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창경궁 돌담길은 아름다웠다

작업에 쫓기며 연일 서울의 늦은 밤길을 걷는다

by 꿀벌 김화숙

260314. 토. 흐림. 13/5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창경궁 앞에서 1102번 버스를 내렸다. 의정부 경기도청북부청사 앞에서 타고 왔다. 버스에서 내려 혜화까지 오는 길에 모처럼 창경궁 돌담길을 따라 걸어왔다. 심야라 사람이 드문 길, 가로등 빛 아래 호젓한 밤길을 모녀 둘이서 걸었다. 딸이 돌담길 걷는 내 뒷모습을 사진 찍어 주었다.


의정부에 간 건 오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아카이빙 에디터 6기 발대식과 교육이 있어서였다. 딸과 함께 간 건 딸 도움을 받아야 해서였다. 1시부터 4시까지 나는 교육받고 딸은 도청 근처에서 혼자 점심 먹고 작업했다. 이후엔 함께 만나 근처 홈플러스 푸트코트에서 비빔밥 이른 저녁을 먹고 그 옆 스타벅스에서 10시 넘도록 함께 있었다. 둘이 나란히 노트북 놓고 나는 글 쓰고 딸은 내가 맡긴 작업 하면서.


내가 글 마감에 쫓겨 딸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월요일까지 접수 마감해야 하는 상주작가 지원 신청서를 써야겠는데 내가 도저히 시간이 안 됐다. 몇 년간 기회를 보던 일이라 올핸 경기도 내 몇 군데 지원해 보기로 했다. 일 잘하는 딸에게 번번이 부탁하는, 참 손이 많이 가는 작가 엄마다. 내가 넘겨준 이력서와 그동안의 활동 내용들 정리된 파일들에서 내용을 옮겨 신청서에 채우는 일을 딸이 해주었다.


단순 작업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단순 작업만은 아닌 일이었다. 신청서 양식에 맞게 채우는 거야 내용을 잘 갈무리해서 채워 넣으면 된다지만, 결국 작가를 잘 어필하는 소개와 강의 및 프로그램 계획서 등은 내가 쓰는 게 맞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딸이 나를 잘 알기에 나만큼 잘 써줄 수 있다는 걸 믿었다. 딸은 내게 묻고 나는 답하고, 나는 계속 내 글을 쓰고 딸도 자판을 부지런히 두드렸다.


5시간이 너무 짧아, 내 글도 딸이 맡은 작업도 다 미완인 채로 돌아와야 했다. 시간은 늘 부족하고 내 글쓰기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버텨주는 내 몸이 고맙고 도와주는 딸이 고맙다.

가로등 불빛 아래 한밤의 창경궁 돌담길은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