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름 걸고 내 책 추천사를 써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드디어 내 책 출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2월 첫 주까지 퇴고하고 벗들의 추천사까지 받아 출판사에 넘길 수 있었다. 큰 문제 없이 진행된다면 올해 3.8세계 여성의 날은 내 책 출간과 함께 '따따블로' 축하하며 보낼 것이다.
새해 내가 꼭 하고자는 목표에 책 출간이 있었다. 작년 브런치 북 공모전에서 기회를 못 얻었으니 나 스스로 출판의 길을 찾아야 했다. 출판사 문을 두드리고자 리스트를 정리하며 1월이 가고 있었다. 고맙게도 내 책을 내고 싶다고 먼저 제안하는 손이 있었다. 흔쾌히 내가 받아들였고 지난주까지 퇴고를 마칠 수 있었다.
내 책 제목은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고 부제는 'B형 간염 간암, 자연치유, 페미니즘'이 될 것이다. 부제가 책의 내용과 성격을 간략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전체 4장 36꼭지에 200*130 판형 230쪽 정도 될 것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의 추천사를 모아 보니 감개무량이다. 자랑하고 싶어 참을 수가 없다. 마음은 가까운 벗들마다 한마디씩 다 써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제한된 지면을 어쩌겠나. 무명의 나를 위해 자기 이름 걸고 추천사를 쓴 사람들이 진심으로 고맙다. 그 이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이 되어야 하리, 다시 다짐하게 된다.
책을 결코 나 혼자 쓴 게 아니란 사실을 새삼 느낀다. 추천사 다섯 편에, 내 짝꿍의 추천사를 이어 읽으니 더욱 그렇다. 책 말미에 실을 내 에필로그에 그 마음 담아 보았다. 걸어라! 호보당당虎步堂堂.
내 책에 추천사를 써 준 사람들.
생각할수록 또 고맙다.
나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다.
벗들이 써 준 추천사
1.
여성의 몸이란 무엇일까? 임신과 출산? 돈벌이 도구? 살기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던 한 여성의 기록이 우리 사회와 가족을 둘러싼 현실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으로부터 소외된 몸과 마음을 어떻게 해방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모두에게 용기를 선사한다. 기존의 암 극복기들과 확실히 다른 책이다. -이현선, 안산여성노동자회 회장
2.
감히 지엄한 의사의 처방을 거절하다니! 화숙은 몸과 마음이 최악인 상황에서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거절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에게 맹목적으로 매달리지 않았을까? 자신의 판단을 믿고 그는 자연치유를 실천했고 가부장제의 모순을 타파해갔다. 그 과정이 곧 치유요, 해방과 연대였다. 이 생생한 체험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 -심용선, (사)함께크는여성 울림 대표
3.
‘배 밖으로 나간’ 간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떠난 여행에서 자유와 해방을 만난 중년 여성의 이야기. 몸과 마음에 대한 유쾌하고도 끈질긴 추적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만들어낸 혁명을 만나는 순간이 찾아온다.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 우리 엄마랑 같이 읽고 싶은 책. -이가현, 페미니즘 창당모임 공동대표
4.
오랜 시간 화숙선생님과 지내오면서 타인에 대한 사심 없는 선의와 깊은 배려가 빛나는 분이라 생각했다. 힘들 때마다 자잔자잔 이야기하는 그 배려에 나는 참 따뜻해지곤 했다. 그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성’이 되었다. 그 안에 잠자고 있던 느티나무, 가재, 풀씨꽃 같은 생명력이 튀어나온 것이다. 조금은 거칠고 성기지만 넘치는 생명력으로 주위에 많은 싹을 틔우고 있다. 그 길이 선생님을 어디로 데려갈지 사뭇 궁금해진다.
-김순천, 르뽀작가
5.
코로나로 인해 병에 대해 고민하는 시대, 치유와 통찰을 주는 책이다. 사실, 여성들은 수다를 즐기지만 공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걸 힘들어한다. 내 경험에서 나온 고백이다. 이 책을 계기로 여성들의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졌으면 좋겠다. 덕분에 나도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용기가 일어나고 있다. 작가와 짝궁의 캐미에도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나정숙, 안산시의원
내 짝꿍이 쓴 추천사
두 번씩이나 잃을 뻔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짝꿍 숙을 두 번씩이나 잃을 뻔했다. 처음에는 간암으로 두 번째는 이혼으로. 이 책은 그 일에 관한 기록이자 우리가 걸어온 새길에 관한 이야기다.
간암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온갖 시나리오와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 하지만 몸을 어떻게 관리하고 건강한 몸으로 회복할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불안하고 두려웠다. 어느 날 숙은 더는 병원과 의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자신의 몸을 자신이 접수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자연치유의 길을 걷기 시작하더니, 1년 만에 건강한 몸으로 회복했다. 건강과 체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B형 간염 항원이 소실되고 항체가 생기고 간암을 이겼다. 지금도 그는 자연치유를 공부하며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책에 기록된 내용은 모두 숙이 몸으로 경험한 것이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증인인 셈이다. 간암을 비롯한 간 질환 가진 사람들, 다른 질병 가진 사람들, 새 몸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자연치유로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자연치유를 통해 몸이 점점 건강해지는 숙을 보는 건 내게 큰 기쁨이었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숙은 페미니즘을 학자적으로 공부해 나갔다. 나는 듣기 싫고 불편한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했다. 이해해 보려고 해도 어렵고 답답하기만 했다. 다툼이 잦아졌다. 결혼 25년이 지나도록 조용하던 집이, 가족 모두에게 점점 낯설게 변해갔다. 어느 날 숙은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새로운 관계로 살든지 아니면 이혼하자고 했다.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고 꿈에도 없던 이혼이란 말은 내게 간암 이상의 충격이었다. 간암이 아니라 이혼으로 숙을 잃을 것인가? 아무리 고민해도 그럴 순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다.
이전에 나는 자신이 가부장적인 남자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소문난 ‘잉꼬부부’로 우리를 롤 모델 삼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면 설명이 될까. 지금 돌아보면 그건 가부장적인 이 사회에서 숙이 자기 목소리를 죽이고 자아를 부정하며 내게 맞춰준 결과였다. 숙이 만들어내는 안온한 가정에서, 나는 가장의 체면을 지키며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통할 수 있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할수록, 아름답게 보이는 그림 속에 감추어진 부조리가 내 눈에 보였다. 불편해서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다.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싶었다. 내가 숙을 숨 막히게 했다는 걸 깨달을 때면 괴롭고 슬프고 미안했다.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이 이런 나를 ‘무지로 인해 보호받아 온 삶’이라고 잘 정리해 주었다.
“그러나,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다는 것, 더구나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삭제된 역사를 알게 된다는 것은, 무지로 인해 보호받아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 사회에 대한 분노, 소통의 절망 때문에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22-23쪽)
나에겐 상처받을 용기가 필요했다. 나 역시 진짜 내 목소리와 내 모습을 숨기고 살았음도 알게 되었다. 남성 중심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강한 남자인 척하느라 짓눌리고 자유롭지 못한 나를 직면할 수 있었다. 우리 둘은 그렇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서로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럴수록-뜻밖에도-우리는 서로에게 이전보다 더 좋은 친구가 되어 갔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우리 삶을 ‘리셋’한 게 어느새 7년이다. 올해로 우리 결혼은 32주년이 된다. 그동안 나도 자연스레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페미니즘 공부는 우리 관계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 가장 큰 선물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만큼 이 책에는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내 이야기가 많다. 내가 결혼 이전, 20대 젊은 나이에 페미니즘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을 정도다. 허나, 날것 그대로의 우리 이야기가 독자들에게는 재미가 될 것이다. 젊은 여성과 남성들에게, 그들의 부모 세대에게, 책이 새로운 상상력과 영감을 줄 것이다. 새로운 파트너십을 만들고 싶은 연인과 부부에게 길잡이로 선물하고 싶다. -숙의 33년 지기 짝꿍 정하덕
내가 쓴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의 에필로그
걸어라! 호보당당虎步堂堂
내게 2022년은 특별한 새해로 밝았다.
첫째는 코로나를 거뜬히 ‘이기고’ 맞은 새해였다. 2021년 12월 21일 나는 안산 상록수보건소로부터 ‘코로나 확진 통보’를 받았다. 나는 ‘미접종자’라 방역 강화 첫 주, 두 번의 PCR검사 모두 음성 확인을 받고 돌아다녔다. 둘째 주 월요일 받은 PCR검사 결과가 양성이란다. “확진이라고요?” 믿을 수 없어하며 전화를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무증상 확진자’였다. 매일 내 몸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공부했다. 실내에서 운동하고 코로나 방역 시스템에 대해 글을 썼다. <코로나 19, 걸리면 진짜 안 돼?>를 통해 ‘확진자’와 ‘감염자’가 다른 의미일 수 있음도 알게 됐다. 아무튼, 내 몸은 지난 8년간 더 강해졌고, ‘전혀’ 무증상으로 코로나를 ‘넘어갔다’!
둘째는 내가 만 60세가 되는 호랑이해라서 특별했다. 내가 벌써 환갑이라니! 늘 나이라는 숫자는 낯설지만, 올해는 가장 유쾌하게 한 살 더 먹었다. 내 띠 호랑이해니까. ‘B형 간염 보균자’와 ‘코로나 확진’처럼 내게 ‘낙인’같던 호랑이띠였는데, 격세지감이다. ‘드센 팔자’에 ‘센 여자’ 타령은 이제 내게 약발이 없었다.
호랑이띠라서 내가 듣고 또 들어야 했던 말이 생각난다.
“니는 아들로 났어야 하는데… 호랭이띠라도 니는 아침에 태어나서 팔자 드세진 않을 거다. 호랑이는 밤에 설치지만 해 뜨면 얌전해지는 짐승이니라…”
그랬다. ‘드센’ 대신 ‘얌전하고 사랑받는’ 여자로 증명하려 나를 ‘죽여야’ 했다. 아~ 우라질! 설마 아직도 호랑이띠라고 여자를 주눅들게 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젠 “호랑이 기백으로 당당하게 걸어라” 지지하는 시대라 나는 믿고 싶다. 센스쟁이 우리 딸이 새해 선물로 준 <불멸의 호랑이> 수묵화 만화책처럼 말이다. 알고 보니 여자는 더 드세질 필요가 있었다.
이 새봄에 책이 나오니 더욱 특별한 해가 됐다.
수고를 맡아준 000출판사 000대표께 감사한다. 블로그와 브런치로 소통한 독자들과 환우들께 감사한다. 새길에서 만나 같이 노는 벗들이 고맙다. 안산여노와 이프, 울림과 씨네페미니즘, 별품사, 백합과 장미, 책살림… 벗들과 함께라서 더 많이 배웠고 더 즐거웠다. 호랑이 걸음의 나를 지켜봐 주시는 양가 노모께 감사한다. 33년 같이 사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요 짝꿍인 덕에게, 엄마의 친구로 자라가는 훈, 지, 석에게 감사한다.
그대들이 있어서, 그대들과 함께, 또 내 길을 간다.
걸어라! 호보당당虎步堂堂.
****2022년 2월 27일 아침에 덧붙인다.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포스팅 25일 만에 이 글에 사족을 단다. 글을 내릴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두되, 몇 가지를 000으로 처리해 버렸다. 일어난 일 그대로 기록은 남기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 글이 좋다고 적극 출판하자고 나섰던 그가 뒤로 '나자빠졌기' 때문이다. 1차 가제본을 만들었지만 그건 버려질 '쓰레기'에 가까웠다. 편집이 너무 아닌 걸 그냥 좋아라 갈 수가 있나. 그는 내 수정 요구를 못 들어주겠단다. 헐~ 나는 하루아침에 편집자를 마구 부리는 '제왕적 작가'로 등극했다.
아~~ 이토록 가벼운 장난이었단 말인가. 아직 다 정리되지 않아, 시간적 거리가 좀 확보된 후에 쓰기로 한다. 분명한 건, 예견하지 못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 마음의 소리에 솔직하자면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내가 쉽게 가고 싶었으니, 쉽게 덤비는 이의 손을 두눈 감고 잡은 셈이었다. 나의 비겁함과 분별력 없음, 그리고 허술하고 멍청함. 이 모든 게 심지어, 내 책의 정신에 반하는 짓을 한 거였다.
역시,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
정신이 든다. 책이야 나같은 사람도 낼 수 있는 시대 맞다. 내가 접수하겠다는데 누가 말리랴. 그러나 편집을 아무나 하며 1인 출판사를 아무나 하나. 역시 삶은 현장이 최고의 학교요 선생이요 책이다. 나는 나를 알까? 부딫쳐서 나를 새롭게 알고 세상을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상황이 솔직히 고맙다. 다시 원점에서 출간 기획서를 준비하고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
호보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