥을 사 주었습니다. 저는 그 학교에서 혹시 강의를 맡을 수 있을까 하여 부르면 열심히 갔습니다. 그 교수는 자기와 둘이서 러시아에 놀러 가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거절했습니다. 그 남자 교수는 연락을 끊었고 저는 그 학교에서 강의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 선배는 남자 교수가 추석 연휴에 연구실에서 둘이 만나자고 하여 거절했더니 강의를 잘렸습니다.


저의 전공을 보면 어느 학교든 남자 대 여자 교수 비율은 항상 4 대 1이나 5 대 1이었습니다. 교수가 다섯이면 남자 넷 여자 하나, 교수가 여섯이면 남자 다섯 여자 하나입니다. 강사는 반대입니다. 강사가 열 명이면 여성이 7-8명, 남성은 많아야 두세 명입니다. "그 학교는 여자 교수 안 뽑는다"로 유명한 학교도 몇 군데 있습니다.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 사이에 교양 어학 과목 강사 선생님들이 대량 해고되었습니다. 모두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여성 강사 선생님들이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 9월부터 강사법이 시행되었습니다. 강사 처우개선을 강제로 해야 되니까 학교가 교양과목 강사부터 미리 다 자른 것입니다. 나이 많은 여성 비정규직 강사는 해고 1순위입니다.


이것은 차별입니다. 직장 내 비정규직 차별, 성차별을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겠습니까? 바로 노동조합입니다. 강사는 대학에 고용되어 연구노동과 강의 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입니다. 나는 교수가 될 거니까, 교수들 눈밖에 나면 정규직이 될 수 없으니까, 이런 비굴한 사고방식을 강사 스스로 버리고 노동자로서 단결해야 합니다. 저들이 요구하는 불가능한 실적을 쌓고 저들의 비위를 맞추고 참고 기다리면 평등하고 정의로운 대학이 저절로 실현되지 않습니다.


강사는 교육자입니다. 학생들 앞에 떳떳하게 서기 위해서라도 강사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교육 환경을 실현하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저는 2021년에 강의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정규직이면 다 받는 퇴직금, 주휴수당, 연차수당, 노동절 수당을 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비록 강단을 떠났지만 동지들과 함께 성차별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완전한 보장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투쟁!

-2023. 3. 4. 보신각 앞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한 정보라 작가 발언




4.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38회 한국여성대회 스케치



60대 여성으로서 맞는 이 날이 새삼 고맙다. 날이 갈수록 특별하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볼수록, 참 멀리 돌고돌아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내 앞에 놓인 길을 본다. 앞서간 벗들의 피와 땀을 느끼며, 내 뒤에 올 벗들도 보인다. 딸과 손녀 세대는 더 성평등한 세상에서 살도록, 내 마음과 몸이 움직이고, 손잡고 행동해야 하리.


지난 토요일은 한국여성대회에서 9시간을 보냈다. 12시까지 서울광장에 도착해 다양한 연대의 목소리를 듣고 보았다. 1시부턴 보신각 앞에서 '한국 여성노동자대회'에서 목소리를 보탰다. 서울 광장까지 도심 행진을 하고 2시 반부턴 '한국 여성대회'를 함께 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행진하고 끝나니 6시. 뒤풀이를 마치니 9시였다.


코로나로 끊어졌던 광장 만남에 가두행진까지, 역사적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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