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손님이 올 때

올해도 많은 이들이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주님

by 꿀벌 김화숙

260120. 화. -3/-13


오늘 교회 벗들과 함께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어제 오후 하늘의 부름을 받고 박을용 님이 영원히 이 땅을 떠났기 때문이다. 어제 낮에 혜화에서 안산으로 와서 운동하고 저녁에 416 합창단 연습, 끝나고 밤중에 숙덕이 함께 혜화로 다시 가야 했다. 그리고 오늘 오후 다시 안산으로 돌아왔다. 올해 1월에 받은 다섯 번째 부고였다. 올해도 많은 이들이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주님.


죽음은 이렇게나 일상으로 오는 손님이다. 환한 미소 짓는 영정사진이 낯설고도 야속했다. 인생이 이렇게 훅 떠나는구나, 실감 또 실감했다. 까맣게 상복을 입은 고인의 딸과 사위, 고인의 두 손녀를 보자 눈물이 났다. 얼마나 황망했을까. 고인의 부인을 보는 맘은 더했다. 빈집이 무섭더란다. 벽에 걸린 고인의 모자를 보는데 억장이 무너지더란다. 이제 남편 없는 노년 여성이라는 낯선 새 길을 더듬더듬 홀로 걸어야 할 것이다.


12년 전 울 아빠도 2년 전 울 엄마도 다 황망하게 떠났다. 엄마가 오래 버티긴 어렵겠구나 예상했지만, 바로 그 밤일 줄 나는 몰랐다. 영덕에서 대구로 옮겨 큰 병원에 입원한 엄마를 언니와 남겨두고 나는 안산에 잠깐 다녀오기로 했다. 안산 다 와가는 기차에서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받았다. 집에 왔다가 장례식 준비해서 다시 돌아가야 했다. 죽음한테 단단히 속은 기분이던 순간이 생각난다.


박을용 님께 그랬듯, 울 엄마에게 그랬듯, 마지막 손님은 내게도 갑자기 도둑처럼 올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마지막 손님이 올 때

이해인


올해도 많은 이들이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주님

눈물의 샘이 마를 겨를도 없이

저희는 또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떠난 이들의 쓸쓸한 기침 소리가

미루어둔 기도를 재촉하곤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예고 없이 찾아올 손님인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아직 살아 있는 저희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헤아려 볼 뿐입니다

그 낯선 얼굴의 마지막 손님을

진정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을까요?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가

상상보다는 어렵더라는

어느 임종자의 고백을 다시 기억하며

저희 모두 지상에서의 남은 날들을

겸허하고 성실한 기도로 채워가게 하소서


하루에 꼭 한 번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화해와 용서를 먼저 청하는

사랑의 사람으로 깨어 있게 하소서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듯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지혜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소서


당신의 은총 없이는

죽음맞이를 잘할 수 없는

나약하고 어리석은 저의 믿음

또한 깊지 못해

깊은 회개를 미루는 저희입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의 죽음을

오늘도 함께 봉헌하며 비옵니다

삶과 죽음을 통해서

빛과 평화의 나라로

저희를 부르시는 생명의 주님

당신을 향한 날마다의 그리움이

마침내는 영원으로 이어지는

부활의 기쁨으로 열매 맺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