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팽목항에서

팽목항에는 오늘도 거친 바람이 불고 있었다

by 꿀벌 김화숙

260331. 화. 맑음. 17/10


3월 마지막날 진도 팽목항에 와서 근처 호텔에 들어왔다. 탈고기념 및 4월맞이 여행이란 이름으로 떠나온 1박2일 짧은 여행의 첫날이었다. 세월호팽목기념관과 팽목항 등대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하루였다. 안산과 서울에서 보다는 봄기운이 훨씬 진하게 느껴지는 남도의 밤이 고요히 깊어가고 있다.


몇 년만에 간 팽목항에는 오늘도 바람이 쉬지 않고 불고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기억 책임 약속"이 커다란 노란리본과 돌에 새겨져 있었지만, 노란 깃발들로 세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세월호팽목기억관에 지킴이로 와 있는 세월호 유가족 엄마들을 만나 반갑게 포옹했다. 단원고 2학년 9반 조은정 엄마 박정화 님과 10반 권지혜 엄마 이정숙님이었다. 어찌나 반가운지, 한 시간 이상 웃으며 수다떨다 헤어졌다.


벌써 12주기다. 그 힘들고 모진 세월을 버텨온 엄마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안아주고 또 안아주는 것뿐이었다. 처음 시작할 땐 내가 세월호 가족들을 위해 뭔가 한다기보다는 내가 살려고 그랬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그것뿐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내 심신이 더 아프고 병이 도질 거 같아서였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더 힘을 얻고 치유받는 걸 고백하게 된다. 숙덕이 함께라서 더 두터운 연대의 손을 잡는 시간이었다.


내일은 목포 신항에서 또 세월호 가족들을 볼 수 있으려나.


팽목항

박재옥


진도 팽목항에 가보니

아이들의 묘비 같은 빨간 등대와

거친 바람 살고 있었다


아직 눈 감지 못한 혼들이

깃발로 매달려 나부끼고 있었다

잊지 말라고

먼저 간 저희 잊지 말라고


진도 팽목항에 가보니

아이들과 함께 떠난 젊은 선생들의

비통한 사랑 노래

거센 물살로 흔들리고 있었다


아직도 눈물로 떠돌고 있는

젊은 혼들의 아우성 파도치고 있었다

잊지 말라고

먼저 간 아이들 뜻 잊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