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채식 점심 집밥

막내아들과 모처럼 함께 장보고 함께 뚝딱뚝딱 요리하다

by 꿀벌 김화숙

260202. 화. 간밤에 하얗게 눈 쌓임. 1/-5


"와~~ 유튜브 좋구먼. 남자 요리사를 따라 요리하는 남자!"


막내아들 석이 유튜브를 켜놓고 아욱된장국을 준비하는 걸 지켜보며 나는 수다를 떤다. 아욱을 소금에 문지르며 준비하는 것부터 내가 하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석은 척척 따라 하며 즐겁게 대답한다.

"응 그냥 찾아서 따라해 보는 거야."

엄마랑 함께인데 유튜브를 보며 요리하는 아들 곁에서 나는 왜 살짝 자격지심이 들까. 한 번도 아이한테 요리는 이래 한다 저래 한다 가르친 적이 없다는 게 왈칵 깨달아지는 순간이다. 복잡하게 손 많이 가는 방식을 따라 하는 아이가 신기하다. 나는 끓는 물에 소금 한술 투척하고 시금치를 넣으며 말한다.


"근데 말이야, 엄마는 이렇다 할 레시피를 제공할 만한 음식을 한 적이 없는 거 같지 않아?"

묻고 보니 정말 그랬다. 내가 과연 '정석대로' 음식을 한 적이 있었나, 회의적이다. 아이들 어릴 땐 뭐라도 해먹이겠다고 용을 쓸 땐 집에서 기름 냄새를 풍긴 적은 있었다. 하지만 채식으로 살아온 지난 10여 년을 돌아볼 때, 점점 더 단순한 방식으로 먹는 거 같다. 아들이 내 맘을 알고 거든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요샌 유튜브 있잖아. 대신 우리 엄만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먹는 정신을 가르쳐 줬지."

먹는 정신이라, 나는 더 캐묻지 않고 시금치를 건지며 속으로 휴~ 안심한다. 괴식 타령하던 큰 놈이 잠시 떠오르고, 내 맘을 잘 알아주는 작은 아들이 고맙고 든든하다. 나는 수다를 내쳐 떤다.


"생각해 보니 엄만 뭐든 정해진 틀에 나를 가두려 한다 싶으면 싫었던 거 같아. 음식 할 때 특히, 왜 꼭 그렇게 해 먹어야 해? 난 이렇게 해 볼 거야. 요리라도 내 멋대로 하고 싶었나 봐."

아들이 "맞아"라고 맞장구친다. 음식을 내 멋대로라, 이 대목에서 얼마든지 대화는 산으로 갈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란 걸 나는 안다. 엄마 요리가 난해했네, 괴식이었네, 품평하는 말을 들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막내는 그런 말 한적 없는 아이다. 대신, 엄마는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정신을 가르쳐 주었단다. 시금치를 무치며 나는 또 감동하며, 내멋대로 채식, 건강하게, 자연에 가깝게 먹도록 배웠다는 소리로 이해한다.


아욱된장국, 야채볶음, 콩모듬강황조림, 시금치무침, 김치, 구운 김, 당근, 파프리카, 샤인머스킷, 현미밥.


모자가 뚝딱뚝딱 준비한 100% 채식 점심 밥상이 푸짐하다. 아욱된장국과 야채볶음은 석이 만들었고 콩모둠강황조림과 시금치무침은 내가 했다. 내 멋대로 콩조림이라 해야 맞다. 불린 병아리콩에 냉동실에 있던 생땅콩과 초록완두를 섞고 역시 냉동해 뒀던 황금숙 누런 호박 과육을 함께 삶았아. 강황과 소금으로 풍미를 더해 졸였다. 향기 진동 콩모듬조림이다. 소금 한꼬집과 참기름 한 방울만으로 무친 시금치가 달다.


방학이라 출근하지 않는 아들과 함께 하는 100만 년 만의 특별한 점심이었다. 이 육식 천하에서 이토록 평범한 채식 집밥을 이렇게나 맛있게 젊은 아들과 즐길 수 있다니! 내 자식이지만, 어언 10년 고기도 해물도 없는 순 채식 집밥을 먹는 젊은이가 대견하다. 채식 요리까지 즐기니, 이제 결혼 후엔 희야와 함께 채식생활을 잘 할 게다. 젊은 부부가 함께 뚝딱뚝딱 채식 집밥 해먹으며 알콩달콩 사는 게 그려진다.


위풍당당 채식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