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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Jan 23. 2021

토론하는 집단지성, 찬실이는 복도 많지

새해 '백합과 장미' 첫 영화 토론, 수처작주 입처개진의 복이었다


2021년 1월 '백합과 장미' 토론 정리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김초희, 한국, 2019)

참석자: 연, 민, 희, 선, 치, 영, 신, 은, 순, 혜, 석, 덕, 숙.

일시: 2021년 1월 22일(금) 저녁 7시 반~ 9시 반

토론 방법: 카카오톡 단체방 토론

토론 진행: 숙





토론 모임 '백합과 장미'(이하 백장)가 세 번째 새해를 맞았다.


교회 안에서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을 탐구하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책 또는 영화로 한 달 한 번 하는 토론. 페미니즘, 인문학, 역사와 시사, 예술, 철학과 신학까지 통섭하는 공부모임이라 하겠다. 첫해는 100% 오프 모임이었지만, 코로나와 함께 작년은 거의 온라인이었고 올해 첫 토론 역시 비대면으로 마쳤다. 이번에도 역시, 영화토론의 복, 토론하는 복, 집단지성의 복을 충만하게 누리는 시간이었다.



"이 모임은 과연 지속 가능한가?"


백장 지기로서 이런 고민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평안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라지 않던가.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사람들의 반응과 흐름을 읽어야 했다. 긴장도 있었다. 싫다면 엎어버리지 뭐. 모든 사람이 다 생각이 같을 순 없으니까. 토론이란 늘 양날의 칼일 수 있었다. 더구나 한국의 기독교회 안에서? 교회도 가차 없이 비판한다면? 교회가 지향하는 하나님 나라, 구성원들의 문화와 신앙에 따라, 앞날은 장담할 수 없는 거였다.



백장의 3년 차 첫 토론은 그러나 역대급이었다. 먼저 좋은 영화에게 뜨겁게 반응해 준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야말로 토론하는 집단지성의 파도타기만 즐겼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내가 처음 본 건 작년 가을이었다. 그 후 '찬실이 앓이'를 할 정도로 영화 생각을 많이 했다. 혼자 글 한편 써도 미련이 남았다. 너무나 토론하고 싶었다. 불쑥불쑥 "찬실이는 복도 많지" OST를 흥얼거렸다. 드디어 백장 토론했다.



이달은 20대부터 50대까지 13명이 함께했다.


온라인 토론으론 다소 큰 규모였다. 왁자지껄 자유로운 토론 판이었다. 남녀노소 서로 평어를 쓰는 카톡 토론이니 속도감이 있을 수밖에. 자판을 두드리면서 읽고, 눈으로 보면서도 손가락은 바쁜, 빠른 흐름에 다들 적응해 버린 걸까. 이 바쁜 대한민국에서, 금요일 저녁 이 많은 사람들이 동시다발 토론. 이거야말로 '불금'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못 모여 불편한 불금도 많았건만, 이건 코로나 덕(?)에 즐기는 '불금'의 맛이었다.



백장 참여자 구성이 점점 더 다채로워지고 있었다. 교회 안 교회 밖을 나누는 경계도, 종교인 비종교인의 경계도 없다는 건 아무리 자랑해도 지나치지 않겠다. 남녀도 노소도 상관없다. 대학생부터 대학원생, 직장인, 주부, 취준생, 연구자, 학자, 강사, 작가, 예술가, 목회자..... 진행자 참여자 경계 역시 흐릿하다. 각자 꽂힌 부분, 탐구한 걸 기탄없이 나누고 서로 배움을 주고받는다. 점점 함께 배우는 즐거움, 집단지성의 모임이었다.



백장은 전국구 토론 모임이라고 우스개 할 만했다. 친구가 친구를 토론에 초대하다 보면 지역 경계가 무슨 의미겠는가. 멀리 경북에서 초대된 희가 처음으로 함께 토론했다. 마치 오래 알던 친구처럼 자유롭게 말하고 평어를 쓰는 모습.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뭉클했다. 서울만 아니라 안산, 용인, 성남. 나의 안산 이웃 친구 석도 함께 했다. 동시에 쏟아지는 글 읽으랴 타자하랴, 처음일수록, 깊이 잠길 여운이 아쉬운 느낌 있을 것이다. 그러면 토론 끝난 후 나처럼 기록을 복기하며 행간까지 읽을 것이다. 여운을 100배 즐기는 맛이라 하겠다.



올해도 백장은 새로운 실험을 할 것이다. 진행자와 참여자의 경계도, 교회 안 교회 밖 경계도 더 허물어 갈 것이다. 물 흐르듯 함께 배우는 집단지성을 더 즐길 것이다. 책과 영화는 친구들의 추천을 계속 받을 것이다. 진행과 발제를 자원하게 할 것이다. 준비된 논제 등 온라인 토론의 장단점을 보완할 길도 모색할 것이다. 2월 토론 책은 연이 추천한 <나는 엄마가 먹여살렸는데>로 결정됐다. 3월은 영이 추천한 작품, 4월은 덕이 추천한 것으로 할 것이다.



두 시간 넘게 한 생생한 토론 스크립트를 공유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분량이 어지간해야 엄두를 내지. 해 봤더니 나름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그에 비해 독자에겐 읽기 지루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친구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듬성듬성 긁어와서 맛보여주는 것으로 1월 후기를 마무리하련다. 토론하는 집단지성의 힘이 뿜뿜한다. 이게 바로 '수처작주 입처개진', 자기 인생의 주체로 당당히 살고자는 찬실이들의 목소리다.






은:


찬실이는 복도 많지

집도 없고 돈도 없고

찬실이는 복도 많네

남자도 없고, 새끼도 없고

찬실이는 복도 많네

사랑도 가고, 청춘도 가고

찬실이는 복도 많네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고

찬실이는 복도 많네

에헤이, 에헤이야, 어여라, 우겨라

찬실이는 복도 많아

찬실이는 복도 많아



혜: 독립영화 잼 없었는데 찬실이는 왜 복이 많은지 알겠음 너무 재미있었음 뭔가 계속 뇌리에 남는?

백 점 만점에 90점


덕: 독립영화로 거의 만점찬 주고 싶어. 처음 봤을 때는 지루하고 재미없었는데 두 번째 봤을 때 정말 재미있었어.


희: 100점 만점에 90점! 잔잔한 독립영화는 자주 보지 않아서 어색했는데 울림이 있어서 좋았어!! 특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 아직 오래 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살아오면서 나도 주인공 찬실이처럼 현실에서 도피하듯이 연애를 추구할 때도 있었고, 돈 때문에 끌려가듯이 일을 할 때도 있어서 공감이 참 많이 됐어. 앞 길이 막막하고 힘들 때는 나한테도 장국영처럼 추상적인 답이나마 해주는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면 그런 존재가 이미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


은: 1, 새해 복 많이 받자. 영화 본 소감 : 나를 위한 위로 별점 : 4.5 이유 :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는 의미에서 .5를 뺌 2. 인상적으로 본 캐릭터 : 찬실. 영도 장국영도 인상 깊었음. 사실 모든 캐릭터들이 전형적으로 그려진 경우가 아니어서 매우 독특했고 재미있었어. 대사 : "사는 게 문지 진짜 궁금해졌어요" "제가 멀리 우주에서 응원할게요"


장면 : 찬실이가 삐끗 넘어지는 장면 2개. 장국영이 울면서 돌아보는 장면.


영: 대단하네. 난 잘 모르겠어서 두 번 봤는데 두 번 보니 조금 이해가 가긴 하더라.


순: 나는 명륜동 사는 순이고 85점 재미있게 봤음. 많은 생각거리를 주고. 그런데 장국영이 누구인지 모르겠고, 왜 런닝구 차림으로 나오는지 모르겠는 등으로 소통이 안되는 점이 있어서 15점 마이너스


선: 한 번 더 보면 점수가 더 오를 수도 있겠는데 ㅋㅋㅋㅋ 일단은 85점! 독립영화인데 독립영화 같지 않았어..ㅋㅋㅋ 독립영화 특유의 침묵들이 나는 보통 지루했는데 찬실이 영화는 그 침묵에서 같이 어색하거나 웃기거나 생각하거나 하게 되더라~ 찬실이가 목표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가 잠깐의 쉼표 기간을 갖게 되면서 자기를 돌아보고, 그 과정을 통해서 이번엔 그 방향을 명확히 잡고 나아가는 느낌이었어! 마지막에 찬실이가 어두운 길에 비추는 라이트가 그 할머니가 보셨던 보름달 같아서 좋았고~~ 유령은 뭔지 여전히 궁금해!!!! 엄마랑 같이 봤는데, 엄마가 불교 관련된 내용이 있는 거 같대~ 근데 둘 다 그쪽 잘은 몰라서~ 아쉬워~


영: 왜 러닝 차림이지? 난 잘 모르겠어. 추운데 러닝 차림이 다 가.. 어떤 때는 옷 입고 나와서 계속 옷 입고 나오나 했더니 또 런닝으로 나오고..


연: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첫 시작 장면부터 남 감독 죽이고 시작하는 것.


민: 배경음악으로 쇼팽의 <장송행진곡>이 깔려서 더 인상적....ㅋㅋㅋㅋ


연: 홍상수 감독 영화 전반적으로 까는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 감독님은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했는데 김초희 감독 자전적인 영화라 그런지 인상 깊더라고


신: 집단으로 이렇게 나누니 내가 보지 못한걸 볼 수 있어 좋다. 다른 자료를 찾아보지 않고 그냥 내 감상으로만 보았는데 장국영의 흰색 러닝. 김초희 감독의 자전적 배경 홍상수 감독 저격 등 좋은 정보들 고맙다.


덕: 본인의 커리어나 인생에서 비로소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의 시작. 남에게 얹혀사는 인생은 복이 아니라는. 감독 죽고 비로소 시작


신: 지감독이 죽어 영화제작 계획이 전면 재수정된다. 중간에 찬실 같은 피디 없어도 영화 제작된다는 대표의 말은 그만큼 지감독은 그 영화 바닥에서 절대 권력 같은 존재였지. 그 절대 권력의 그늘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고자 한건 아닐까.


덕: 주인집 할머니나 선배나 후배들이나 감독처럼 지배적인 영향력은 없지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많아.


혜: 이 느낌이 어땠을까에 많이 공감했어...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그런데 참 씩씩하다는 느낌




영: 난 장국영이나 찬실이 캐릭터가 잘 이해가 안 되었었는데 지금은 친구들 얘기 들으니 이해가 되네. 그래서인지 난 할머니 캐릭터가 참 좋더라. 나도 늙어도 저렇게 편하게 늙어야겠다~


석: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을 얼마나 하면서 살고 있는지 생각을 잠깐 해 보았고~

찬실에게는 주의에 사람들이 용기도 주고 자극도 되고 의지도 하는 모습에 그래도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과~


영화배우 동생도 변함없이 찾아와 위로도 하고 도움도 주고 싶어 하는 모습에 찬실에게는 가진 건 없지만 살만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음~ㅎ 출연자들도 다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이 된 것 같아 서로 동감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기도~~


은: ㅎㅎ. 난 영이 누나라고 부르고 싶다는 말 이전에도 이후에도 일관되게 찬실이 따르는 모습을 보여줘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선: 맞아 .. 기껏 좀 원하는 게 뭔가 알아보려고 하다 마음 맞는 거 같은 사람 찾아서 활력 넘치게 일도 하고 도시락도 싸가고~~ 근데 또 그 고백 직전에 ‘길에서 꽃 같은 거 보면 같이 예쁘다고 하면서 감상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에 영이가 자기도 그런 게 필요한 거 같다고 했잖아.. 진짜 100퍼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을 거 같은데. 아니라고 하니까.. 자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한 건가 싶고 ㅜㅜ 그럴 거 같아. 일도 안 되는데 연애도 안 되고... 억울하고 슬프고.


혜: 아니 왜 자꾸 추파를 던즈어~~ 그래놓고 영이는 그런 감정이 아니래 그럼 왜 그랬써??엉????


순: 영은 처음부터 찬실은 안됐네 여기면서도 선배로 누나로 의지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았는데.. 찬실이가 마음이 텅 비어서 착각


선: 근데 영이랑 안 되는 게 맞다고 생각은 했어. 왜냐면 외롭고 힘든 시기에 좀 말 통하는(사실 정말 통하지도 않지만) 남자가 오랜만에 생긴 거잖어.. 외로움은 그냥 외로움이라는 말을 할머니가 하셨던가? 그랬던 거 같은데 딱 그거였던 거 같아. 진짜 좋아서 좋은 게 아니라, 아까 희진이 말한 대로 다른 데에 신경 쓰고 싶어서 더 빠졌던 거 같은?




민: 맞아 마음이 텅 비었지. 숙이랑 둘이 보면서 "찬실이 금사빠...?"하면서 웃었어ㅋㅋ


혜: 그걸 구분 어떻게 해 ㅜㅜㅜ 사람 마음을 ㅜㅜ 그런 착각이 더 힘들었을 듯 니 맘 내 맘이 아니잖애 그게 제일 힘듦


희: 찬실이에게 영화는 닿을 것처럼 가까운 꿈인 것 같아. 사실 꿈이라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나에게 있어 '영화'인 것을 아직 찾지 못했어. 늘 바람보다 앞서서 좌절됐던 것 같아서... 현실은 돈과 돈과 돈의 늪이라서 꿈을 꾸기 힘들었던 것 같아. 그래도 이 영화를 보면서 깊게 생각해 보게 됐어. 아직 답은 안 나왔지만!


연: ㅎㅎㅎ뭐라고 덧붙일 건 없는데 영이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좋아한다고 그랬잖아 그 감독이 상업영화 잘 만드는 감독이고 특히 영화 좀 좋아하고 감독을 꿈꾼다 하는 사람들이 많이 좋아함. 그래서 상업영화 같다고 생각했어. 꿈이 있는데 그럼에도 현실적인 사람이기도 하고 반면 찬실이 극 중에서 언급하는 영화는 다 예술영화거든.


영: 숙의 논제로 돌아가서.. 내 인생에서 영화 같은 것?? 없으면 못 살 것 같고, 그것 때문에 연애도 안 하고 살았던 것... 없는 것 같아.. 난 영이 스타일~


신: 찬실에게 영화는 before/ after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지감독 죽음 이전의 영화 작업은 여전히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의 연속 상의 영화였어. 그저 지감독이 하라는 대로 하는 보조 역할 정도. 그래서 여전히 목마름을 느끼는. 그러나 지감독 죽음 이후 철저한 절망 이후에 하게 되는 영화 작업은 감독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쓰고 싶은 시나리오로 제작하는 영화로 진정 주인으로서의 삶의 통로가 된다. 나는 이렇게 보인다


희: 앗 아빠가 복음주의 신학을 하시는 보수적인 목사님이셔... 그래서 가끔 성경의 내용으로 토론하려고 주제를 던지면 공격으로 ㅠㅠ 받아들이길래 내 궁금증을 해결할 길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좋은 기회로 들어오게 된 거야!


연: 찬실이에게 영화(꿈)란 목적이고 인생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꿈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봤는데 한동안 잊고 살았던 것 같아. 현실에 치이고 나보고 늦었다며 후려치는 것들 때문에. 흠..


은: 영화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자 꿈. 업이자 로망. 삶을 살아야 만들 수 있고, 영화가 있어야 삶의 내용이 충실해지는 것이라 생각했어. 나도 삶을 제대로 마주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어.


: 돈이 차고 넘쳐서 일도 안 하고 펑펑 놀아도 되는데,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뭔지..는 종종 생각하는데, 아마 이게 찬실이의 ‘영화’겠지? 이거 생각하면 역시 지금 배우는 분야인 거 같아. 인생에서 제일 의미를 느끼는 것... 없어도 죽진 않을 거 같은데ㅋㅋㅋ 그래도 이만큼 기쁨 주는 일은 없는 거 같아서! 다른 길로도 빠졌었는데, 결국엔 돌아오게 되더라~ ㅎㅎ


: 나는 사실 뜬금없고 영화의 흐름엔 안 맞지만 이 시 보면서 너무 많이 울었어 최근에 반려묘와 이별을 해서 그 생각이 나가지고......


선: 할머니의 딸 이야기도 생각이 나고, 찬실 입장에선 사람(지감독, 영이)도, 지나간 세월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확 다가와서 울었던 것 같아서, 공감돼서 나도 같이 울었네


선: 너무 예쁘다~~ 아 근데 맞아. 자세히 봐야 예쁘다 그 시. 되게 찬실이 중시하는 부분? 세상을 보는 관점? 과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찬실이가 영이가 별사건이 없어서 재미없다고 하는 이야기에 ‘사람이 죽잖아요! ㅁㅁㅁ도 있잖아요! 어떻게 아무 일이 없다고 할 수 있냐!’고 얘기하면서 보통의 삶? 평범한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이야기하잖아. 그런 걸 잘 보는 사람인 것 같네 ..


민: 나는 아직 찬실이에게 있어서 영화 같은 무언가를 찾지 못한 것 같아. 그렇게 보면 찬실이에게 영화가 있다는 건 그거 자체로 복이네. 나는 장국영이 곧 찬실이 내면의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어. 찬실이는 영화를 사랑하고, 장국영을 좋아한다는 말을 했었잖아. 찬실이의 외부에서 장국영이라는 사람 혹은 귀신 혹은 요정이 나타난 걸 수도 있지만, 어쩌면 찬실이 자신이 계속 스스로에게 "네가 뭘 원하는지 잘 생각해 보라"라고 이야기한 거지


신: 그래서 난 이 영화의 주제는 수처작주 입처개진 그 말속에 다 포함되어 잇는 것 같아. 자기 주인으로 사는 삶. 찬실은 비로소 자기가 하던 영화를 스스로 만든다. 만들고 싶은 대로. 우리도 이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 큰 욕심은 없었지만 그래도 숙과 이룬 결혼 관계만큼은 남부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란 걸 알았을 때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지. 내 인생은 숙과의 새로운 로맨스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인생의 시작. 지감독이 죽은 게 나에게는 숙이 폭발한 것.




신: 찬실이 복이 많은 이유는 가짜 희망 (타인에게 요구에 따른 희망)이 아닌 진짜 희망(찬실이 자신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는 데 있다. 찬실의 마지막 대사 (우리가 믿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에 그 진짜 자기의 희망을 나타냈다고 봐. 그래서 결국 자신의 영화를 제작했을 때 장국영의 박수를 받게 되는 거지. 희망가에서 헛되다고 한 일장춘몽에 불과한 그 희망 말고 진짜 내가 바라는 것. 진짜 내가 희망하는 것 그것을 찾은 거지


희: 터널 같던 시간을 지나고 나름대로의 길을 가고 있는 찬실이를 표현한 것 같았어. 찬실이가 쓰는 시나리오처럼 지루하고 졸릴지는 몰라도 쭉 뻗은 길처럼 찬실이도 쭉 뻗어나갈 거라고 생각해. 보면서 나도 장국영이 되어서 같이 손뼉 치게 되는?


선: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사진으로 연결해 주니까 뭔가... 찬실은 나아갈 거다, 하는 거 같네.

이제 헤매는 터널 구간은 끝났고, 원하는 길로 달려나간다는 느낌? 보름달처럼 가야 할 길을 알고, 남의 뒤를 비춰줄 수도 있는 찬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절경을 달리는~ 나도 미래로 보이네~


연: 와 해석 좋다 아무도 보지 않는 영화관에서 장국영이 손뼉 치는 장면이 호오~


신: 찬실이가 영화를 포기하지 않기로 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잖아. 그래서 결국 만들게 된 찬실의 영화 장면으로 보았어.


영: 그래서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탄생했지~라는 거네. 이 영화 보고 나서 손뼉 쳐야 하는 거였구나! 이제 이해가 되네.


희: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 뒷말은 하지 않은 것도 인상 깊었어 영화를 보는 누군가에겐 "찾기를 바란다." 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꼭 이루길 바란다." 가 될 수도, 또 다른 서술어가 될 수도 있으니 여지를 남겨두는 것 같아서.


영: 처음 영화 봤을 때 잘 몰라서 두 번 봤는데 도 잘 이해가 안 되었는데 오늘 친구들 얘기 들으니 이해가 잘 된다~~


민: 우리의 인생은 믿어야 "하는" 거, 해야 "하는" 거, 봐야 "하는" 게 참 많아. 그렇게 살라고 강요를 받거나, 직접적으로 강요받지 않아도 그래야 하는 분위기 속에 살지. 그 속에서 타인의 시선이나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내 인생을 살기를 바라는 찬실이의, 감독의 바람이 들어간 대사가 아닐까 싶어. 믿어야 하는 것보다는 믿고 "싶은" 걸 믿고, 해야 하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걸 하고, 봐야 하는 것보다는 보고 "싶은" 걸 보는 삶.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사는 삶"이 아니라 "내 뜻대로, 주체적으로 사는 삶"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신: 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거의 함축적으로 영화의 이야기를 해준다고 보았어. 숙소의 전구가 나갔다. =현실은 캄캄하다. 그래서 전구를 사러 먼 길을 일행과 함께 걸어걸어 간다. =과정이 순탄치 않다. 찬실은 손전등을 비춰준다. 내가 비춰줄게. 먼저 가 =우리는 홀로 살 수 없다. 함께 가는 존재다. 결국 영화를 만들어 낸다. 그러니까 찬실의 그 이후의 삶은 분명 명쾌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고 내가 믿고 내가 하고 싶은 것. 그것을 놓이 안으리라는 찬실의 다짐. 그리고 영화를 우리 각자에게 주는 질문이다. 자신의 참 소원을 알고 있는가?


연: 나는 이 장면이 관객도 없는 저 영화관에 상영되는 영화 재미없는데 유일한 관객인 국영이 손뼉 쳐주잖아. 쉽게 갈 수도 있는데 자신만의 길을 걷는 앞으로의 찬실을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는 비유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어. 버팀목 같은 존재로서.


덕: 집에서 학교에서 교회에서 직장에서 계속 요구받아 왔기에 자신이 정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는 쉽지 않아. 친구들은 빠른 것 같은데 나는 50이 넘어서 이제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어.


숙: 우와~~ 찬실이는 복도 많지. 이리 많은 벗들이 찬실이를 생각하고 해석하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신: 여기서 질문 하나. 찬실이 집에 전구가 나갔을 때 할머니 달 보고 기도하는데 달이 유독 크게 클로즈업 되었어. 이 장면 누구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은: 감독이 처음 가제로 생각했던 제목은 '눈물은 방울방울'이었다고 해. 영화를 만들어가다가 찬실이는 복도 많네? 생각했고, '찬실이는 복도 많지'로 결정했다고 들었어. 40대까지 꿈을 향해 열심히 살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 것 같은 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얼마나 소망스러운 존재인지 영화를 보면서 서로 발견해가고 그래서 만드는 사람들도 보는 사람들도 위로받는 영화였다고 생각해. 장국영이 나오고 달동네 집이 빈티지하게 고급스럽고 소피아가 찐우정의 여배우고 문맹인 할머니가 윤여정이라 매우 수상쩍었지만, 찬실이가 사랑스럽고 힘이 되었어. 좋은 영화 보게 되어 고마워.


숙: 나는 찬실이 대사로 마무리할게. "저요, 사는 게 뭔지 진짜 궁금해졌어요." 나날이 인생이 궁금하고 재미있어 복도 많은 1인!


연: 현실에 치여있던 나에게 동기부여와 힘이 돼준 영화. 꿈이 있으면 어떻고 없음 뭐 어때요? 내 안에 무언가 품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나이가 전부가 아니구나 열심히 살아야지! 이 세상의 모든 찬실이 들 파이팅이야!! 찬실이는 복도 많지~ 복도 많아~


치: 회의 끝나고 위에서부터 쭉 읽어보는데 영화 너무 보고싶네... 친구들 감상과 열띤 토론 잘봤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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