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고 생각하지 말자
260303. 화. 흐리고맑음. 13/2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도 나를 잘 몰라."
말로는 수도 없이 그랬지, 나는 나를 잘 모른다고.
그러나 내가 이렇게나 나를 모르고, 모른다는 것도 모르고 있을 줄이야.
지난 겨울을 옴팡 글쓰기로 보내고 봄의 문턱에 다다라서 알게 된 진실이다.
하루 다르게 기분이 널뛰기를 하고 세상이 답답해 보이고 내 모습이 내 맘에 안 들었다.
그저 싫증 잘 내고 변화를 좋아하는 내 변덕이 끓고 있으려니 했다.
그게 집필노동에 따르는 스트레스와 소진 신호일 수 있다는 걸 간과했다.
내가 나에게,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닫고 있었다는 말이다.
몸과 마음이 자유를 원한다고 아우성 치고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라지만, 엄연히 육체적 정신적 중노동이었는데
글감옥에 갇혀 어디로든 튀어나가고 싶고 훨훨 날고 싶어하는데.
그걸 집필노동에 따른 스트레스로 이해해 주지 못했다.
글쓰기는 과연 낯선 나를 만나는 여행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안다고 생각한 내게 미안하다.
내가 잘 모르는 나, 내가 미처 주목해주지 못한 나를 만나서 반갑다.
돌봄과 위로와 칭찬을 원하는 나를 토닥토닥.
힘든 맘 알아달라는 내 눈을 바라본다. 포옹한다.
부려먹지만 말고 쉼과 충전과 이완의 시간을 갖도록 할게.
그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덕쟁이 괴팍스런 예술가로 인정할게.
이번 책 마무리하고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
볕 좋은 길가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며 죽치고 앉아 있자꾸나.
지나가는 사람 구경 풍경 구경 바람 구경하자꾸나.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하면서도 쏘다니자꾸나.
어느 길로 가야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