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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Jan 16. 2021

간장병 나는 이렇게 고친다, 코오다 미쓰오

단식과 소식, 현대의학으로 낫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간장병 나는 이렇게 고친다>(코오다 미쓰오, 형설, 2006)



제목을 보고 있으니 부엌 찬장에 있는 양념 간장병이 떠오른다.


요즘 집간장 맛 즐기는 사람 많지 않을지 모르겠다. 전통 간장이 그렇듯 간이라는 장기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간이란 알고 보면 진짜 진짜 대체 불가능한 장기요, 없으면 바로 죽음과 연결된다. 하는 일도 아마 장기 중에 가장 많고 중요하고 치명적일 거다. 그만큼 병도 많다. 내가 무지와 무관심과 홀대로 간을 대해 온 결과가 간장병(肝腸病)이라 말한다면? 100% 단정하긴 어렵지만, 부정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나는 가끔 부엌에서 간장병을 쥐면 나도 모르게 내 간장도 떠올린다. 우상복부에 손을 대고 쓰다듬어 주곤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도 이어서 떠오른다.


간장병을 "치료한다"가 아니고 "고친다"라는 표현 때문이겠다. 은근히 내 마음에 드는 '고친다'라는 말. 소 잃고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게 맞지 않나? 암 고쳐야지, 소를 잃었으니 외양간을 부숴 버려? 이제라도 잘 고쳐서 다시 소를 키우면 되는 거다. 간을 생각한다. 간은 어지간히 망가져도 말이 없는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제때 간장병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말이다. 대신 간장병, 고칠 수 있다는 소리도 된다. 소 잃고라도, 이제 훨씬 업그레이드된 외양간으로 고칠 수 있는 게 간장병이다.




"간장병 나는 이렇게 고친다."


이 문장이 은근 내 인생을 대변하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간이 침묵의 장기이듯 나도 침묵의 인생이었다. 내 주변 그 누구도 이 말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도 안다. 그만큼 겉과 속이 다른 삶을 살았다고 해야 겠다. 진짜 자기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길 나는 극도로 두려워했다. 조심하며 다른 사람 살피며 감정노동하는 걸 내 재능인 줄 알았다. 자기 생각을 부정하고 목소리를 삼키면 평화가 있었으니까. 그게 나로 사는 건 줄 알았다. 그러나 침묵의 장기가 어느 날 암으로 꽥! 소리 질렀을 때, 나도 내 목소리를 되찾았다.



맞다. 간장병을 고치며 나는 인생도 업그레이드로 고쳤다. 가족력 B형 간염 보균자. 그건 내 평생의 주홍 글씨로 달고 살 운명인 줄 알았다. 그러나 간암 수술 후 자연치유라는 새 길을 가게 된 건 복이었다. 내 몸의 치료 주체로 내 목소리를 내가 듣게 된 것도 복이었다. 창조주가 부여한 내 몸의 자연치유력을 믿게 되었다. 자연식과 단식과 운동의 힘을 믿었다. 결국 몸이 스스로 B형간염 항체를 만들어냈다! 나는 간장병을 고쳤다. 늘 피곤하고 개체력으로 허덕이던 내가 강철 체력이 됐다. 감기 몸살은 모른다. 옛사람을 고치고 새 사람이 살고 있다.



내 간장병을 고친 자연치유는 내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인류의 숱한 선배들이 내놓은 지혜의 축적이었다. 그 길을 내가 발견하고 따라갔을 뿐이다. B형 간염 보균자도 간암도 단식으로 치료될 줄 내가 상상인들 했겠는가. 참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내 힘과 시간이 늘 제한적이다. 아직도 간장병에 관해 길이 안 보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체념하고 포기하고 절망하는 환자들을 생각한다. 나를 고친 것처럼 내 작은 글쓰기가 누군가를 고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하며 열심히 자판을 두드린다.








<간장병 나는 이렇게 고친다>는 '건강 혁명 니시 건강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자연치유로 암을 다스리는 건 결코 이상한 괴짜들이 하는 게 아니다. 세계 거의 모든 문화권에 엄연히 있는 인류 보편의 자연의학이다. 일본 자연의학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게 니시 요법 또는 니시 의학이다. 니시 의학의 창시자는 니시 가츠오 선생이다. 코오다 미쓰오는 바로 니시 가츠오의 제자가 되어 니시 요법을 연구했다. 도쿄의 와타나베 쇼(渡邊正) 박사와 함께 니시 건강법의 2대 거봉이라 일컬어진다.



코오다 미쓰오 박사(1924~2008)를 조금만 알고 넘어가자. 그는 어릴 때부터 병약하여 자주 휴학해야 했다. 간장병, 위장병 등의 만성병으로 고생하다가 26세 때에 11일간의 단식을 행하여 건강을 회복했다. 단식에 숨겨진 치유력을 체험하면서 니시 건강법에 과학을 접목하여 연구하게 됐다. 오사카대학 의학부에서 영양학도 연구했다. 1955년 야오시에서 커오다 의원을 개원했다. 니시의학을 한 단계 발전시킨 코오다 의학을 체계화하여 50년간 병원에서 임상으로 수만 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성과를 올렸다.



코오다 의학은 단식과 생채식, 소식 요법을 기본으로 한다. 그의 의학을 식의(食醫), 오라(aura) 진찰, 신의(神醫)라고 하는 이유다. 그는 식사요법을 중심으로 하는 일본 종합의학회의 회장을 지냈다. 암은 물론 현대 의학이 치료하지 못하는 각종 난치병 환자에게 그는 아침은 먹지 않고 1일 2식 하게 했다. 식사는 소식으로, 생채식을 점점 늘려 처방했다. 그 외에도 냉온욕, 풍욕, 붕어운동, 모관운동 등 니시 요법의 자연 운동법을 치료적으로 적용하게 했다. 생채식과 단식 소식 관련 책을 여러 권 남겼다.






<간장병 나는 이렇게 고친다>는 코오다 미쓰오 박사의 치료법을 공개한 책이다. 본인이 어려서부터 간장병으로 고생했고 병원이 하지 못한 치료를 니시 요법으로 완치 경험했다. 책은 그가 어떤 식으로 간장병을 치료했는지 처방과 치료 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에게서 간장병을 치료받은 환자들의 체험기를 함께 담고 있다. 책의 표지가 책을 다 요약하는 셈이다. "현대의학으로 낫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간장병 나는 이렇게 고친다"



알고 보면 세상엔 병을 고치지 못하는 의사가 많다. 현대의학으로 낫지 않는 병이 많다는 말이다. 내 경우도 B형 간염 보균자로 평생 사는 팔자인 줄 알았다. 자기 몸도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무지하게 그냥저냥 살았다. 그러나 암 수술 후 재발의 두려움에 직면했다. 간염 보균 상태로 사는 한 간암이 재발하지 않는단 보장이 없다는 현실이 참담했다. 그동안 병원이 B형 간염 보균자 관리를 엉터리로 한 걸 깨닫게 됐다. 현대의학은 B형간염을 치료할 능력이 없었으니까.



<간장병 나는 이렇게 고친다>는 간장병에 집중한 책이다. 간장병의 종류만 옮겨 보겠다. 급성간염, 만성 간염, 지방간, 간경변증, 알코올에 의한 간 장애, 간장암, 그 밖의 간장병, 둔중 간장(간 기능 저하증) 목차에 나오는 간장병의 원인 몇 가지를 보자. 피부 기능의 약화, 과식·포식, 유해식품 및 약물, 안일(운동 부족), 걱정 등의 정신적 스트레스. 원인을 보면 해결책이 보인다. 코오다 의학이 왜 소식과 단식을 중심으로 하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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