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나머지 한번 더 싣나요?

진보당 기관지 '평등너머' 란에 찐빵장미 이야기 두 번 싣기로 하다

by 꿀벌 김화숙

260121. 수. -5/-13


오랜만에 누군가와 의견이 부딪쳤는데 내 주장과 고집을 꺾지 않고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어쩌다 내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게 특별한 일이 되었을까. 내 뜻과 상대의 생각이 부딫칠 때 지레 먼저 양보하기 바쁘던 시절이 있어서 말이다. 이번에 진보당 기관지 '평등너머' 코너에 페미니즘 토론모임 '찐빵장미' 이야기를 싣는 건도 비슷하게 흘러갈뻔했다. 처음에 글 분량이 A4 1쪽이라 했다. 재차 확인해서 분회원 10명의 목소리를 따서 분량에 맞춰 마감했는데, 엉뚱한 소리가 왔다.


담당자: 분회장님, 너무 죄송해요. 평등너머 분량이 0.5페이지로 줄었어요. 기획기사들이 있어서...

보내주신 소감글을 반으로 줄여야 할 것 같아요. 앞에서부터 하덕 님까지 글만 이번에 넣으면 어떨까요?

너무 죄송합니다. 이해 부탁드려요.


나: 헉! 다들 한 마디씩 쓰고 줄이느라 넘 애썼는데...그럼 나머지 한번 더 싣나요?

분량을 정확히 알려 주시지ㅠㅠㅠ

다음 달 나머지 분들 목소리로 찐빵장미 글 한번 더 간다면요. 다음 달에 토론 목록과 나머지 소감 넣어서 다시 0.5쪽으로 싣기로 해요.


어제 오후 6시 넘어 이런 톡을 주고받았는데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밤이 지나갔다. 담당자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겠지, 이해하며 찐빵장미 단톡방에 이 내용을 알려뒀다. 그리고 오늘 10시가 넘어 톡이 왔다.


담당자: 네^^

다음 달 분량도 이번과 같을 수 있어요. 글이 길면 안 될 것 같아요.


나: 넵! 클리어!

감사합니다


그렇게 10명의 분회원들이 한 마디씩 쓰고 줄이고 수고한 소감은 두 번 나눠 모두 기관지에 싣게 됐다. 쉽게 수그리지 않고 다 싣자 주장한 내가 맘에 든다. 나만 위한 고집이 아니었다. 분회원들의 귀한 목소리를 날려버리기 아깝고, 찐빵장미 이름이 아까워서였다. 진보당 전국 유일의 페미니즘 토론모임이라면서 그 정도 지면도 할애하지 못한단 말인가. 다음번 실을 땐 남성동지 소감 한두 개 추가해볼 생각이다.


A4 한 장 찐빵장미 벗들의 소감글을 긁어 올린다.


집단지성 찐빵장미 만세!


‘찐’-보당 안산 상록위원회, ‘빵’-노동과 먹고사는 현실, ‘장미’-삶의 존엄과 성평등을 함께 공부·토론하며 실천하는.” 찐빵장미는 이런 분회다. 성평등, 집단지성, 그리고 상호평어를 지향한다. 분회장은 기록하고, 분회원들이 자기 목소리로 찐빵장미의 1년을 들려준다. (화숙)


* 한 달에 한 번 찐빵장미 분회가 건네는 해방감을 맛본다. 특정 책이나 영화를 선정하지만, 그 안에 항상 내가 있었다. 안전한 공간 안전한 사람들과 함께 내 안에 있는 나만의 느낌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한다. 찐빵장미 모임은 아주 작은 생각과 느낌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희연)


* 찐빵장미는 어찌나 빨리 돌아오는지, 정신없는 일상에서 헉! 벌써? 하곤 했다. 책이 어려울 땐 숙제로 느껴졌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토론에선 부끄러움과 쾌감을 함께 느꼈다. 회원들도 그랬다니, 재미있었다. 돌아보면 다양한 나이대의 목소리를 듣는 게 가장 귀하게 느껴진다. 다른 견해를 들으며, 정답은 없구나 싶으면서도, 내 목소리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재석)


* 찐빵처럼 말랑ㆍ달콤ㆍ따듯함이 있는 곳, 배려와 존중을 평어로 해내고, 비건 뒤풀이가 만들어질 때 장미처럼 따끔함도 느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우리 깃발을 만들었던 것! 찐빵장미 깃발을 흔들며 윤의 탄핵광장에 함께할 때 자랑스러웠다. 평어와 비건식이란 긴장이 있지만 '실천'으로 이끈다는 맥락에서 찐빵장미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레몬)


* 찐빵장미에서 참여자들은 성차별로 인한 괴로움을 거침없이 토로한다. 가부장문화로 외면당했던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서로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들 속에서 존중하고 존중받는 법을 배운다. 남성들은 무의식에 새겨진 남성적 우월감을 지적받아도 발끈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강요당한 남성성의 실체를 조금씩 깨우쳐 나간다. 차별적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평어를 쓰며 새로운 문화를 상상하고 만들어간다. (정숙)


* 남자들이 많이 오길 기다렸다. 다른 페미니즘 토론모임 두 군데에선, 남성이 없거나 둘셋, 자주 나 혼자라 아쉬웠기 때문이다. 나도 짝꿍 화숙이 멱살 잡고 끌고 오다시피 해서 꾸준하지, 혼자는 어려웠을 것이다. 찐빵장미엔 남녀 수가 비슷하고 남성 출석률도 좋다. 무참히 깨지면서도 페미니즘을 배우는 남성들에게서 내가 용기를 얻는다. 찐빵장미 만세! (하덕)


* 20대부터 60대까지, 남녀 비슷한 성비, 서로 존중하는 소통 분위기, 늘 열어놓는 문이 찐빵장미의 매력이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로 한 토론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사회의 모습을 내가 얼마나 당연하게 알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나 깨달았다. 모든 차별에 반대하며 환골탈태하고 있는 찐빵장미 친구들을 토닥여주고 싶다. (짱아)


*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외친다, 좁고 어두운 우물에서 나오라고. 우물 밖으로 나와보니 막상 우물 안이 편하고 익숙했던 거 같다. 하여 도로 들어갈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왕지사 페미니즘을 만나기 전엔 우물 안과 밖의 차이도 모르고 살았을 것이므로, 기한 없는 긴 여정을 찐빵장미와 함께 해볼까 한다. (명철)


* 욕하면서 닮는다고 가부장제에서 우리는 피해자이자 본의 아니게 가해자가 된다. 교차 페미니즘으로 확대하면 그 관계성은 더 복잡해진다. 이 직면 과정에 대다수는 당황한다. 숨은 그림처럼 익숙한 시스템에서 문제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찐빵장미의 페미니즘은 사적인 이야기로 쭈뼛하며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새 인권과 성평등으로 활기차게 올라간다. 그렇게 찐빵장미는 모두의 든든한 뒷배가 된다. (경옥)


* 찐빵장미는 자유다. 나는 지금 반여성, 반평등적인 언사에 한 번만 참고 말한다(전에는 다섯 번씩). 발언을 독점하는 사람에겐 ‘말 그만하라’고, 배우자가 좋은 이유가 부모와 아이에게 잘해서란 사람에겐 ‘끔찍하다’고 말한다. 찐빵장미가 진보당에 지진을 일으키길 바란다. (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