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어제는 내 글 조회수가 급증한 날이었다. 하루 동안 30,620을 기록했고 전체 조회수는 56,574를 찍었다. 등록된 글 60, 메거진 작품 8, 구독자 42. 그동안 쓴 글 60개를 조회수 순으로 3만대 조회수를 맨 위로 정렬해서도 보여준다. 같은 글이 21회 공유되었고, 오늘 아침에도 6천을 넘어 계속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다.
내 글을 읽는 독자의 존재를 살아 움직이는 숫자로 확인한 하루였다. 당황, 흥분, 의문, 궁금증, 그리고 질문....
내가 통계 숫자를 좋아하느냐고? 그게 바로 지금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계로 거짓말하기는 쉬워도, 통계 없이 진실을 말하기는 어렵다."라고 했던가. 통계로 내 글쓰기를 말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통계라는 녀석이 끼어들어, 내 글을 간섭하고 분석하고 통제하는 거 같았다. 브런치 조회수 급증, 이게 분명 처음 일은 아니건만 어제 하루는 단연 통계의 하루였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첫 번 조회수 급증은 브런치 시작하고 1주 차, 작년 12월 초에 있었다. "체온 1도 높이면 면역력 5배"로 조회수 7천을 기록한 날, 얼마나 놀라고 신기했던지. 그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 "단순 소박한 자연식 밥상 vs 자취생 요리"에 1만 조회수를 넘겼다! 다시 어리둥절, 자연식에 대한 관심일까 자취생 요리에 대한 관심일까, 알 수 없었다.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그렇게 많다는 게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 후 하루 100-200을 오르내리는 글쓰기가 이어지다가 어제 갑자기 조회수 3만을 돌파했다.
나는 '숫자에 약한' 사람인 줄 알았다. 책을 읽어도 사람들과 대화를 해도, 숫자는 늘 어려운 정보였다. 죽었다 깨어나도 숫자를 정확히 기억하고 전달할 순 없으리라. 숫자와 통계에 대한 내 기본 태도였다. 그런데 어제는 그게 아니었다. 통계로 시작해서 통계로 마친 하루였다. 통계란 녀석이 나를 끌고 다닌 것 같다.
친절하고도 똑똑한 숫자 알림이 계속 울려대는데 무관심할 재간이 있을까? 브런치 생태계 파악도 제대로 안 된 왕초보 작가에게 통계는 막강한 힘이었다. 나도 모르는 나를 파악하고 분석해 주는 빅브라더같았다. 내 글이 얼마나 읽혔는지, 어떤 검색어로, 어떤 경로로 독자가 유입되었는지, 시간마다 분마다 알려주는 게 숫자였다.
나는 정말 숫자에 약한 사람이었던가?
불쑥 솟구치는 물음이었다.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고 글쓰기에만 집중하리라 생각했더랬다. 그러나 숫자는 내가 무시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애당초 내가 잘못 생각했던 거 같다. 학창시절 수학을 좋아하고 잘 하지 않았던가. 그럼 숫자에 둔감하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거지? 내가 혹시 나를 속였던가? 적나라한 현실을 알고 싶지 않아서, 글쓰기 통계 숫자도 짐짓 거리를 두는 척 했을 뿐이었다.
인정한다. 나는 결코 숫자에 둔감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숫자가 무서웠을 뿐이다. 조금 전 클릭했는데 잠깐 사이에 또 궁금해지는 통계, 클릭하면 또 다시 춤추고 있는 숫자. 그런 통계를 지켜본 적 있는가? 브런치 작가 되기 참 잘했다. 내가 이런 경험을 어디서 하겠는가. 나는 숫자에 무심한 사람이 결코 아니었다. 그것만은 분명했다.
조회수 3만을 찍고 오늘 다시 1만 고공행준 중인 글은 "돈의 속성, 최상위 부자가 말하는 돈에 대한 모든 것"이었다. 오늘 나는 그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독자들은 이 글에서 도대체 무얼 읽었을까? 그게 알고 싶어서였다. 혼자 짐작할 뿐,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쉽지 않은 '돈 이야기'를 가볍게 쓴 글이라 그랬을까? 내겐 그랬다. 나같은 금융 문맹을 기죽이기 보다 감동시키는 인문학적이고도 실용적인 책이었다.
<돈의 속성> 발췌 한 대목을 예로 가져와 본다. 돈에 대한 내 태도를 잘 짚어주고 있어서다.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경멸하면 부자가 될 첫 문을 닫는 것이고 돈을 그렇게 함부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돈의 노예가 된 상태다. 돈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고, 돈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하고, 돈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돈 때문에 아이를 못 낳고, 돈 때문에 부모를 돕지 못하고, 돈 때문에 늙어서 일을 찾아야 하고, 빚을 얻으러 다니는 것이야말로 돈의 노예 상태다. 그렇지 않은가! <돈의 속성> 148-149쪽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경멸하며 살던 사람, 바로 나였다. 지금도 솔직히 자유롭지 못하다. 돈을 함부로 생각하는 사람 또한 맞다. 돈은 잘 모른다, 숫자에 약하다,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 고로 김승호 저자에 의하면 나는 돈을 함부로 한 사람이고, 돈의 노예 상태다. 인정 또 인정한다. 나는 돈 때문에, 해 보기도 전에 안하기로 맘 먹는 데 천재적인 사람이었다. '돈'은 그런 점에서 브런치 '통계'와 아주 닮은 점이 많았다.
오늘의 조회수는 어디까지 갈까. 숫자와 통계를 넘어 글쓰기는 나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