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산재보험과 안전규정 확보를 위한 1만 인 선언문

예술가의 생명을 담보한 무대를 멈춰라

by 꿀벌 김화숙

260422. 수. 맑음. 20/6


숙덕 함께 서울로 특별한 음악회를 다녀왔다. 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에서 오늘 저녁 7시, 예술인안전을지키는사람들 주관의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음악회'였다. "기억을 넘어 희망으로: 우리가 부르는 안전한 내일"이라는 주제로, 고 박송희, 고 안영재를 기억하며.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 주간 행사였다.


음악가들이 모두 재능기부로 공연해 준 고마운 음악회였다. 나도 회원으로 있는 단체라 소액이나마 개인후원으로 함께했다. 프로그램에 실린 '예술인 산재보험과 안전규정 확보를 위한 1만 인 선언문'을 옮겨 적어 본다. 나도 예술인으로서 연명에 참여했고, 글쓰기를 위해 취재와 인터뷰 다닐 때, 합창단 공연 다니며, 산재보험을 종종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용을 숙지하며 연대의 맘으로 한 자 한 자 타이핑한다.



예술가의 생명을 담보한 무대를 멈춰라


예술은 한 시대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며,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근간입니다. 그러나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 예술인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여전히 위태롭기만 합니다. 리허설, 무대 제작 현장,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의 철거 과정까지, 우리가 마주하는 일터는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안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더 이상 동료를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예술가 또한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권리를 선포하기 위해, '예술인안전을지키는사람들(예지사)'의 이름으로 '1만 인 서명 운동'을 시작합니다.


무대는 '성역'이 아니라 '노동 현장'입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무대 연출가의 꿈을 꾸다 스러진 고 박송희 님, 합창 단원으로서 무대를 지키다 사고를 당한 고 안영재 님, 그리고 무대 설치 철거 현장에서 반복되는 비극적인 사고들까지. 이들의 죽음은 개인의 불운이 아닙니다. 예술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안전보다 예산 절감을 앞세워 온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방치한 결과입니다. 리프트, 조명, 무대 전환 설비와 같은 고위험 장비가 가득한 공연예술 현장에서, 단기 계약과 불안정 고용에 놓인 예술인들은 오늘도 책임의 공백 속에서 각자도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첫째, '예술인'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예술노동자에게 노동자 지위와 고용 안정을 보장하십시오.

프리랜서와 특수고용 형태가 주를 이루는 예술계의 기형적인 고용 구조는 산재보험 적용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입니다. 프로젝트 단위의 계약 관행 속에서 안전관리 책임은 늘 모호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공방 끝에 예술가 개인만 희생됩니다. 실연자와 무대예술전문인 모두가 정당한 노동의 주체로 인정받아야 하며, 사고와 고용 불안의 공포 없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시 고용 체계를 확대하고 법적 보호망을 강화해야 합니다.


둘째, 예술인 산재보험의 '당연적용'과 모든 문화예술노동자에 대한 '전면적용'을 즉각 시행하십시오.

프리랜서와 다름없는 영세 예술단체나 예술가 개인에게 보험료와 안전 책임을 사실상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입니다. 정부는 국가 책임형 산재보험을 도입하고, 산재보험료는 실질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도록 해야 합니다. 실효성 잇는 보상 체계를 마련하여 모든 문화예술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당연적용' '전면적용'해야 합니다. 아울러 보험 적용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대지급금 제도 적용'도 즉각 시행해야 합니다. 동시에 공연장은 단순한 대관처가 아니라, 시설주로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는 안전 표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국공립 공연장은 안전 격차를 해소하고, 고위험 장비를 다루는 인력에 대한 법적 보호를 명문화해야 합니다.


셋째, '무대감독' 중심의 공연장 통합 안전관리 체계를 법제화하고, '공연장 안전 규정'을 '공연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해 전문인력 배치를 의무화하십시오.

현재 많은 공연 제작 현장에는 특정 파트의 감독만 있을 뿐, 공연 전 과정을 총괄하며 안전을 책임지는 '무대감독'의 역할이 부재하거나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컨트롤타워가 없는 현장은 곧 사고의 현장입니다. 그동안 '공연안전 규정'이라 불려 온 기준들은 더 이상 내부 지침이나 권고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공연장(무대) 안전 규정을 '공연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해 법제화하고, 공연장 규모와 유형에 따라 전문 안전관리 인력의 상시 배치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또한 무대예술전문인에게 독립적인 안전 권한과 실질적인 작업중지 권한을 보장해야 합니다.


넷째, 공연예술 현장의 실무적인 '통합 안전 매뉴얼'을 마련하고, 현장 중심의 교육 체계를 보완하십시오.

단순한 캠페인이나 형식적인 지침은 생명을 구하지 못합니다. 제작 단계부터 설치, 리허설, 공연, 철거까지 전 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표준화된 '통합 안전 매뉴얼'을 마련하고, 공연예술 현장 점검과 권고 사항이 실제 작업 과정에서 작동하도록 실무화해야 합니다. 또한 예술인과 문화예술노동자가 자신의 권리, 산재보험 적용 범위, 보상 절차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행정 안내와 교육 체계를 대폭 보완하여, 현장에서 실제로 체감되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예술인의 노동은 관객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고도의 전문기술과 육체적 노동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노동이 더 이상 희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제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예술인안전을지키는사람들(예지사) 1만인 서명'은 예술인의 노동안전이 곧 창작의 자유이며, 우리 사회의 품격임을 증명하는 연대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