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섣달 꽃 본 듯이

미국 조지아에 취업해 갔던 벗이 반년만에 급 영구귀국했다

by 꿀벌 김화숙

"흩어져 있는 우리 책벗들 여성의 날 축제에 함께 못해서 아쉽다. 제주의 현주, 미국의 경은, 바다건너 3.8소식 좀 전해주길 바라~ 난 오늘 종일 광장에서 취재 관찰 만남 연대의 축제를 즐길거야."


요렇게 책살림 단톡방에 남긴 게 그저께 토요일 아침이었다. 책살림은 안산의 나와 경숙, 미국에 경은, 제주에 현주, 넷이 한 달 한 번 줌으로 토론하는 모임이다. 어언 10년이 된 토론모임인데, 처음엔 얼굴 보는 모임이었지만, 코로나를 통과하며 줌이 일상이 됐고, 이후 벗들이 여기저기로 이주하며, 온라인이 일상이 됐다.


작년 여름의 끝자락에 경은이 아이 둘 데리고 미국으로 갔다. 그의 남편이 조지아에 취업하면서 급작스레 온 식구 미국행이 결정된 거였다. 부랴부랴 살림이며 자동차며 다 정리하고 집은 전세 주고 떠난 후 우리는 시차 때문에 밤 9시에 줌으로 만나 토론했다. 어언 6개월이 되는데, 경은이 지난 달 이달 소식이 없이 조용했다. 미국 생활 잘 적응하고 바쁘려니 했다. 미국 3.8소식 올 줄 알았는데 오늘 오후 놀라운 소식이 올라왔다.


경은: 책벗들아 안녕? 내 신상에 변화가 있어 알린다. 3월1일자로 한국에 영구귀국했어. 2월초 남편이 미국의 회사를 관뒀고 급히 귀국을 진행하게됐어. 이제 막 전셋집 들어가서 애들 학교 세팅중이야. 살던 자이 옆동에 전세얻었어. 남편은 과로...등등으로 인한 공황장애 증상이 있었어.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안정적이고, 난 휴직이라 울집은 백수 2명이네. ㅎㅎ 사실 마스크랑 모자쓰고 다닐만큼 그냥 조용히 있고 싶은데 책벗들한텐 말해야할 듯 해서.


경숙: 그렇구나 아저씨가 많이 힘드셨겠네 경은도~ 계획대로 되지않는게 인생이지. 그래도 경은이 가까이 왔다니 반갑기도 하다. 일단 푹 쉬고 좀 편해지면 얼굴 보자~금요일 토론때도

경은: 응 정말 계획대로 안 되는게 인생이네 ㅎㅎ

현주: 헉….그 사이에 엄청난 일들이….우야둥둥 잘왔어 ㅠㅠ 잘 추스리고 보자.


화숙: 헉! 우째 조용하더라 궁금했는데 소식 고마워. 어서와~~ 웰컴 !!! 고생했다 경은. 세상에 세상에! 계획대로 안 되는 인생 정말 애썼다. 애들 건사하랴, 경은 몸과 맘 잘 추스르고 얼릉 보자잉!

경숙: 그래 우린 환영해~~^^

나: 인생 어렵다 그자?

경은: 이제 조용히 살래 ㅎㅎ

현주: 그렇다고 인생, 너무 매울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ㅠㅠ


인생 너무 매울 필요는 없는데.... 꽃길만 가겠다는 것도 아닌데... 뜻대로 안 되는 인생 참 야속하다. 해외취업 떠나서 6개월 못 채우고 영구 귀국할 줄 생각이나 했겠는가. 멀리 떠나 힘든 일 겪고 급 귀국할 결정하고 오기까지 마음 고생 몸 고생 많았을 거다. 그럼에도 벗이 안산에 돌아왔으니, 나는 기쁘고 반갑다. 당황했을 벗과 그의 가족을, 노란 루드베키아 꽃 보는 사진으로 환영한다!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반갑다. 에라이~~ 트럼프 하는 짓 보면, 미국 떠난 건 잘 된 일이다. 인생 참 알 수 없고, 어렵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본 듯이 날 좀 보소.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