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잘 모르는 분야인 경제 기사를 매일 한 꼭지씩 읽기로 했다
"은행들이 지난달 일시 중단했던 일부 가계 신용대출상품을 다시 취급한다."
새해 읽은 첫 경제 기사의 첫 문장을 옮겨 봤다. 엄청 어마 무시 진지해 보이는가? 노노!
지난달 어느 아침 운전하다 차에서 들었던 소식과 연결되는 기사였다. 은행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가계 신용대출상품 기준을 높인 데 대한 분석이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살기 어려운 때, 은행은 역시 힘없는 사람들에게 더 까다롭게 구는군. 혼자 구시렁거리며 들었던 기사였다. 이제 새해엔 그 문턱을 낮추고 제한을 일부 해제한다는 소식이니, 나름 연결해서 이해한 셈인가?
나의 새해 다짐 때문에 이러고 있다.
새해엔 새길로 다녀 보기로 했다. 좀 더 있어 보이게 표현하면 '낯설게 하기'쯤 되겠다. 예술가 흉내 내기 좋아하는 나. 세상 아는 것도 없으면서 다 아는 양, 답답한 인생 살아 봤으니까. 내가 잘 모르는 분야, 잘 안 가던 길, 거기 숨은 보화가 많더라는 걸 갈수록 알아가는 중이다. 이젠 가 보지도 않고 판단하고 씨부렁거리는 짓 안 한다. 직접 몸으로 해보는 재미로 산다!
좀 허세가 심했나?
내가 깡통이라고 인정하는 분야 1순위가 뭘까?
새해가 다가오니 생각해 보게 됐다. 새해 다짐, 거창한 거 안 하기로 했으니까. 내가 가장 잘 모르는 분야에 숟가락을 들고 용감하게 끼어들어 앉아 보기. 그게 중요한 새해 다짐 중 하나였다. 거기서 새 눈이 열리고 새 네트워크가 생기고, 재미난 경험이 줄줄이 사탕으로 따라오지 않았던가! 그럼 내가 새해 용감하게 덤벼서 공부해 볼 분야는? 두말하면 잔소리, 경제! 경제였다.
혼자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냐고? 그럴 리가! 똑똑한 블로거들과 어울리다 보니 얻어걸린 복이었다. 세상 아줌마들 다 나같이 사는 줄 알면 큰코다친다. 경제 통들이 얼마나 많은지. 경제 기사를 읽고 글을 쓰는 블로거. 경이로움, 존경의 눈으로 볼 수밖에. 경제를 남에게 말하다니, 얼마나 공부했을까. 부동산, 주식, 재테크, 내 집, 금융, 심지어 월세 받고 사는 이야기, 월세 받고 살 거라는 이야기까지. 내가 깡통인 세상이었다.
경제는 확실히 내가 새해 다짐으로 할 1순위로 등극했다.
나, 경알못! 월세 받는 건 고사하고 나는 평생 월세 내며 살고 있으니까. 월 백몇십만 원짜리 월급 받으며 굽실굽실 10여 년 직장 다닌 거 외엔 경제와는 담쌓은 인생이었다. 나는 은행 입출금 통장 말곤 재테크도 몰라, 대출도 모른다. 빚지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발발 떨며 살았다. 날마다 뉴스는 보건만 경제는 늘 어렵다. 새해 내가 모르는 길로 다니는 거다. 내 정신이 깨어나고 눈이 열리고 내가 사는 이 세상과 사람들과 더 소통한다면, 금상첨화로다.
이름하여 '경제 기사 함께 읽기'. 캬~~ 바로 나를 위한 거였다.
집단 지성 좋을씨고. 단돈 12,000원으로, 아니다 14,000원이던가? 내가 이렇다. 내 돈 내고도 얼마 냈는지 잊어버렸다. 까이꺼 가볍고 쉽게 가기로 한 마당에 뭐, 난 바로 끼어들었단 말이다. 블로거 32명으로 '경제 기사 & 마블'이란 오픈 단톡방이 열렸다. 매일 경제 기사 읽고 자기식으로 인증하면 된다. 이젠 멍하게 경제 기사 흘려듣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오호! 그렇게 돌아가는 거구먼! 한술 밥에 배부르랴. 모르는 낱말 투성이지만, 날마다 하나씩 깨쳐 갈 거다. 오늘이 그 첫날이다.
명색이 작가라며?
경제 기사로 글쓰기. 재미있겠지?
꿀벌작가는 꿀 떨어지게 할 수 있어!
신난다!~~
이게 내 식의 오늘 경제 기사 읽기 인증인 셈이다. 읽은 기사 하나 요약정리하고 마무리한다.
"은행들이 지난달 일시 중단했던 일부 가계 신용대출상품을 다시 취급한다."
지난달 2천만 원 초과 신용대출을 한시적으로 취급하지 않기로 했던 케이비(KB) 국민은행이 새해부터 이런 조처를 해제한다고 3일 밝혔다. ‘타행 대환대출’도 재개하고 대출상담사의 대출 모집도 가능하다. 지난달 말 가계 신용대출 접수를 일시 중단한 신한은행도 4일부터 접수 재개한다. 중단했던 ‘쏠편한 직장인 신용대출’ 등 비대면 신용대출도 1일부터 접수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우리 원(WON) 하는 직장인 대출’ 취급을 이달 중 재개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낮췄던 영업점의 가계대출 우대금리 한도를 4일부터 다시 높이기로 했다. 변동 금리부 주택 담보대출 우대금리는 최대 1%에서 1.4%로, 신용대출 우대금리는 최대 0∼0.25%에서 0.8∼1.2%로 변경된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11월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연말 가계 신용대출 기준을 한시적으로 강화했다. 은행 건전성 지표 향상에 유리한 ‘바젤 3’을 도입하려는 은행들은 4분기 가계대출과 기업 대출 비중도 비슷하게 맞춰야 해 가계대출을 한층 강하게 조였다. 2020년 회계를 마무리한 뒤부턴 이런 수요가 줄어들어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속속 낮추고 있다.
고소득자에 대한 대출 제한 기조는 한동안 유지된다. 은행 대출금이 금융 취약계층의 비상자금보다 고소득자의 부동산, 주식 등 자산 투자 자금으로 쓰이고 있고 덩달아 자산 거품도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하나은행은 의사, 법조인 등 전문직의 대출 기본 한도를 1억 5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6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전문직 대출 한도를 3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내려 유지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연 소득 8천만 원 초과 고소득자의 1억 원 초과 대출에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을 적용하기로 한 방침도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