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딱지 붙은 겉포장을 뜯으니 '수상한 집'이 보이네요. 수상한, 보통과 달리 이상하고 의심스러운.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이거 참 익숙한 단어였죠. 아하! 제주도 여행에서 '수상한 집'에 가 보셨다고요? 네, 바로 그 수상한 집에서 온 택배랍니다. 입금한 게 12월 29일이었고 택배가 1월 25일 왔어요. 뭔가 수상한가요? 하하, 미리미리 주문받아서 진행한 프로젝트였죠.
안녕하세요, 수상한 집입니다.
오경대 씨의 한라봉이 예상보다 빠르게 숙성되어 1차 주문량을 예상보다 일찍 발송하게 되었습니다.
1월 29일 배송 예정이었던 한라봉은 1월 21일부터 순차적으로 배송 시작될 예정입니다.
잘 익은 한라봉을 맛있게 드시고 추가 주문이 필요하시면 주문해 주세요~^^
2차 주문 중 설 전에 받으실 분은 1월 말까지 주문해 주셔야 합니다.
수상한 한라봉에 마음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월 19일 받은 수상한 문자
네, 수상한 집에서 온 수상한 한라봉이랍니다. 수상한 낌새가 뭐냐고요? 잎사귀까지 달고 있으니 참 예쁘기만 한 걸? 누가 도대체 누구를 수상하다고 그렇게도 괴롭혔을까요? 이 향기로운 한라봉을 수상하다고 하다니.....
안녕하세요, 수상한 집입니다.
달콤한 한라봉 잘 받으셨나요?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수상한 한라봉’ 1차 판매분이 매진되었습니다. 덕분에 오경대 님의 환한 얼굴을 뵐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힘을 받아 2차 주문을 이어가려 합니다.
수상한 한라봉 특대 5kg
4만 5천 원 (배송비 포함)
100박스 한정 판매
26일부터 발송되는 2차 주문에는 일반 한라봉이 아닌 '특대' 사이즈의 한라봉입니다. 일반 한라봉의 약 2배 크기와 당도 15 브릭스 이상의 과즙을 자랑하는 엄청난 한라봉입니다. 고마운 분들께 선물하시기에도 손색없습니다. 이번 한라봉은 5kg 4만 5천 원(배송비 포함) 100박스 한정으로 판매됩니다.
감사합니다.^^
**2차 주문은 한라봉 사이즈가 큰 관계로 일반 한라봉 상자로 배송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1월 25일 받은 수상한 문자
그렇습니다. 수상한 한라봉은 찐한라봉 맞습니다. 껍질 얇은 게 보이나요? 단물이 뚝뚝 떨어지대요. 상상을 초월했어요. 택배 상자 속에는 '수상한 한라봉'이라는 친절한 안내지도 들어있었어요. 예약 문자를 보낸, 수상한 집, 오경대 삼촌, '(사)평화박물관 건립 추진 위원회. 서로의 관계와 한라봉 맛있게 먹는 방법 안내까지.
'한라봉 맛있게 먹는 방법'
껍질이 얇을수록, 귤껍질 벗기는 건가 착각이 들 정도로 쉽게 벗겨지는 한라봉일수록 당도가 높습니다.
한라봉은 후숙 과일입니다. 박스 뚜껑을 열어 3-4일 보관하면 신맛이 빠지고 단맛이 풍부해집니다. 더 오래 보관하려면 신문지나 비닐팩에 하나씩 싼 뒤, 냉장 보관하면 더 오래 드실 수 있습니다. 한라봉은 겨울 과일이라 차갑게 드시면 더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 숙성 기간에는 과일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수상한 한라봉 안내지
과연 수상한 한라봉은 껍질이 얇아서 칼이 필요 없었어요. 꼭지 볼록한 부분도 손으로 쉽게 벗겨지네요. 마치 귤처럼 까먹으며 글을 쓰고 있답니다. 향기가 온 방에 가득 차네요. 1차 때 그랬듯 2차도 미리 주문해야겠죠. 100 상자 한정이라니 일단 문자부터 보냈답니다. 이런 수상한 택배를 다시 받고 싶으니까요. 아차, 2차 땐 수상한 집 상자가 아니라 일반 한라봉 상자로 온댔지. 수상한 집 상자는 기념으로 보관해얄까 봐요.
한라봉 잘 받았어요! 오경대 삼촌 고생많았수다게! 구매 동참할 수 있어 고맙수다게! 정말 달고 껍질 얇고 최고예요. 김화숙 특대 한라봉 5킬로 한 상자 다시 주문합니다. 주소 다시 드려요?
수상한 집?
'수상한 집'은 제주특별 자치도에 위치한 조작 간첩 피해자 기념관입니다. 국가 폭력에 의해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일과 피해자들을 알리고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죠. 수상한 집 2층에는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강광보 씨가 살고 있습니다. 31년 만에 간첩이라는 오명을 벗고 무죄판결을 받은 뒤, 살던 집터에 '수상한 집 광보네'를 짓고 조작 간첩 피해자 기념관을 만든 것입니다.
수상한 집은 모두에게 열린 안식처가 되고자 합니다. 기념관이자 게스트하우스도 되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여행이 어려워 많이 못 가는 요즘이 아쉽네요. 제주에 가면 게스트 하우스와 카페가 있는 수상한 집에 꼭 들러 보길 강추합니다. 수상한 집, 국가폭력, 그리고 조작 간첩 피해자 이야기는 더 드러나고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수상한 한라봉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2020년 11월 20일, 53년 만에 간첩이라는 오명을 벗고 무죄 판결을 받으신 제주의 농부 오경대 씨입니다. 이 향기롭고 달콤한 한라봉을 먹으며 간첩이라는 단어와 국가 폭력을 생각하다니. 너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 아닌가요? 조작 간첩, 이거 우리 현대사의 핵심 아닌가요? 그 모진 세월을 견디고 제주에서 한라봉 농사를 짓는 농부 오경대 씨! 한라봉 2차도 완판 하시길 뜨겁게 응원합니다.
"오경대 삼촌 고생 많았수다게! 53년 만의 무죄를 축하드립니다."
53년 만에 간첩이라는 오명을 벗은 작년, 변호사와 관계분들이 든 현수막입니다. 문구가 너무나 맘에 들어요. 오경대 삼촌, 가장 친밀한 존칭이죠. 제주 방언 '삼촌'은 아주 독특하게 쓰이는 거 아시죠? 삼촌 또는 삼춘. 본래 아버지 형제를 칭하는 말이지만 제주에서는 여자 삼촌 남자 삼촌 다 쓴답니다. 소설 <순이 삼촌>이 보여주잖아요. 숙부, 삼촌, 당숙, 이모, 고모, 숙모, 아저씨, 아줌마를 다 아우르는 호칭이 아닌가 싶네요. 오경대 삼촌, 다시 한번 무죄를 축하드립니다.
"건전지를 다량으로 사는 사람, 구두창이 물에 젖는 것을 피하는 사람, 동네 사람에게 이유 없이 친절하게 행동하는 사람, 달러를 소지하고 일정한 직업 없이 돈을 많이 쓰는 사람, 주소가 없거나 수시로 여행과 이사를 하는 사람…."
이게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요? 수상한가요? 1966년 11월 대한 뉴스 '이것이 간첩이다'에 나온 '간첩 식별 요령'이랍니다.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요? 웃어야 할까요 울어야 할까요? 그런 수상한 눈으로 시대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툭하면 색깔론이다 북풍이다, 몰아가며 힘쓰려는 사람들 엄연히 있으니까 말입니다.
수상한 집 수상한 한라봉이 고마운 아침입니다.
(사)평화박물관 건립 추진 위원회 이야기도 조금만 할게요.
전쟁과 폭력, 차별과 배제의 기억을 올바로 성찰하고, 그 속에서 희생당하고 차별당하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희망하는 공간입니다. 폭력을 이야기하자면 국가 폭력이 가장 큰 거 아닐까요? 수많은 전쟁, 독재, 그로 인한 인권유린. 간첩 조작과 언론 통제. 민간인 학살이며 군 위안부라는 이름의 성 노예 등 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와 일상의 폭력까지 주제를 넓혀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가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