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하세요?

좋아하는 시인에게, 먼 데 벗들에게 요즘 안부를 보냅니다

by 꿀벌 김화숙


요즘 뭐 하세요?


문정희(1947~ )



누구나 다니는 길을 다니고

부자들보다 더 많이 돈을 생각하고 있어요

살아 있는데 살아있지 않아요

헌 옷을 입고

몸만 끌고 다닙니다

화를 내며 생을 소모하고 있답니다

몇 가지 물건을 갖추기 위해

실은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있어요

충혈된 눈알로

터무니없이 좌우를 살피며

가도 가도 아는 길을 가고 있어요





"요즘 뭐 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니?"

오늘 아침 이런 인사 어떤가요?

이런 인사 언제 마지막으로 들었나요?

제겐 먼데 사는 친구의 안부처럼 반갑게 들려요.

문정희 시인을 좋아하는 독자라서겠죠.

때론 망설이고 조심하는 말이라서일까요?

요즘 뭐하냐 묻지 못할 때가 제겐 있더라고요.



12년 째 아침마다 시 읽는 친구들 덕분이에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1년 365일 매일 시 한 편 올라오는 방이 있거든요.

시를 골라 올려주는 친구 덕분이라 해야겠네요.

동서고금 남녀노소 시인들을 경계 없이 만나요.

어떤 날은 조용히 읽기만 하고,

어느 날은 왁자지껄 같이 떠들기도 하고요.

<요즘 뭐하세요?>는 어제 올라온 시였어요.



저는 성정이 좀 수다쟁이라 글이 길어지곤 하죠.

그런데 읽는 글은 긴 글 짧은 글 뭐든 좋아해요.

시는 시로 읽는 맛이 있고 장편은 장편대로

그리고 사람마다 글마다 얼마나 다른 맛인지요.

세상엔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죠?

책상에 쌓여가는 읽을 거리는 도무지 줄지 않아요.

읽다 만 책, 읽을 책, 다시 꺼내 놓은 책,

토론할 책, 글 쓸 책, 신문, 정기 간행물들....

보고 싶은 영화는 왜 또 이리 많은 거냐고요.

건강 생각하자니 잠 안 자며 읽고 볼 순 없어요.

그러니 아침마다 잠깐 읽는 시, 너무 달콤해요.





어젠 안산 CGV에서 조조 영화를 봤어요.

<아이엠 우먼>, 헬렌 레디 전기 영화죠.

이미 지난 주에 딸하고 한 번 보고 토론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마구 추천하고 싶겠죠.

짝꿍과 조조 잡아 놓곤 친구들에게 떠들었죠.

한살림 토론 모임 '책살림' 친구들한테요.

코로나 때문에 못 만나고 온라인으로만 토론하니

얼굴 잊어버리겠다, 번개 한 번 치자, 영화 볼래?

시간 되는 두 친구가 나! 번쩍 손들어줬답니다.

어제 모처럼 코로나를 뚫고 수다 좀 떨었겠죠?

요즘 뭐, 이렇게 지낸다고요.



작년말부터 제가 책읽네 글쓰네 브런치 작가네

요즘 거의 매일 글 한 꼭지씩 쓰며 살고 있죠.

사람 좋아하고 만나고 떠드는 것 역시 좋아해요.

어제 같은 번개가 그걸 잘 보여주거든요.

영화보고 밥은 짝꿍과 넷이 먹고

짝꿍은 보내고 세 책벗들이 차마시며 떠들고

여운을 즐기며 햇볕 아래 걸어서 집에 왔어요.

저녁엔 짝꿍과 <아이엠우먼> 이야기했고요.

딸도 합류해서 또 한 번 영화 토론이 이어지고.....

뭐, 요즘 어떻게 지내냐길래 말입니다.

이런 영화는 다시 글쓰며 즐기게 되겠죠.



아! 그저껜 <주가급등 사유 없음> 책을 받았어요.

출판사 서평단으로 지원해서 선정됐거든요.

읽고 열흘 내로 서평 쓰자면 머리에 쥐나겠죠.

332쪽짜리 경제경영 분야 신간을 덤비다니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라니까요.

요즘 이런 책 읽고 쓰냐고 묻지는 말아 주세요.

전혀! 완전 충동적인 결정이었으니까요.

새해 경제기사 읽기 개미 눈물만큼 하다보니

제 음모는 단순했답니다.

모르는 분야는 이런 '장치'에 기대서 배우자.



요즘 경제 금융 글 잘 쓰는 사람들 참 많죠.

세상 잘 아는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요.

제가 감히 거기 끼어들 맘 같은 건 없어요.

모르니까, 궁금하니까, 들여다 보는 거죠.

전혀 모르는 이런 사람이 이런 책을 읽을 때,

뭘 보고 깨우치게 될지 그게 궁금할 뿐이죠.

까만 건 활자고 하얀 건 종이? 그럴지도.

이건 블로그 친구들 덕분에 저지른 일이었어요.

일종의 무식용감, 지름신이 강림한 거였어요.

맞아요. 딱, 지름신이었네요.






지름신 나온 김에 말입니다.

"요즘 뭐 하세요?" 시에 보이는 거 같잖아요.

맨날 충혈된 눈으로 돌아다닌다는 게 뭘까?

쇼핑으로 같은 길을 다니는 장면으로 읽혔어요.

저요? 돈에 관해서야 소심하게 살았죠.

지르는 건 고사하고 나물 먹고 물 마시고 살죠.

그런데 요즘은 지름신과 친해지려나 봐요.

너무 안 친하게 지낸 반작용일까요?

"요즘 뭐하세요?"

낯선 영화, 친하지 않은 주제의 책을 지르니까요.

기왕이면 새로운 분야로 글도 질러 써 보자.

뭐, 덕분에 원고료도 좀 버는 작가로 자랄까해서요.

요 정도 지름신 너무 시시한가요?

오~~ 질러 봐요. 지르는 재미가 쏠쏠해요.


오늘 아침엔 뭐 할 건지 알려 드릴까요?

이제 잠시 후 딸의 출근길을 따라 나서려구요.

영하 18도로 가장 추운 그날 지른 후 세 번째네요.

오전 두 시간 운동 시간의 나름 변주곡이랄까요.

딸 바래주고 저 혼자 걸어서 집으로 걸어 오거든요.

쫓기는 거 없이 이럴 수 있다면, 나름 재미있어요.

전에 읽은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이 생각나요.

아침에 글 쓰는 일상은 아티스트의 '모닝 페이지'고

안 하던 짓, 안 가던 길 걷는 건 '아티스트 데이트'죠.

안 다니던 길을 요리조리 발 닿는대로 걸으며

눈에 보이는 거, 생각이 흐르는 대로 즐길 거에요.







끝으로, 질문이랄까 선물이랄까!

좋아하는 시인을 전철에서 우연히 만나면,

어떻게 하시나요?

지난 사진을 불쑥 찾아 봤어요.

다행히 만원 전철이 아니었어요.

건너편 좌석에 앉은 문정희 시인을 보는 순간

지를까 말까, 물론 1초 정도는 망설었죠.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이런 기회, 질렀죠.

벌써 그게 2018년 6월이었네요.

머리 긴 분이 문정희 시인이랍니다.

시 친구들에게, 시인에게, 먼 데 벗들에게

요즘 뭐 하나 안부 보내는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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