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보다 영화보다 역시 '사람 책'이 가장 재미있다
나는 가끔 카톡 프로필 사진 바꾸기를 좋아한다.
누가 얼마나 그걸 보느냐고? 그건 모르겠고, 싫증나면 바꾸고, 새로 찍은 사진이 맘에 들어서, 계절이 바뀐 새 기분으로, 시의성 때문에, 이유는 많고도 많다. 다른 사람의 카톡 프로필 사진 구경도 좋아한다. 호기심으로 안부 확인으로 들여다 보기도 한다. 세상 구경하는 맛으로 사람 구경하는 재미다. 날씨 따라 내 기분따라, 멋대로 프사 바꾸어 나는 '관종'으로 분류되지 싶다.
1년에 나는 몇 번이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바꿀까? 대중없다. 엿장수 맘이니까. 어떨 땐 며칠에 한 번도 하루 중에도 몇 번 바꾼다. 계절에 한 번보다는 훨씬 많을 거 같고 평균 1달 한 번 정도 될 지도 모르겠다. 지금 쓰고 있는 프사를 눌러 보니 7월에 올린 거다. 딸이 사진에서 배경을 지우고 얼굴만 그림으로 만들어 준 거다. 노트북으로 글쓰는 모습인데 계속 두는 건 맘에 든다는 소리다.
나와 달리 11년 째 같은 프로필 사진을 안 바꾸고 쓰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안산 시민 활동가 얼쑤 김미숙이다. 평소 그의 카톡 프로필을 볼 때마다 한결같이 같은 사진이라 꼭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더랬다. 정면 얼굴 사진이 아니고 까만 단발의 아이 머리 뒤꼭지에 노란 리본이 묶인 사진이었다. 10대 딸의 사진인 건 알겠는데, 그리고 노란 리본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있어 보이는데, 왜 이걸 이렇게도 긴 세월 쓰고 있을까?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에디터로서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특히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수고하는 지역 활동가를 인터뷰하고 싶었다. 여성단체 YWCA회장, 광폭 안산 시민 활동가, 416합창단원 등 하는 일이 셀 수 없이 많은 얼쑤. 어떤 영화보다 책 보다 재미있는 '사람 책'이었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11년간 못 바꾸고 쓰는 프사 사연도 들을 수 있었다. 물어보고 수다떠는 인터뷰, 이래서 좋다.
"회장님 이사님 보다 활동가 얼쑤가 좋아요"라는 제목의 일문일답 인터뷰기사다. 주옥같은 목소리 그대로 옮겨 적었다. 인터뷰 녹음을 풀었을 땐 무지막지 긴 분량이었다. 꼭 남겨야 할 이야기 중심으로 빼고 줄이는 게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 416 세월호 참사 관련 이야기도 그랬다. 바로 한 건물에 살며 언니 동생 이웃으로 살던 가족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되었다면? 세월호가 그렇게 바로 자기 일로 삶이 연루된 경우였다.
"감히 그분들만큼 큰 아픔, 슬픔에 빠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그 슬픔을 같이 겪었다. 너무 끔찍한 세월이었다. 영옥 언니가 진도에 계시면서, “뉴스에서 나오는 거 저거 다 거짓말이야”라며 진실을 알려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뜨거운 폰을 얼마나 눌러댔던지 오른쪽 집게손가락이 아파서 아직도 잘 못 쓴다.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거의 20년 가까이 지낸 지인하고 의절하는 일도 있었다."
"참사 후 며칠 안 돼서 노란 리본 이미지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쓰는데, 저작권에 걸린다고 1인당 몇백만 원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딸 학교 보내기 전에 노란 리본으로 머리를 묶어주고 뒤통수를 찍어서 그걸 지금까지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다. 못 바꾸겠다."
공익 웹진 글 그대로 링크한다.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9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