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틀벨을 들고 스쿼트와 사이드밴드 하는 날
260119. 월. 0/-3
"저 많은 캐틀벨 중에 내가 들고 할 수 있는 건 6kg더라."
칠이 벗겨진 24kg짜리나, 묵직해 보이는 16kg짜리들 사이에 케틀벨마다 12, 10, 8, 6, 저마다 숫자 이름표가 적혀있다. 이 중에 자기에게 맞는 걸 하나 두 손으로 단단히 잡아 가슴께 들고 고블릿 스쿼트 20개, 한 손에만 들고 사이드밴드 좌우 각 10개씩 한다. 이어서 바닥에 매트를 깔고 등에 받침을 대고 뒤로 누웠다 일어나 앉는 싯업 20개, 배를 깔고 엎드려 상체를 들어 올렸다 내리는 백 익스텐션 20개. 오늘의 훈련 과제다.
저 많은 케틀벨 중에 내가 들고 할 수 있는 건 6kg 뿐이었다. 12kg을 들고 해 보니 연속 스쿼트 5개가 힘들었다. 10kg도 8kg도 비슷했다. 이건 무리겠다, 안 되겠군. 마지막 남은 가장 작고 귀여운 6kg를 집어 들었을 때야 내 몸과 잘 맞는다는 느낌이었다. 천천히 풀로 20개씩 스쿼트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허벅지와 엉덩이의 근육과 소통하며 3세트까지만 채웠다. 5세트까지 하면 몸이 너무 힘들어할 거 같아서다.
6kg, 나를 지키는 가장 적당한 무게,라고 하면 좀 과장일까?
복싱 체육관에서 나는 같은 시간대에 운동하는 사람들 중에 최고령자에 거의 매일 유일한 여성이다. 젊은이들은 대체로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많고, 내 또래는 두 달째인 오늘까지도 없다. 10명 정도가 같이 운동하는 날도 있었지만 압도적 다수는 청년들이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운동해 보니,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는 맛이 있었다. 젊은이들과 내가 감히 비교하랴 경쟁하랴, 나는 내 몸에 맞게 하는 맛이었다.
힘센 남자는 24kg를 가뿐하게 들고 스쿼트를 쉽게 하는 모습을 나는 구경한다. 내 몸이 감히 그런 걸 흉내 낼 생각조차 없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아는 것. 그게 바로 부상을 막는 최고의 가드(Guard)이기도 하다. 6kg는 나를 약하게 보이게 하는 게 아니었다. 거울 앞에서 케틀벨을 들고 스쿼트하는 내 모습을 계속 볼 수 있는 즐거움.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내 분수대로 땀 흘리는 나를 보는 즐거움이었다.
인생도 그런지도 모른다. 남의 눈에 그럴듯하게 보이려 애쓰지 않고 나로 살 수 있을 때가 가장 자유롭고 행복하지 않던가. 내 손에 딱 맞는 일을 잡고 내 몸과 호흡을 잘 맞추며 살기.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조금 더 근육이 단단해지는 것. 가장 가벼운 케틀벨 6kg을 무시하지 않는다. 언제쯤 내 몸에 근육이 8kg를 들고 하게 될지 기대하며 위풍당당 즐겁게 운동하는 내가 좋다.
근력운동, 꾸준함이 실력이다. 위풍당당 화숙이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