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합숙 6박 7일 마지막 저녁 단상

건대 앞에서 모녀는 변주하며 완전 비건식으로 잘 먹고살았다

by 꿀벌 김화숙

260109. 금. 6/-5


건대 앞에서 모녀 함께 지낸 6박 7일의 마지막 밤이 깊어가고 있다. 딸은 내일로 시험 마지막 하루를 남겨 두고 공부 중이고 나는 자판을 빠르게 두드리고 있다. 모녀가 보낸 지난 여섯 번의 저녁은 이렇게 식탁에 마주 앉아 있는 풍경이었다. 공부하다 글 쓰다 수다 떨다 웃다가 보면 밤 11시가 넘어간다. 12시 전에 잠자리에 들고자 노력한다. 내일이면 드디어 끝이다.


오늘은 브런치북 『숙덕숙덕 복싱 클럽 』연재일이기도 해서 『위풍당당 일기 2026 』까지 두 꼭지 글을 쓰고 있다. 딸이 시험 보는 낮 동안은 다음 주에 있을 강의 준비도 했다. 아침엔 딸 바래주고 돌아와 잠시 운동하고 다시 나가서 조조 영화 한 편 봤다. 내일은 내일의 일기를 딸 시험 보는 동안 카페에서 쓰게 되지 싶다.


한 주간 밥하는 엄마로서 아침에 딸 도시락을 싸 주는 게 하루 시작이었다. 오늘의 도시락은 녹두야채현미죽을 만들어서 된장국과 채소반찬들을 싸 주었다. 매일 등교하는 딸과 시험장 앞까지 동행하고 돌아와서 나만의 하루를 보냈다. 오늘 저녁밥은 냉장고를 잘 털어서 정리하며 푸짐하게 먹었다.


현미밥, 콩가루부추깻잎된장국, 파래무생채, 다시마부각, 브로콜리, 당근, 올리브, 파프리카, 블루베리, 김치, 사과, 샤인머스킷. 오늘 저녁에 먹은 것들이다. 요리랄 것도 없는 단순한 식단인데 종류가 제법 많다. 완전 비건식에 익숙해진 모녀라, 재료 본연의 맛을 다양하게 즐기는 거다. 내일 딸 도시락은 들깨현미죽, 채소양송이수프와 채소 반찬에 샤인머스킷이랑 숭늉이다. 살짝살짝 변주하며 완전 비건식으로 한 주간 잘 살았다.


내일 점심용 주먹밥도 세 덩이 만들어 두었다. 내일 아침에 숙소는 체크아웃하고 딸 시험 보는 동안 학교 카페에서 글을 쓰다가 호숫가를 거닐며 먹게 되지 싶다. 캐리어는 내일 아침에 덕이 와서 가져가기로 했다. 모녀는 가벼운 백팩만 가지면 되는 거다. 딸이 6시에 시험 끝나고 나오면 둘이서 딸이 찜해둔 비건 식당에서 저녁 먹고 뒤풀이하는 것으로 6박 7일의 일정이 끝나게 된다.


매일 화숙표 비건 밥상으로 잘 먹고살았다. 아침은 안 먹으니 도시락만 준비해 주고, 본격 밥상은 늘 그렇듯 저녁 한 끼 준비하는 생활이었다. 문만 열면 음식점이 즐비한 건대 맛의 거리 숙소인데, 비건에겐 먹을 게 없는 거리였다. 있다 한들 수험생 딸과 굳이 바깥 음식을 먹을 이유도 없었다. 작정하고 숙소 얻어 밥 해 먹고 지낸 한 주간, 밥 먹을 곳 찾아 돌아다닐 일 없어 참으로 평화였다.


그럼에도 맛의 거리를 걸을 때마다 아쉬운 맘을 금할 수 없었다. 왜 이다지도 육식 식당만 많이 보이는지.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 음식 문화가 이렇게 육식주의로 천하통일되었는지. 가게 간판과 홍보물마다 붉은 고기를 어찌나 전시해 놓았는지, 그게 아름다운 그림이라도 된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눈을 가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비건 식당은 없더라도, 제발 음식에 다양성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말이다.


자, 자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