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승묵이를 지켜주세요

음악이 좋아 작곡가를 꿈꾸던 단원고 2학년 4반 강승묵에게

by 꿀벌 김화숙


여름이 다 지나갔어

영원히 때묻지 않을 수는 없는 거야

9월의 마지막 날이 지날 때 날 깨워 줘

나의 아버지가 떠났을 때처럼

7년이란 시간은 아주 빨리 지나갔어



음악이 좋아 음악가를 꿈꾸던 승묵아!


네가 좋아하는 밴드 그린데이가 부르는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를 들으며 네 이름을 부른다. 밴드 리더가 아버지를 추모해 만든 노래라지. 네가 부르던 이 가사 이 느낌이 이젠 너를 추억하는 노래가 되었구나. 어느새 10년, 또 하나의 봄이 오는구나 승묵아.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승묵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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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생각하면 와동 중학교 시절 네가 결성한 '단세포 밴드'가 먼저 떠올라. 유치원 때 드럼을 배우기 시작한 게 음악가 승묵이의 첫 커리어 같지? 어린 너는 드럼을 치며 피아노도 배우고 초등학교 4학년부턴 통기타, 하모니카, 그리고 전자기타와 바이올린까지 섭렵하더구나. 엄마는 너의 음악적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시고 아낌없이 지원하셨지. 작곡과 편곡까지 하던 너는 작곡가의 꿈을 꾸며 서울예술대학교 작곡과를 목표로 공부했지. 버클리 음대도 꿈꾸며 말이야. 수학여행 후엔 안산 거리극 축제에 밴드로 참여할 예정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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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쾌한 음악가 승묵아!

눈을 좋아하고 눈사람을 좋아하던 승묵아!


네 사진 중 하얀 눈밭에서 눈사람과 찍은 사진 있잖아. 교복 넥타이를 맨 눈사람 뒤에 역시 교복 입은 네가 두 팔 가득 하트를 그리며 서 있지. 활짝 웃는 네 얼굴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이번 겨울 안산에 눈이 참 많이 왔어. 어른 승묵이도 눈밭에 뒹굴고 눈사람을 만들었을 거야 그치. 엄마 아빠의 자랑스러운 아들, 동생 민정이의 좋은 오빠 승묵아, 가족들은 네 미소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10년 전 그날 아침 9시 43분 아빠와의 통화만 생각하면 나도 가슴이 아파. “아빠, 배가 가라앉고 있어.” “선생님 지시 잘 따르라.” 그래, 누가 도대체 네게 “가만히 있으라"라는 소리만 했다니 승묵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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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 이름을 ‘삼일 슈퍼 승묵이’로 처음 알게 되었어. 참사 직후 엄마 아빠가 진도로 내려가시면서 운영하던 슈퍼 셔터가 내려졌지. 이웃 사람들이 셔터문에 쪽지를 갖다 붙였잖아. "우리 승묵이를 지켜주세요"라는 큰 글자도 있고 "무사히 돌아와 줘" 같은 가지가지 기원이었지. 근처 가로수까지 쪽지로 채워졌지만, 열흘 뒤엔 결국 이런 인사말이 붙었구나.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는데 승묵 군은 더 이상 춥지도 무섭지도 않은 곳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지만 기억하겠습니다. 응원해 주시고 걱정해 주신 주민 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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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를 꿈꾼 음악가 승묵아!


네가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로 다시 돌아갈게. 지난주 토요일 416합창단에서 특별 연습이 있었어. 부산에서 박종철 합창단 37분이 안산까지 와서 함께 합창연습을 했단다. 박종철 합창단? 박종철 열사와 6월 항쟁의 정신, 그리고 민주주의 가치를 노래로 선양하기 위해 2016년 8월에 창단된 남성합창단이야. 4월 14일에 안산에서 있을 제8회 '전국 민주시민 합창축전'(아래 축전)에서 두 합창단이 연합합창으로 부를 <너>를 연습하는 시간이었어. 올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축전 장소가 안산으로 정해졌단다.


그날 박종철 합창단과 함께 하는 시간 네 이름이 나왔어. 윤지형 단장과 이민환 지휘자가 네 이름을 기억하며 불렀단다. 음악 하시는 분들이라 작곡가가 꿈인 1반 강승묵을 더 가슴에 품은 거 같았어. 윤지형 단장은 눈물을 많이 삼키시더구나. <너>를 연습할 때도 공연할 때도 자꾸 우는 게 걱정이라며 말이야. 그래서 기억교실에 이런 고백을 남기셨대.


"승묵아, 이름만 부를 땐 네 얼굴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네 책상 위의 사진, 밝게 웃는 얼굴을 보니(너 정말 훈남이구나!) 가슴이 아프구나. 하지만 세월호 10주기를 맞으며 곰곰 생각해 보니, 많이 울어야 내일의 밝은 창문을 열 수 있고, 힘차게 웃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단다."



https://youtu.be/gp1OJG53A88?si=AhzCVbf0t1bjUX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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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노래하는 내내 나도 목울대가 먹먹해지곤 했어. 윤지형 단장이 인사말을 하며 도종환의 '벗 하나 있으면'을 낭송했어. "마음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 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함께 노래하는 우리가 바로 서로에게 그런 벗이구나 느꼈어.


박종철 합창단이 연습 중인 축전 공연곡도 우리를 위해 불러줬단다. 강은교 시인이 세월호 1주기 때 쓴 시 '딸의 편지'에 곡을 붙인 새 노래였어. "엄마, 여긴 추워요 엄마, 여긴 진흙이 너무 많아요/ 진흙이 내 팔을 휘감고 있어요/ 진흙이 내 입술을 꼼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어요...." 아, 우리는 모두 숨도 못 쉬고 들었구나. 416합창단도 고마운 마음으로 '동백 섬'으로 화답했어. "우리는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해 겨울바다 끝난 곳에서...."


https://youtu.be/QS2XtcFGRKg?si=2VTQlYXo-mTlsw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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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하는 친구 승묵아!


너를 보내고 아빠가 말씀하셨댔지. "우리는 믿고 있어요.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거라는 사실을. 그때까지 안 지칠 겁니다.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다 할 겁니다. 그게 아이들과 했던 마지막 약속이에요." 그래 승묵아! 엄마 아빠는 절대 지치지 않고 하실 거야. 그 길에 나도 음악과 함께 같이 할 수 있어서 감사해. 진실이 밝혀지는 그때까지 나도 안 지치고 노래하며 기억할게.



(세월호로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4반 강승묵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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