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유, 자기주도적으로 생각하며 천천히 걷는 길
올 여름이면 내가 간암절제수술 후 어언 12년이다. 자기주도적 자연치유 실천가요 작가요 활동가로 중년의 길을 걷게 될 줄 이전엔 상상하지 못했다. 내 책『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생각비행, 2022) 를 통해 수많은 독자들과 연결되고 동병상련의 마음을 나누며 길동무가 될 수 있었다. 건강과 의료라는 미로에서 헤메고 고생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 돌아가는 비밀도 더 알게 됐다. "누구나 한번을 길을 잃고 누구나 한번은 길을 만든다." 카피 그대로, 길을 잃기도 하고 길을 만들기도 하며 싸움하는 이야기다.
1. B형 간염 독자에게서 받은 e-mail
언젠가 작가님 글을 읽고, 단식하며 B형 간염 항체 생기면 좋겠다 생각만 하다 이제야, 네이버를 뒤지고 뒤져서 작가님 글을 찾아왔어요. 전 제픽스를 10년 넘게 먹다 내성이 생겨 바라클제로 바꾼 지 6년째입니다. 갑상선저하증까지 생겨서 고생하고 있어요. 이렇게는 안될 듯하여 문의드립니다....
2. 독자 메일에 내가 쓴 답장
제게 문의해 오는 간벗들께 한결같이 드리는 부탁이 있답니다. 자연치유란 게 정해진 모범처방이 있는 게 아니더군요. 그 누구도 아닌 환자 자신이, 환자의 마음과 몸이 스스로 의사가 되는 길이 말하고 싶어요. 현대의료 시스템에 익숙한 우리에겐 좀 낯선 말이죠. 병원 가면 환자는 컨베어벨트 위에 얹어진 물건 같고 의사와 병원이 하라는대로 따르잖아요. 하지만 자연치유는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거든요..
자연치유는 결코 대증적이지도 만병통치약도 아니라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제가 뭘 알고 한 건 아니었어요. 몸이 스스로 깨어나 비인간적인 병원 시스템에 분노하니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몸이 원하는 길을 찾아야 했답니다. 제 책『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생각비행, 2022)가 나온 후 많은 메일을 받았어요. 선생님처럼 항바이러스제를 오래 복용하지만 몸이 더 나빠진 경우를 통해 현대의학의 한계를 절감하였고요.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 우선 뭐가 좋은지, 그걸 알고 싶어하더군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고요. 저는 그런 즉답을 갖고 있지 않아서, 조금 돌아가더라도 책을 보시고 스스로 찾으시길 조언했어요. 효소 단식도 그 어떤 자연치유도 결코 만병통치약은 아니니까요. 사람따라 형편따라 같은 음식 같은 약이라도 반응이 다를 수 있고요, 마음과 몸 상태에 따라, 관점과 태도에 따라, 과정도 결과도 다를 수 있으니까요.
생활습관과 몸에 익은 익숙한 것들을 바꾸지 않고 효소만 먹으면 병이 낫는다? 절대 그런 기대 마시길요.
효소단식은 대증치료법이 아닐뿐더러, 혁명에 가까운 실천이라 할 수 있어요. 단식의 원리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거든요. 낯선 질문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치유법이랍니다. 그래서 저는 급할수록 돌아가란 말이 있듯, 선생님께 먼저 책을 읽고, 책에 나오는 책으로 가지를 뻗어 스스로 공부해보시길 응원합니다.
그 후에 또 대화할 수 있길 기대하며 제 전화번호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꿀벌 김화숙
3. 출판사를 통해 온 종편 건강프로그램 출연 제안 e-mail
저희 프로그램은 과거 건강하지 않았을 때의 사연을 재연 드라마로 재구성하고, 현재 건강을 유지하는 일상을 팔로우하는 구성물이고 또 당사자가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해 MC(배우 @@@ 님, *** 님) 및 전문가들과 이야기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요즘 흔한 건강 프로그램처럼... 협찬품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1시간 내내 협찬품만을 노출하거나, 건강의 모든 비결이 협찬품 하나라고 몰아가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간암>을 주제로 준비하고 있는데요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의 저자이신 김화숙 님을 저희 프로그램에 모시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4. 제안을 거절한 후 내가 쓴 메시지(제작사 작가의 통화로 직접 들어 보니, 건강한 내 일상을 영상으로 찍는데, 협찬품을 내가 먹는 장면도 포함하고 있었다. 역시나였다. 내 몸과 맘이 마치 건강 보조식품 먹어서 건강해진 양 시청자를 속이는 프로였다. 아무리 돈이 궁해도 그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건강 이야기며 중년의 몸 이야기 진심으로 관심 있고 꾸준히 탐구하며 글을 쓰는 작가로서 출판사 사장님한테 연락받고 또 반가웠어요. 어떤 내용일지 알면서도, 혹시나 다른 길일지 기대하면서 말이죠. 제가 참 좁은 길을 가나 봐요. 상업적인 건강 프로와 제품 홍수 속에 떠밀려갈 환자들을 생각하니 살짝 또 슬퍼지려 해요. 그래도 작가님과의 통화 느낌이 나쁘지 않았어요. 이런 연결도 인연인데 행복한 상상을 못 할 이유는 없겠죠. 혹시 알아요? 같은 고민을 나눌 좋은 기회가 올지? 혼자만 알고 계세요. 오늘 작가님한테 한 게 이런 상업 프로 제안 거절만 벌써 4번째랍니다.ㅠㅠㅠㅠ
5.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와 엄마에게 자연치유 책 『테라피스트』를 선물한 날 쓴 일기
오늘 한 벗에게 책 한권을 선물했다. 4년 전에 사 두고 여태 못 준 책이었다. 주지 못했다기 보단 줄까말까 망설이고 계산하느라 시간이 흘렀다고 해야 맞다. 그동안 몇 번 책 생각을 했지만 또 접곤 했다.
드디어 미뤄둔 숙제를 한 기분이다. 좋은 책은 혼자만 알기 보단 벗들에게 추천하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재미 백배다. 그렇게 하고 싶은 책을 벗에게 선물할 때 얼마나 행복한가. 그런데 진입장벽이 있는 자연치유 책을, 하필이면 아토피로 고생하는 벗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문제였다.
이 책을 지금 선물하는 거 맞나?
책 내용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불편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책이 제시하는 길을 내가 강요하는 거라고 벗이 오해하면 어쩌지?
책을 받고도 안 읽고 싶어하면 선물이 다 무슨 소용인가?
그렇게까지 생각할 건 없었는데, 내 안의 두려움에 발목이 잡혔던 거 같다. 절판된 책이라 시중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내겐 너무도 소중하고 귀한 책이라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두려움, 책 한권 선물이 그렇게도 두려워할 일이었을까. 책을 읽고 안 읽고는, 그 책 내용을 받아들이고 말고는 그 벗의 일이지 내 관여할 바가 아니었다. 아토피 완치를 원하는 벗의 기도에 마음을 보태며 나는 책을 선물하면 되는 거였다.
선물한 책은 표병관의 의료소설『테라피스트』(몸과 문화, 2011)였다. "우리 몸에 숨어있는 100명의 의사를 깨워라."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자연치유력을 회복해야 병이 낫는다고 말하는 책이다. B형 간염 보유자로 만성 간염 35년 앓고 50대에 간경화 진단을 받은 저자가 단식을 비롯한 음식요법으로 B형간염항체를 얻고 병을 완치한 이야기다. 나도 이 책을 통해 단식과 자연치유를 실천했고 같은 치유를 경험했다. 더구나 단식으로 아토피가 낫는 사례도 잘 소개돼 있어서 아토피 가족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었다.
자연치유 실천가로서, 단식과 음식 요법이란, 사람들에게 진입장벽이란 거 솔직히 인정한다. 무얼 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조심스러운가. 온갖 패스트푸드와 육식에 익숙한 가족이 아토피 치료를 위해 식생활을 바꿀 것인가, 그걸 내가 왜 예단하느냔 말이다. 음식 요법 해야 한다고, 단식을 해 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책을 줄 수 없었고 입을 다물곤 했다.
아토피 완치를 위한 벗의 기도에 동참하며, 행동으로 아토피 치료법이 나오는 자연치유 책을 선물했다. 책으로 야기될 불편은 어쩔 수 없는 거다. 두려움을 넘어 위풍당당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다.
사랑하는 소희와 가족에게!
이것만이 길이라는 건 아니고
이런 길도 있다는 걸 나누고 싶었어.
가본 적 없는 길에서 만나는
뜻밖의 친구도 있고 선물도 있지.
너의 아토피 완치를 기도하며.
화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