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 시작해 춤으로 끝난 하루
260423. 목. 맑음. 25/5
"춤은 영혼의 숨겨진 언어이다."
내가 좋아하는 현대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이 남긴 말이다. 사람이 몸을 써서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많지만, 가장 아름답고 멋진 예술 몸짓이 춤이다. 보이지 않는 영혼의 언어라니, 오늘 내 영혼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춤으로 말했다. 그래, 오늘 같은 날을 '춤으로 시작해 춤으로 끝난 날'이라 해야 맞다.
아침 10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셔플댄스를 배웠다. 함께크는여성울림 회원들 스무 명 가까이 함께, 평생학습관 강당에서 하는, 12주 셔플 강좌 첫날이었다. 우리 애들이 한창 셔플 추고 놀 때가 있었는데, 그때 조금 따라 해 본 이후 처음이다. 중년의 몸이 못 따라갈까, 폴짝대지 못할까, 우려 없지 않았다. 까이꺼 복싱도 배우는데 셔플 댄스 못하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단톡방에 비슷한 목소리들이 그랬다.
"강사님, 완전 몸치도 셔플 가능하도록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네 충분히 가능해요. 박치 몸치 전혀 상관 안 하셔도 됩니다. 내 몸에 맞는 셔플댄스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즐기면 최고 아닐까요~"
"네 즐겁고 신나게 셔플하고 싶어요."
그랬다. 중년에 몸치 아니라 자신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춤이잖나. 음악에 따라 몸을 맡겨 보는 거다. 후끈후끈 열이나고 땀나게 따라가는 것만으로 신나고 즐거웠다. 셔플 댄스(Shuffle Dance), '발을 끌다(Shuffle)'라는 뜻대로, 음악에 맞춰 발을 미끄러지듯 끄는 게 매력이었다. 짧은 스텝을 반복해 뛰는 듯 끄는 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1980년대 후반 호주 멜버른 언더그라운드에서 유래했다니 젊은 춤인 셈이다.
오늘 첫날 배운 건 많이 본 셔플 대표 동작 런닝맨 스탭이었다. 달리는 사람 같은 움직임이다. 발을 끌어오기만 하면 런닝맨 글라이드, 달리듯 발을 들었다 내리면 거닝맨. 옆으로 가면 런닝맨 사이드 이동, 뒤로 가면 런닝맨 백 이동. 이래저래 응용해 다 같이 움직이는 재미가 좋았다. 긴바지 운동복과 긴소매 티셔츠를 입었더니 땀나고 덥고 감기는 느낌이었다. 다음 주엔 더 가볍게 입어야 할 거 같다. 12주 강좌 후에 내가 얼마나 셔플을 잘 추게 될지 기대된다. 춤추는 목요일엔 복싱 체육관은 빠지게 될 거 같다.
저녁엔 합격춤을 추었다. 우리 딸이 기다리던 제15회 변호사 시험 합격 소식을 받은 날이라서다. 로스쿨 졸업할 때 초수, 작년에 재수, 그리고 올해 삼수로 본 변시였다. 딸이 드디어 수험생 신분을 벗고 이제 사회로 나가게 된 게 기뻐 눈물이 났다. 대학 졸업하고 9급 공무원으로 3년 일하고 때려치우고 간 로스쿨, 3년 마치고 수험생 2년 더하는 동안 나이 서른셋이 된 딸. 오늘로 나도 드디어 수험생 엄마 졸업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인강도 학원도 없이, 자기 주도적 공부로 끝내서 감사합니다. 돈 없는 부모의 딸로서 로스쿨 도전한 용기, 3년간 국가장학금 기회, 2년간 스스로 도시락 싸다니며 공부할 성실과 체력과 건강과 집중력 감사합니다.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사람, 살고 싶은 삶을 꿈꾸게 하심 감사합니다. 올해 막내 석이 결혼에 딸 취업하면, 이제 내 인생 독립만세! 더 자유롭게 춤출 내 인생 감사합니다!
이 밤에 나는 감사와 기쁨의 합격춤을 계속 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