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봉의 어머니가 썰었다는 그 떡은 어떻게 생겼을까?
260213. 금. 흐림. 11/1
낮 최고 예상 기온 영상 11도에, 미세먼지 회색 하늘, 봄이 다가오는 징조였다. 그 속에섣 내 마음은 쾌청한 하늘이었다. 덕분에 엄청나게 긴장되는 큰 이벤트를 즐겁게 잘 치를 수 있었다. 뿐아니라 하루동안 참 많은 일을 하고 운동에 글쓰기에 설 떡국떡도 썰었다.
만나고 포옹하고 듣고 먹고 웃고 말하고 기뻐하고 꿈꾸고 상상하고 보고 배운 모든 것 인해 감사합니다!
오늘의 큰 이벤트란 막내 아들 석이와 짝꿍 희야가 양가 부모를 초대해 만나는 상견례였다. 7월에 결혼식이니, 두 젊은이들 겨울방학 동안 해야 했다. 덕은 서울에서 약속장소로 오고 나는 안산에서 석이랑 차로 갔다. 1시에 종로 모처에서 비건 한식으로 여섯 사람이 두시간 만났다. 아이들이 기획하고 진행하고 돈 쓰고 다 했다. 살아온 삶도 하는 일도 경제적 형편도 다 다른 사람들이 자식들 덕에 서로 사귀는 기회였다.
만남은 즐거웠지만 돌아오는 서울길은 불금인양 막혔다. 긴장된 이벤트를 마쳤으니 운전하는 석이 얼마나 시원하게 달리고 싶은지, 답답해 하는 게 보였다. 차 밀리는 서울로 차를 끌고 왔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즐겨 보자." 나는 졸다 깨서 아들에게 주문했다. 모자 대화하며, 희야한테 온 전화 수다떨며 나는 편히 왔지만 석이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주말 내가 서울 갔다 와서 설을 쇠자면 오늘 장을 좀 봐야 했다. "피곤하면 오늘은 들어가고 내일 장 볼까?" 슬쩍 물어보았다. 답은 정해진 질문이었다. 집근처 마트 들러 나는 장을 보고 아들은 차안에서 잠시 쉬었다. 장보따리 들고 4층으로 낑낑 올라오니 7시. 석이는 머리가 띵하다며 눈 좀 붙이러 들어갔다. 보따리 풀지도 않고 둔 채 나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복싱 체육관으로 직행했다.
저녁시간이라선지 복싱 체육관 공기는 땀냄새와 젊은이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10명 정도 운동하고 있는 사이에서 유일한 흰머리 아줌마, 20분 러닝머신 걷고 줄넘기 2세트 셰도우 복싱 3세트 한 후에 글러브 끼고 지도자의 개인지도를 받았다. 어제 빼먹은 복싱이라 오늘은 더 달콤하고 절실하게 땀흘렸다. 쨉쨉 원투 스트레이트 레프트훅 라이트훅 샌드백을 쳤다. 그리고 마무리로 싸이클 5분 밟았다.
운동에서 돌아와 씻고 아들과 늦은 저녁을 먹었다. 9시가 넘었지만 아직 쉴 때가 아니었다. 잽싸게 그저께 뽑아둔 가래떡을 떡국떡으로 썰었다. 내가 혼자 썰기 시작하니 석이 도마 하나 더 가져와 곁에서 썰었다. "엄마 체력 좋네." 아들이 말했다. 가래떡 그냥 두고 주말 서울 다녀오면 너무 굳어서 썰기 힘들거든. 둘이 하니 금방 끝났다. 석이 말했다. "생각보다 가래떡 썰기 어렵네. 칼질한 손에 물집 생긴 거 같아 엄마." 그럴게다. 긴 하루 수고 많이 했다잉.
그나저나 한석봉이 엄마가 썰었다는 떡은 어떤 떡이었을까? 옛날엔 이런 가래떡 기계는 없었을 테고 손으로 쳐서 만든 가래떡이나 절편이었을까? 그런데 우리처럼 한석봉 모자는 같이 떡 썰어 봤을까? 그 엄마는 꿈에도 그런 생각 못했겠지. 아들한텐 오로지 공부 공부 했을 테니까. 그 엄마 손에만 물집 잡히고 굳은살 생겼을 테고 한석봉 손은 기생 오라비 손이었을 게다. 아, 그렇게 키우면 아들이 말 안 통하는 한남 됩니다잉.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