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곶이 다리를 건너는 꿈

이건 길몽, 우리는 지금까지 잘 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 할 거야.

by 꿀벌 김화숙

260105 월 맑음 최고기온 2도


딸과 함께 건대 앞 '맛의 거리' 상가 건물 3층에 숙소를 얻어 묵고 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하는 신년 벽두 특별한 모녀 일정이다. 어제 늦은 오후 입소했고 토요일 저녁 퇴소한다. 딸이 이 근처에서 한 주간 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나는 수험생을 '뒷바라지하는 엄마' 모드로 함께다. 서울과 안산에 떨어져 살다 주말에만 보던 모녀가 이 한 주간을 숙식하며 동거하니, 날마다 오는 복이 아닌 거다.


딸의 수다 친구이자 아침 도시락 싸 주고 저녁밥 해서 같이 먹는 엄마이자 낮 동안은 운동과 집필 모드가 된다. 오늘은 시험 시작 하루 전날의 휴식을 즐기며 워밍업할 수 있었다. 모녀는 오전엔 바람 쐐며 운동하고, 이후엔 장 보고 밥해 먹고, 주변 지리 익히고, 각자 공부하고 글쓰며 보냈다.


푹 자고 일어나 과일과 커피 한잔으로 여유있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9시반 쯤 걸으러 나갔다. 화양4거리를 건너 중랑천 송정재방으로 올라가 중랑천을 오른쪽으로 내려다보며 서쪽으로 둑길을 걸었다. 지하터널이 나오길래 중랑천쪽으로 꺾어 살곶이다리를 건너갔다. 중랑천을 왼쪽으로 끼고 중랑천공원을 따라 걷다가 중랑천교를 건넜다. 서울숲으로 들어갔다가 뚝섬역으로 나와 버스타고 건대앞까지 왔다.


2시간 이상 걸으며 보니 새삼 한강이 아름다웠다. 특히 중랑천변을 이렇게 길게 걸어본 적도 없거니와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까지, 아침해와 윤슬에 흠뻑 젖으며 처음 걸었다. 40여년 전 이 근처에서 대학시절을 보내고 8년여를 살았건만, 알지 못한 풍광이었다. 그래서일까 더욱 상전벽해였다. 내 기억 속에 있는 중랑천도 성동구도 모두 허름하고 너절한 회색빛이었기 때문이다. 이 겨울에 이렇게 반짝이며 사람 살만한 곳이라니, 놀라웠다.

살곶이 다리를 건너는 느낌이 특별했다. 이전엔 그저 쇄락한 역사의 흔적처럼 보이던 다리가 오늘은 달리 보였다. 살곶이 다리를 건너며, 이게 꿈이라고 상상해 보았다. 평소엔 꿈이나 해몽에 큰 의미를 두지 않던 내가, 꿈을 꾸며 해석하고 있었다. 신년벽두의 길몽이니까.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다리를 건너는 꿈, 살곶이 다리를 건너는 꿈, 나는 신년에 멋진 한해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해몽인즉슨, 과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작이나 전환점을 맞이한다. 시대적 흐름이나 개인사에서 중요한 결정을 한다. 다리를 건너는 꿈은 복잡한 문제의 해결, 길한 인연의 만남, 중요한 여정의 시작을 예지한다. 막혔던 일이 풀리고 새 국면으로 갈 것이다. 임금도 행차했던 역사적인 살곶이다리를 건넜으니, 올핸 경계를 넘어, 도전과 변화의 길로 간다. 뜻밖의 행운이 따르는 사회적 성공의 길을 간다는 뜻이다. 바로 위풍당당의 길이렷다.


내일부터 시험보는 딸 모야와 함께 이렇게 아침햇살 속을 걸었다. 모녀가 함께 살곶이다리를 건넜다. 윤슬 반짝이는 한강을 중랑천교로 또 건넜다. 고로 딸이 시험이라는 다리를 위풍당당 잘 건넌다는 뜻이렸다. 무명 작가 김화숙이 위풍당당 글을 잘 쓰고 책이 대박날 거라는 뜻 아니겠음? 위풍당당의 해란 말씀!


딸아! 우리 삶에서 우리가 두려워 떨어야 할 이유는 백만가지가 넘는다는 거 알지? 그러나 우리가 그 두려움 따위 위풍당당 넘어설 수 있는 힘 역시 백만가지는 된다는 거 알지? 우리는 지금까지 잘 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 할 거야. 오늘 푹 자고 내일 아침 상쾌한 아침을 맞는 거야. 서울 살곶이다리를 건넌 위풍당당 모녀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