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가 만난 나를 위한 응원 문구
260212. 목. 흐림. 9/-2
"만드는 건 소질보다 끈기와 집요함."
어제 서울 세운상가 육교 위에서 눈에 들어온 문장이다. 소질보다 끈기와 집요함. 육교 난간에 붙은 광고 문구 앞에 걸음을 멈추고 한참 서 있었다. 무얼 광고하는 문구인지는 내게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그럼 그럼. 소질보다 끈기와 집요함으로 날마다 글 쓰고, 날마다 복싱하고 있지."
요즘 매일 끈기와 집요함을 생각하는 중이었거든. 나를 아는 누군가가 내건 응원문구 같았다. 내가 모르는 것 투성이인 서울 거리에서,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외래어들 천지에서, 그런 친절한 문구라니.
언제부터일까, 나는 타고난 소질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거 같다. 대신 마음이 끌리는 쪽으로 몸이 움직일 때, 그리고 거기 집중력을 발휘할 때, 그게 재능이고 소질이라 생각하게 됐다. 지금 내가 무엇인가를 끈기와 집요함으로 계속하고 있다면 그게 재능 아니고 뭐냐, 반문하게 됐다.
과거의 나는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말을 듣는 아이였다. 그러나 엄마의 반대로 중학교 졸업하면서 미술부를 하지 않게 됐다. 형편상 미술을 계속 하기 어렵단 판단으로 맘을 접었다. 이후 나는 한 번도 그림을 구경은 할지언정 하고자 맘 쓰지 않았다. 그림 소질이 있었나 궁금하지 않았다. 반면 글쓰기는 끈기와 집요함으로 20년 이상 붙들고 있다. 더 알고 싶고 더 잘 쓰고 싶어 오늘도 쓴다.
복싱도 그렇다. 젊은이들 하는 거 보고 있노라면, 내 흐물흐물한 동작이 부끄러운 순간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건 찰나요 나는 끈기로 연습한다. 지금 내 몸이 나는 좋다. 이 몸이 만들어내는 동작도 다 좋다. 복싱 배우기 참 잘했다, 날마다 나를 칭찬한다. 삶은 소질보다 끈기와 집요함이다. 위풍당당 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