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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있어요, 민주주의 대축제 5.18전야제와 나

민주주의대축제 5.18전야제에서 이은미가 부른 애인있어요가 나를 울렸다

by 꿀벌 김화숙

애인 있어요

이은미 노래, 작사 최은하, 작곡 윤일상


아직도 넌 혼잔거니
물어보네요 난 그저 웃어요
사랑하고 있죠
사랑하는 사람있어요

그대는 내가 안쓰러운 건가봐
좋은사람있다며 한번 만나보라 말하죠


그댄 모르죠
내게도 멋진 애인이 있다는걸
너무 소중해 꼭 숨겨두었죠

그사람 나만볼 수 있어요
내눈에만 보여요
내입술에 영원히 담아둘꺼야
가끔씩 차오르는 눈물만 알고있죠
그 사람 그대라는 걸


나는 그사람 갖고싶지 않아요
욕심나지 않아요
그냥 사랑하고 싶어요
그댄 모르죠
내게도 멋진 애인이 있다는걸
너무 소중해 꼭 숨겨두었죠

그사람(나만 볼수 있어요

내 눈에만 보여요
내입술에 영원히 담아둘꺼야
가끔씩 차오르는 눈물만 알고있죠
그사람 그대라는걸


알겠죠
나혼자 아닌걸요
안쓰러워 말아요
언젠가는 그사람 소개할게요
이렇게 차오르는 눈물이 말하나요
그사람 그대라는걸




가수 이은미를 좋아한다. 내 돈 내고 콘서트 장에 가 본 몇 안 되는 가수 중 하나다. 그의 노래를 정확히 외워서 내가 부를 수 있는 곡은 하나도 없지 싶다. 그냥 느낌으로 좋다. '애인 있어요'도 여러번 들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본 적 없는 노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노랫말이 모두 나를 위한 것이었다. 유튜브 가사 찿아 틀어놓고 따라 불러보았다.


무슨 소리냐고? 지난 토요일 광주에서 일이었다. 5.18전야제에 나는 4.16합창단으로 참여했고 이은미도 중앙 무대에서 노래했다. 엄밀히 말해서 내가 이은미 공연을 직접 본 것도 아니다. 나는 이은미가 노래 부를 순서 전에 광주를 떠야 했다. 안산으로 돌아오는 합창단 버스 안에서 광주에서 노래하는 이은미를 찾아 들었고 안산 와서 자리잡고 또 찾아 음미하며 듣고 보았다.


살다 보면 이런 때가 있다. 같은 노래인데 전혀 새롭게 가슴에 들릴 때 말이다. 이은미는 광주에 와서 네 곡을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 '서른 즈음에' '가슴이 뛴다' 그리고 앵콜곡으로 '애인 있어요'를 불렀다. 한 곡 한 곡 눈물 없이 들을 수 없었다. 뭔 일일까? 나는 이 중년에 왜 눈물바람으로 이은미를 들을까?


'애인 있어요' 노랫말 때문이겠다. 곡조가 따라부르기 쉬운 것도 아니다. 흔하디 흔한 통속적 가사다. 내 맘 다 모르는 어떤 인간을 나는 애인으로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눈물 바람으로 덕에게 먼저 공유해 줬다. 나중에 느낌을 말해 보라니까, "이은미 노래는 좋아지지가 않아. 발음도 그렇고 목소리도 전달이 잘 안 돼. 서른 즈음엔 몰랐는데 지금 서른 즈음에가 좋더라. 가슴이 뛴다랑 애인 있어요가 숙이 맘 같더라."


꽝이다. 그런 거다. 사람 따라 이렇게 감각이 다른 걸 어쩌겠나.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 내 맘을 전했다. 훌쩍대며 내 맘에 너는 애인이라고. 요즘 나름 교회에서 애쓰는 그가 안쓰러워 더 그런 거 같다. 예수 당시처럼 통념적 종교의 길을 가지 않는 목회자는 그리 환대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럴수록 나는 확인하게 된다. 내가 얼마나 그를 응원하고 있으며 그의 편인지를. 우리는 서로에게 유일한 애인임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페미니스트 평등 커플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며 사는 우리다. 배우며 토론하며 무참하게 깨져가며 울며 다시 사랑하며 사는 우리를 누가 다 알겠나. 그래서 우린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날로 더 특별한 애인 관계 맞다.


광주 5.18전야제 다녀와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웹진에 이런 글을 썼냐고? 읽어 보면 알껴!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8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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