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로드, 두렵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써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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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유니콘 The Black Unicorn
오드리 로드
블랙 유니콘은 탐욕스럽다.
블랙 유니콘은 성마르다.
블랙 유니콘은 오인되었다.
그림자로
또는 상징으로
차디찬 땅을 헤치며
끌려 다녔다.
네 분노를 향한 조롱이
안개처럼 흩뿌려진 곳을,
유니콘의 뿔이 놓이는 건 그녀의 무릎 위가 아니라
커져 가는
달 구덩이 깊숙한 곳이다.
블랙 유니콘은 가만있지 못한다
블랙 유니콘은 수그릴 줄 모른다
블랙 유니콘은 자유롭지 않다.
연초 위풍당당 기세와 어울리는 오드리 로드의 대표 시 '블랙 유니콘'을 읽었다. 세상에 뿔 하나 달린 것도 별난데 검은 색이니 어디 비교할 대상이 없다. 탐욕스럽고 성마르고 오인된 존재.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 가만히 있지 못하고 수그릴 줄 모르고 자유롭지 않다.
"블랙 유니콘은 오인되었다.
"블랙 유니콘은 수그릴 줄 모른다."
시에서 가장 맘에 드는 대목이다.
여성으로 살면서 경험한 그대로다. 이 세상이, 남성으로 대표되는 세상은 징글징글하게 나를 오해하고 과소평가하더라. 나로서 살아보려고 애쓰는 것뿐인데, 바랄 수 없는 것을 욕심내기라도 하는 양, 이상하게 보더라. 성질 더럽다고 하고, 드세다고 하고, 예민하다고 하더라. 고분고분하게 하려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더라.
나는 수그릴 줄 모르는 블랙 유니콘. 미국 사회에서 여성이자 흑인에 성소수자로 블랙 유니콘이었던 오드리 로드. 이 둘의 공통점은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암이다. 오드리는 유방암 수술을 받았는데 6년 후엔 간암을 진단받고 투병하다 죽었다. 58세 젊은 나이였다. 나도 만 52세에 간암 절제수술을 받았지만, 64세인 지금까지 건강한 새 삶을 살고 있다. 영원한 아웃사이더로서 모든 차별에 맞서 싸우며 살고자 한다.
오드리는 “흑인, 레즈비언, 여성, 페미니스트, 시인, 엄마, 교사, 암 투병 생존자, 활동가” 등 자신의 정체성이 모두 존중받는 온전한 자아를 찾고자 분투했다. 생의 마지막에 아프리카 이름을 받고 죽었다. 감바 아디사Gamba Adisa, ‘전사, 자신의 의미를 분명히 보여 준 여자’라는 뜻의 이름이었다.
전사, 자신의 의미를 분명히 보여 준 여자, 수그릴 줄 모르던 오드리 로드의 목소리를 조금 더 옮겨 본다.
"나는 입을 열지 않는 여성들을 위해 글을 쓴다.(...) 그들이 그리고 우리가 너무나 겁에 질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보다 두려움의 대상을 더 존중하도록 교육받아왔다."
"그들에게 느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느낌에 대해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두렵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써 나가야 한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우리의 차이가 아니라, 그 차이를 인식하고 축하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이다."가, "내 침묵은 나를 지켜주지 못했고, 당신의 침묵도 당신을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
"주인의 도구로는 결코 주인의 집을 무너뜨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