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님이 효자네요!

2060 모자가 파주로 하루 여행을 떠나다

by 꿀벌 김화숙

260203. 화. 파주, 맑고 화창하고 온화함. 오후 6시 현재 5도


막내아들 석이와 함께 파주에 와서 오늘의 위풍당당 일기를 쓴다. 직장 3년 차 새해를 맞은 아들이 모자 둘만의 하루 여행을 기획해서 떠나온 여행이다. 안산에서 아침 9시 반부터, 딱 내 스타일의 하루 여행을, '아들 덕에' 호사를 누리고 있다. 오후 5시부터는 클래식 음악이 빵빵 울리는 음악다방에 왔다. 아득한 대학 시절 이후 아마 이런 음악다방은 처음이지 싶다. 여행 마지막 코스로 조용히 글 쓸 음악다방까지 포함하다니, 정녕 놀랍다.


3060 모자의 파주 여행 일정을 시간별로 간략 정리해 본다.


- 9시 30분 석이 승용차 운전, 나는 조수석, 안산 출발

- 11시~ 12시: 파주 심학산 아래 도착. '심학산 도토리 국수'에서 점심. 도토리 쟁반국수 29,000+ 도토리수제비 15,000+ 옥수수 막걸리 1병 5,000원= 49,000원

- 12시~ 13시: 심학산 '약천사'산자락길 산책

- 13시~14시: '김경오 따순기미 파주출판단지 직영점' 하천이 내려다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커피 아메리카노 2, 두바이쫀득쿠키1, 말차쫀득쿠키1, 인절미 쑥떡쑥떡빵, 통밀바게트= 25,000원

- 14시~ 16시 '열화당 책박물관' 방문. 정혜경 큐레이터와 함께 전시와 책 구경 12,000원*2+ 책2권, 『전라선』16,200월 『아흘람 시블리 사진집』17,100원= 57,300원

- 16시~ '문발리 우리 술연구소' 방문. 사장님과 우리 술 이야기하고 '심학산 막걸리' 500ml 6병 구입. 7,000*6=42,000원

17~ '카메라타 황인용 뮤직스페이스' 음료 포함 입장료 15,000*2=30,000


오늘 여행에서 내가 느낀 점을 정리해 본다.


첫째, "어머니를 모시고 오셨네요." "아드님이 효자네요." 오늘 들은 가장 인상적인 말이다. 책 박물관에서도 우리 술연구소에서도 비슷한 요지로 들었다. 사람들은 성인 아들과 엄마 단둘이 다니면 "아들하고 여행하니 보기 좋네요" 라거나 "모자 데이트 부럽네요"보다는 '아들이 어머니 모시고 여행하니 효자네요'라 말한다. 처음 듣는 게 아닌데도 낯설었다. 그러나 인정한다. 좋은 아들이고 말고. 아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운전하고 일정과 비용을 다 책임졌고 나는 즐기기만 했으니, 맞는 말이다.


둘째, 엄마 스타일을 알고 딱 맞춤형 여행을 기획한 아들의 감수성을 보았다. 나한테 뭐 하고 싶냐 묻지도 않고 자기가 알아서 기획했으니 말이다. 자연과 사람과 문화가 어우러진 여행이었다. 낯선 지역으로 떠나되, 채식에, 책과 역사와 도슨트와의 대화에, 지역 술에 음악다방에서 글 쓰는 시간까지. 집 나설 때 "엄마, 노트북 가져가도 돼. 엄마 글 쓸 수 있을 거야."라길래 노트북 챙겨 왔더니, 이런 멋진 마무리가 기다릴 줄이야.


셋째, 아들 눈치 안 보는 엄마와 엄마를 통제하지 않는 아들을 확인했다. 다큰 자식과 중년 엄마 사이에 관점의 차이가 없을 수 있겠는가. 특히 성인 아들과 마음이 통하길 바라는 건- 언제부터인가 - 과한 욕심일 수 있다. 이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아들이란 나이 든 제 엄마가 낯설거나 불편하기 쉽거든. 더구나 이 페미니스트 엄마와 여행이라니, 누구한테나 말 걸고 질문하지, 위풍당당 멋대로 즐기거든. 평화와 자유의 모자 여행이라, 감사 또 감사다.


넷째, 직장 생활 잘하고 자기 삶을 잘 사는 자식이 새삼 고맙다. 오늘 여행을 기록하고 정리해 보니 아들이 쓴 돈이 기름값 빼고도 20만 원이 넘었다. 그런데 나 솔직히 하나도 부담되거나 미안한 맘이 안 들고 즐겁다. 따로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려운데 같이 즐거운 여행이라니! 직장 생활 만 2 년한 자식이 엄마 위해 하루 풀코스로 쏘겠다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아들의 마음과 여건이 고마울 뿐이다.


아~ 현재 시각 저녁 7시 35분.

음악 좋고 맘 편하고 계속 쓰고 싶은데,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위풍당당 화숙이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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