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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교사 Jan 28. 2020

우한 폐렴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글로벌시대라고 외친 지 20년 차인 우리의 실상을 마주하다

#우한 폐렴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호주 산불에 기부해요!

학교 축제에서 재미난 부스를 운영한 우리 동아리는 수익금으로 맛있는 걸 사먹고 기부하기로 했다. 기부처를 어디로 할까 물었더니 호주 산불에 기부하자고 한다. 순간 달러로 기부해야 한다는 사실에 귀찮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우리나라 일이 아닌, 다른 나라일에도 동참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야 말로 국가로 자신을 제한하지 않고 세계와 지구인으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세계시민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알겠다고 했고, 나의 사랑스런 visa 카드에 수익금을 넣었고, 호주 산불 사이트를 찾아, 내 카드번호를 입력하고 그렇게 소액이나마 동아리 이름으로 기부했다.


중국인 입국 금지면 되나요?

난리다. 코로나바이러스 보다 언론이 더 무섭다. 온통 무서운 사진들과 영상들이 온라인 세상을 잠식했다. 10개 중에 6개가 가짜 뉴스라는데 정말 사실처럼 쑥쑥 다가온다. 아무 증상도 없는데 영상을 보다보니 나도 막 아픈 것 같았다. 공포가 감싸버린 온라인 세상이다. 게다가 중국에 대한 악감정이 극에 달한 댓글들과 비인도적인 댓글들은 영화 ‘감기’에서 나오는 반응들과 너무 흡사해서 영화를 보는 건지 현실인지 모를 정도다. 그래 중국을 향해 욕할 수 있다. 당연하다. 잘못했잖아. 바이러스 퍼트렸으니까. 나빠. 흥. 근데 중국인만 금지해서 되겠나? 중국을 제2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 한인들도 막아야죠. 중국 여행 다녀온 한국인들은 다 내쫓으면 되나요?


보고 싶은 것만 볼게요?

문제는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고 하는 우리네 언론이다. 지금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많은 의료진들과 공무원들과 언론인 등 여러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정부의 수뇌부인 리커창 총리도 우한으로 갔다. 매일 회의를 하고 빠른 조치로 확산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잘못으로 우리가 피해를 받고 싶지 않은 건 너무 당연한 마음이다. 그치만,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에게는 당연한 것을 넘어 희망과 기적을 만드는 능력이 있지 않은가. 동정과 연민, 그리고 함께 이겨내자는 그 마음은 긴 인류 역사에서 전쟁의 역사 만큼 빛을 발해왔다고 배웠노라. 그런데 지금 우리 언론은 조금 많이 이기적이고 다음 세대에 무언가를 가르치고 이끌어야 하는 사명은 가진 교사로서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희생을 강요하거나 공자왈 맹자왈을 외치자는 건 아닌데,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색안경의 힘

이런 노력 조차 편견으로 가득한 눈으로 보니 ‘통제’의 개념으로 접근하거나 사람 몇 죽어도 아랑곳하지 않는 중국정부가 이 정도로 반응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이제 갈 때까지 간 거라며 이상한 해석을 내놓는다. 중국의 이미지가 참 안쓰러울 정도다. 만약 우리나라 언론이나 국민들이 우호적인 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언론이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일본과 독일에게 뒷통수 맞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둥, 중국이 없어져야 한다는 둥, 극단적인 글에 머리가 지끈한데, 독일과 일본에서 의료진을 진작에 파견했고, 일본은 많은 양의 마스크를 중국에 보낸다는 뉴스가 들렸다. 머리가 띵했다. 그래, 진짜 세계 시민 의식이라는 게 이런 거지. 그래서 이 두 나라가 선진국인 거지. 뭣이 중헌디라는 말이 생각났다.


글로벌 시대의 인재란 무엇입니까?

글로벌 시대라고 외친지 20년이 넘었다. 교육학에서도 정말 자주 등장하는 말이고, 요즘 교육의 트렌드 자체가 세계시민교육이다. 그런데 과연 세계시민교육이라는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사실, 세계시민교육 별 거 아닌데. 그냥 국적을 떠나 인류애를 느끼는 거 아닌가. 동아리 아이가 호주 산불에 연민과 책임을 느꼈듯이. 그냥 그거. 그거 지금 하면 안 되나요? 글로벌 시대에 우리는 너무 안 글로벌한 사고 방식으로 세상을 접한다. 이번이야 말로 세계시민교육이 빛 발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과거는?

우리가 나라를 빼앗겼을 때 상하이에 임시정부를 세웠고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을 배우지만, 사실 그 때 임시정부를 세울 수 있었던 상황과 지금까지 그 임시정부청사가 박물관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그 때 프랑스 조계지였기에 가능했고,  상하이시정부의 도움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간과한다. 유대인학살이 벌어졌던 시기에 상하이에 난민으로 머물렀던 유태인들이 지금도 상하이에 고마움을 표하고 대대손손 상하이에 대한 고마움을 알리는 태도와는 정말 상반되다. 유튜브에 thank you shanghai라고 치면 유태인들이 만든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을 받아 온 건 셀 수 없이 많다.


 


어려움이 그 사람의 그릇을 보여준다.

술이 나쁜 게 아니라, 술이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보여준다고 하고, 문제나 어려움은 진정한 친구인지 이해관계인지 구분해준다고 한다. 세계시민의식이라는 것은 대단한 게 아니다. 박람회를 열고 문화를 배우고 그런 가시적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호주에 산불이 나자 안타까워하며 조금이라도 기부하고자 했던 예쁜 마음처럼 어려운 일이 일어나면 서로 돕자는 거다. 그래 우리가 피해를 입으면 당연히 안 되지만 그저 욕하고 비난하고 차단하는 방법이 정말 전부일까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열 손가락과 세치 혀로 가뜩이나 힘든 사람들에게 더 큰 힘듬을 줄 필요가 있을까 말이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이중 언어 능력자들이 많아 각 나라의 기사들이나 내용들이 많이 공유된다. 특히 자극적인 내용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의 갈등은 삽시간에 번진다. 이미 우리 한국 언론의 반응을 중국 네티즌들도 알고 있다. 잘못했으니 할 말이 없다고 한다는 분위기지만 꼭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까, 나는 너무 아쉽다.  우리 적어도 아픈 사람 상처는 건들지 말자. 짱깨니, 미개하니 하면서 그 큰 나라를 싸잡아 말하지도 말자. 이웃나라인 만큼 갈등도 많지만 또 많은 걸 공유하고 역사적으로도 교류가 오래 되었는데 우리 조금 의젓한 모습으로 대하면 안 될까. 이것도 책상공론이다. 니가 바이러스 걸려봐라 이런 소리가 나오겠냐 할 비난의 소리들이 환청처럼 벌써 들린다. 그치만 할 말은 해야겠다. 이번 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중국은 분명히 누군가를 향해서는 감사를 느꼈을 것이다. 우리 어려울 때 힘이 되면 더 관계가 돈독해진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식상하고 현실을 모르는 소리처럼 들릴지라도, 제발 이거 아니어도 힘든 일 많은데, 최소한 괜한 갈등과 공포를 조장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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