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하더라도 굴복하지 않는, 승리하더라도 자만하는 않는

6박 7일 모녀 합숙 마지막 날, 시험 마치고 나올 딸을 기다리며

by 꿀벌 김화숙

260110 토. 흐리고 바람과 눈. 4도/2도



POLSKA
„Być zwyciężonym i nie ulec
to zwycięstwo
zwyciężyć i spocząć na laurach
to klęska”
-Józef Piłsudski


폴란드
“패배하더라도 굴복하지 않는 것,
그것이 승리다.
승리하고도 월계관에 안주하는 것,
그것이 패배다.”
— 유제프 피우수츠키


뉘앙스 설명(짧게)

Być zwyciężonym i nie ulec : 졌지만 굴하지 않는 태도

spocząć na laurach : ‘월계관에 기대다’ → 성취에 안주하다, 자만하다,라는 관용 표현

투쟁, 존엄, 멈추지 않는 싸움의 윤리를 말하는 문장이야. 사진 맥락이랑도 아주 잘 어울리는 문구네.




사랑하는 모야 츄루냐!


건대 호숫가 카페에서 네가 시험 보고 있는 건너편을 바라보며 쓴다. 바람이 아침부터 제법 차게 불더니 오후로 갈수록 더 차고 세게 불고 눈발이 흩날리는구나. 4시가 넘어가니 굵은 눈송이도 날아다녀. 사람들은 웅크리고 지나가는데, 호수 얼음판 위는 하얀 눈바람이 장관을 이루며 쓸려 다니는구나.


아침에 시험장 오는 길에 우리가 들러 인증사진 남긴 비석 문구 좀 보렴. 1년 만에 다시 보는 문장인데, 또 새롭더구나. Chat-GPT 가 친절하게 설명한 거 좀 봐. 우리의 6박 7일의 대미를 장식하는 멋진 카피이자, 딸의 시험 마지막 하루와 이후의 날들을 응원하는 목소리 들리지?


“패배하더라도 굴복하지 않는 것, 그것이 승리다. 승리하고도 월계관에 안주하는 것, 그것이 패배다.”


아직 열라 시험 보느라 이 변화무쌍한 바깥 날씨를 너는 느끼지 못하겠지. 피우수츠키의 이 문장도 까맣게 잊고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겠지. 모야 츄류냐 지야! 수고 많았어. 건강한 몸과 맘으로 지금까지 온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 엄만. 잘 마치고 나와서 어서 맛있는 저녁 먹고 수다 떨고 싶구나.


시험 이전에도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는 거 알지? 35년 전 폴란드 첫해, 역사 수업에서 엄빠가 처음 알게 된 유제프 피우수츠키(1867~1935)의 목소리가 시험 기간 우리가 붙든 성경 구절과 겹쳐 들리네. 승리와 패배에 대한 피우수츠키의 태도가, 일상을 사는 자세이자 크고작은 싸움의 원리로 다가왔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근신하는 마음이니."(디모데후서 1장 7절)


비슷하게 들리니? 폴란드 역사에서 피우수츠키가 어떤 인물인지 아니? 우리의 세종대왕 이상인데, 우리 역사와 다른 점이 있어. 생각해 보렴. 폴란드는 열강들의 등쌀에 나라가 세계 지도에서 사라진 적도 있고 분할 식민 지배도 받고 다시 독립과 주권을 회복한 나라야. 그 모든 역사에 피우수츠키가 있었다는 거 알아? 독립을 위해 싸운 장군이자 군무장관이었고, 독립된 새 나라에서도 총리로 정치를 오래 했어.


우리 역사에 피우수츠키 같은 인물로 떠오르는 사람 있어?

없을 거야. 김구의 정신에, 안중근 김좌진 홍범도 같은 독립군의 행동력에, 독립된 나라의 새 지도력을 한 몸에 지니면 피우수츠키가 . 차이점 보이니? 독립을 위해 싸운 분들이 독립 후의 현실 권력으로 이어지지 못한 우리 역사 말이야. 건국의 지도자 소리를 누가 듣더라? 21세기 한국에서 친위 쿠데타를 왜 하겠니?


“패배하더라도 굴복하지 않는 것, 그것이 승리다. 승리하고도 월계관에 안주하는 것, 그것이 패배다.”

다시 땅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너는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겠지. 네가 가고 싶은 길을 바라보길 멈추지 말길 바라. 일희일비보단, 너를 두렵게 하는 게 뭔지 똑바로 알고, 그 너머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려무나.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저항했던 박정훈 대령, 별 달았다."

"12.3 비상계엄 당시 707 특임단 서울상공 진입 막았던 김문상 대령도 진급."


어제 들은 낭보 기억하지? 그동안 못 볼 꼴 많이 보면서도 꿋꿋하게 저항하고 싸운 박정훈 준장을 잊지 말자꾸나. 군사경찰 조직의 최고 선임자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소장이 맡는데 박 준장이 대리로 맡게 되는 것도, 해병대 출신 장성이란 것도 다 처음이라는구나. 12.3 비상계엄 밤에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헬리콥터의 서울 상공 진입을 불허하고 지연시킨 김문상 육군 대령의 준장 진급도 축하하자꾸나.


그 외에도 이번에 77명이 준장으로 진급했는데, 소장과 준장으로 진급한 비육사 출신 비율이 관련 기록이 있는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이라네. 여군은 2002년 최초로 여군 장군 진급자가 나온 후 이번에 가장 많은 5명(소장 1명, 준장 4명)이 포함됐대. 지금까지는 3명이 최다였다니, 축하하자꾸나. 조금씩 더디지만 세상을 변하고 있구나.


사랑하는 딸아!


네가 살아갈 미래, 엄마 때와는 다른 새 시대를 많이 상상하고 꿈꾸려무나. 박정훈 준장 같은 인물을 기억하자꾸나. 12.3을 통해 보았듯 시대는 언제라도 잠깐씩 거꾸로 갈 수 있겠지. 그럴 때마다 눈앞의 권력에 굴복할 것인가, 다가올 미래를 위해 싸울 것인가. 피우수츠키가 승리와 패배를 보는 태도로 살아갈 수 있길 기도한다.


새로운 도전 앞에 다시 서는 모야! 두려움 없는 용기로 뚜벅뚜벅 걸어가길 응원한다.


너는 그동안 참 잘해 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야. 몸과 맨탈이 같이 강건하게 완주해서 고맙구나. 자랑스럽고 믿음직한 내 딸, 최고의 동지, 새 시대를 만들 전사. 우리가 서로에게 용기가 되는 최강 모녀로 여기까지 온 게 너무 감사하구나. 패배해도 굴복하지 않을 너, 승리해도 자만하지 않을 너. 네 앞에 오는 싸움을 그렇게 싸워 나가려무나.


마침내 이 저녁을 건강한 몸과 맘으로 맞은 거 다시 감사 또 감사해. 그리고 기억해 줘. 수험생 딸과 함께 한 모든 시간 고마워. 엄마는 너로 인해 너무나 행복했다는 걸.

수고했고 사랑해 모야!

위풍당당 한걸음씩 계속 걸어가는 거야.


“패배하더라도 굴복하지 않는 것, 그것이 승리다. 승리하고도 월계관에 안주하는 것, 그것이 패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