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쓰기 보다 시 한편 읽고 필사한다
260220. 금. 맑음. 14/-1
이 세상은 현실일까 꿈일까?
여기 말고 다른 외계는 있을까?
그는 외계로 갔을까, 천국으로 갔을까?
오늘 48세로 고인이 된 한 남자의 장례식장에서 그런 질문을 했다.
인생이 너무 짧아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가 그토록 힘쓰고 애쓰며 해온 활동들은 무슨 의미로 남을까?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두 딸은 아빠란 존재를 얼마나 기억하게 될지,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는 어쩌면 외계로 갔을지도 모른다. 그의 죽음이 외계로부터 온 답신일까? 위풍당당 추모행사 마무리 인사하는 고인의 부인이야말로 외계로부터의 답신이었다.
외계로부터의 답신
강성은(1973~ )
어떤 날은 한밤중 세탁기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오지
냉장고에서도 가방 속에서도
심지어 변기에서도
어떤 날은 내가 읽은 페이지마다 독이 묻어 있고
내 머리털 사이로 예쁜 독버섯이 자라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죽지 않고
어떤 날은 미치도록 사랑에 빠져든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어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병들어가고
어떤 날에는 우주로 쏘아올린 시들이 내 잠 속으로 떨어졌다*
어쩌면 이것은 외계로부터의 답신
당신들이 보낸 것에 대한 우리들의 입장입니다
*2004년 11월 스웨덴에서 북유럽의 시인들이 모여 외계인을 상대로 시 낭송회를 열었다. 26광년 떨어진 항성 베가를 향해 무선 방송으로 시를 쏘아올렸는데 그곳의 독자들에게 도달하려면 2054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