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신학>지 여름호에 쓴 '여성신학과 나'-3
내가 사회복지사 10년 일하고 암 수술을 받으면서 하프타임이 끝난 거 같아. 시작할 땐 몇 년이면 새로운 후반 인생이 펼쳐질 줄 알았건만, 그건 순진한 생각이었더라. 애들은 정신없이 커가고 돈을 벌어야 하고 직장일에 살림에 주말 교회 밥까지, 세월이 살 같이 흘렀어. 삶은 늘 가 본적 없는 새 길이었어. 나는 계속 왕초보였지.
2014년 봄, 큰아들은 휴학하고 군대에, 딸은 대학 3학년, 그리고 막내는 고2였어. 세월호 참사로 안산에 검은 현수막이 펄럭일 때, 내 몸과 맘은 일상을 버티기 힘든 상태로 약해져 있었어. 이제 아이들을 위해 집에 부모 한사람이 있어야 할 때가 지났으니 덕이 육체노동 알바를 본격 하게 됐어. 여차하면 내가 일을 줄일 대비를 한 셈이지.
그 봄에 나는 간암 진단을 받았어. 가족력 B형 간염 보유자로 산 지 27년, 만52세에 내 간 20%가 잘려나갔네. 속전속결 수술이 끝났을 때 다시 현실의 시간을 마주했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어떻게 건강한 몸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서울 큰병원을 오가며 정기 검사는 하는데 몸도 마음도 답답하고 무거웠어.
그게 왜 궁금하냐고?
내 몸을 알고 싶은데 하는 질문마다 의사가 묵살했거든. 수술 후 3개월 검사 결과 보는 날 내 질문에 의사는 이렇게 반응해. “그게 왜 궁금합니까? 내가 다 알아서 합니다.” 그 순간 번개가 내리치듯 내 가슴이 벌렁거렸어. 이런 의사한테 내가 왜 오지? 결심하고 의무기록을 다 뗐어.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 이 병원에 다시 올 일은 없다.”
하필 갱년기까지 겹친 중년 여자한테 의사가 딱 걸린 거야. 살며 더한 모욕도 견뎠는데 그땐 왜 그리 분노했을까? 돈도 없고 빵빵한 보험도 없고 잘나가는 남편도 없으니 더 좋은 의사를 찾아 의료쇼핑할 형편도 아니었어. 결국, 내가 내 몸의 의사가 되는 자연치유가 선택지였어. 내가 주도하고, 남의 간섭받지 않고, 비굴할 필요 없는 길. 그게 내가 원하는 치유의 길이었거든. 아마도 나를 너무 구기고 살았던 지난 시간을 내 몸이 다 기억해서일 거야. 내게 함부로 하는 그 무엇도 싫으니, 내 몸을 소중히 대하는 새길을 스스로 만들어야 했을 거야.
무얼 알고 한 건 아니었어. 갱년기의 분노 에너지 득을 크게 봤지. 내가 택한 자연치유법 중 최고는 단식이었어. 굶으면 죽을 거 같잖니? 아냐, 반대였어. 치료적 단식은 몸의 면역체계를 화들짝 깨워 스스로 치유하게 하는 원리야. 내 안에 잠자던 ‘100명의 의사’가 깨어나면 못할 일이 없잖아. B형 간염은 현대 의학이 고치지 못하는 난치병이고 일종의 자가면역성 질병이란 걸 모르는 사람이 많아.
나도 무지 속에 오래 살았더라. 면역체계가 오작동해서 외부침입자인 바이러스는 두고 내 몸을 괴롭히는 게 자가면역 병이야. 항바이러스제는 결코 치료약이 아니란 거 알아? 나는 수술 후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거절한 덕분에 단식을 용감하게 결정할 수 있었어. 3주 효소 단식과 3주 보호식, 그건 정말 가 본적 없는 새길이었어.
결론부터 말하면, 3주 단식과 3주 보호식 이후 검사에서 내몸에 B형 간염 항체를 확인할 수 있었어. 평생 달고 살 운명인 줄 알았던 바이러스가 사라진 거야! 현대의학이 두손 든 B형 간염을 자연치유가 치료했어. 아~ 날로 가볍고 강하고 피곤을 모르는 새몸이 되어 갔어. 몸 말고도 변하는 게 있었어. 내 책에서 봤겠지만, 침묵을 깨고 내 안에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어. 이전에 익숙하던 게 낯설어 보이고, 내 솔직한 말을 하기 시작했어.
자연치유, 새몸 , 그리고 자기혁명
자연치유를 실천하려니 아무래도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겠지? 처음엔 의학과 암, 건강, 자연치유에 단식 책이었는데 가지를 뻗어 인문학과 페미니즘과 여성 신학 등으로 확장되었어. 책 이야기를 어찌 다 할 수 있을까.
암은 병이 아니다》 같은 책은 대놓고 말해. “종양이 아니라 내 몸을 사랑하지 않는 게 진짜 암이다. 나를 사랑하는 걸 몸이 알게 되면 암은 사라진다.” 멋지지? 이보다 더 깊은 신학이 어디 있니? 자기 목소리를 죽이는 게 여성의 미덕이라고? 개소리 암 유발하는 소리! 예수 이름으로 가부장적 질서에 복종해? 그게 자기부인 자기 십자가라고? 완전히 미친, 거꾸로 배운 거였어. 내 몸을 따르면 내 몸과 화평하게 되더라. 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은 내 몸이 싫어하는 것들. 자신과의 관계, 주변관계와 신앙 모든 게 달라져 갔어.
사표 내고 자연치유에 집중하다 보니 3년 차부턴 서울로 토론하고 글 쓰는 모임에 다니게 됐어. 가장 하고 싶은 게 그거였거든. 정희진의 《아주 친밀한 폭력》을 토론하고 온 날을 잊을 수 없어. 오자마자 짝꿍에게 책을 한쪽 읽어주었어.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의 심리에서 나를 보았고 폭력 남편들에게서 내 남편을 보았다고 말이야. 세상 1%에 드는 좋은 남편인 줄 알던 남자니까 기분 나쁜 기색이 역력했어. 나는 더 들어갔어. 남성 중심 문화를 ‘거룩한 질서’로, 여자에게 ‘순종’을 요구하는 성서 해석 자체가 폭력의 온상이라고 말이야.
우리 결혼, 우리 삶, 우리 신앙의 대전제에 도전했어. 더는 권력을 받들며 나를 죽이고 살지 않겠다. 남편을 공중부양시키는 악에 부역하지 않겠다. 이전과 다르게 살 수 없다면 우리에겐 이혼이 답이라고 분명히 선언하게 됐어.
내 책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생각비행, 2022)는 그런 자기혁명 이야기인 셈이지.
간만에 발견한 내 책 서평 하나 공유!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를 읽고 - https://ourtheo.tistory.com/m/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