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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교사 Jan 01. 2020

선생님, 유튜브 수익이 얼마예요?

아 저 유튜버예요.

음.. 고백(?)하자면 나는 유튜브를 한다. 횟수로는 4년된 유튜버다. 유튜브가 한국에서 뜬(?) 역사에 비하면 짧지 않은 경력이지만 조회수나 인지도는 아주 낮다. 아주 평범하고 재미없는 나의 일상을 다룬다. 많은 조회수를 바라고 하는 건 아니라서 제목도, 썸네일도 그냥 그렇다. 


어쩌다 내가 유투브를 한다는 걸 아이들이 알면 놀랍고 반가움 섞인 눈빛과 함성 뒤에 꼭 따라오는 말이 있다.


“쌤! 수익이 얼마예요?”

“선생님이 유투브해도 되나요?”

 (어쩜 그리 한결 같이....)


그러면 나는 최대한 시크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미안하지만 수익은 한 푼도 없고, 

선생님이 유튜브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는 것 같은데~  자, 말 나온 김에 한 번 출연해보겠니?”


그렇게 아이들의 나의 유튜브에 대한 궁금증을 '싫어요', 혹은 '좋아요' 둘 중 하나의 대답을 선택하게 하는 흐름으로 돌리며 대화를 마무리한다. 



흠, 수익이 얼마나고?



금전적인 수익은 전혀 없다. 수익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기록용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유튜브 활동은 내게 너무 큰 내면의, 그리고 관계의 수익을 준다. 


유튜브를 시작한 건 온전히 타인에 의해서 였다. 바로 지금의 내편인 남편, 그에 의해서. 신비주의 컨셉과 관종 컨셉 사이 어중간한 사회성의 소유자인 나는 주변의 시선과 평에 유난히 민감했던 겁 많은 평화주의자 (수식어가 뭐 이리 길까)였다. 이런 자아의 20대 중반의 내가 유튜브를 스스로 시작했을 리가 없다. 우리가 유튜브를 시작한 2016년만 해도 한국에서 유튜버 컨텐츠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고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다. 그와 나는 유튜브로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 생각을 듣고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삶을 간접 경험하는 걸 좋아했다. 그 중 중국에 거주하는 미국인 탐험가 유튜버인 맥의 채널 Jiayou nation의 애독자였는데 그가 목적지를 한국으로 잡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에게 연락해서 서울 종로에서 만나 같이 밥을 먹고 그의 전매특허였던 눕자전거를 타보고 밤 늦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그의 영상으로 자주 봤기 때문에 우리는 그가 낯설지 않았다. 일상을 공개한다는 것이 너무 어색했던 그 당시의 한국 분위기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가까운 컨텐츠를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고 기록하는 그의 생각이 참 신선했고 그의 지난 날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루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미국으로 다시 안 돌아가냐는 질문에 그는 명언을 남겼다.


“Not going back, I’m just going forward”  

"돌아가지 않아요. 저는 앞을 향해 갈 뿐이죠"


그 만남 이후, 우리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유튜브에 우리의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냥 우리를 위해. 그리고 어떠한 우연으로 우리의 영상을 클릭하여 우리와의 관계를 시작하게 될 분들을 위해. 새로운 개념의 관계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 하는 걸 어색해 하고, 영상 속의 날 것의 나를 마주하는 것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던 나는, 어느 새 영상을 찍고 영상 속 나를 대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유튜브로 우리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점점 좋아지고, 그렇게 점점 습관이 되었다. 요즘은 파워 유튜버들이 워낙 많고 다양한 컨텐츠가 많아서 초기 유튜버 시절의 조회수를 넘으려면 본업으로 삼고 열과 성을 다해야할 만큼 어려워졌지만 그것이 목적은 아니기에 욕심은 없다. 요즘은 모니터링 해주는 제자들이 이따금씩 편집 기술을 높이라는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가끔은 요즘 편집자만 따로 구한다는데 그래 볼까 싶은 유혹도 생긴다만, 워워. 처음처럼. 


영상에 대한 수위(?)에 대한 의견이 달라서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인 적도 있다. 가뜩이나 타인의 평에 예민한 가식적인 평화주의자인 데다가 ’교사’ 혹은 ‘공무원’이라는 이름이 주는 이상한 무게감에 스스로 조심스럽고 몸을 사리기도 했다. 이런 틀을 깨고 나오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그다. 내가 움츠릴 수록 더 강하게 끄집어 냈다. 덕분에 내 머릿속에서 당연하고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유튜브를 하면서 많이 깨졌다. 알에서 깨어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듯 나는 영상 활동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공유하며 내 직업과도 연결시키며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수행평가로 감명깊게 읽은 원서를 설명하는 북튜브를 촬영하여 실제로 유튜브에 올려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도 하고(얼굴이 나오는 걸 원하지 않는 아이들은 모자이크나 스티커를 붙여줬다), 여행을 가면 각 장소나 음식에 대한 정보를 담아 영상으로 올려 아이들과 함께 봤다. 아이들과 공감대도 많아지고 수업에도 자주 연결해서 쓸 수 있었다. 요즘은 정말 아이들이 틈만 나면 유튜브로 세상을 접한다.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가정 밖에서 만나는 사회인은 교사나 연예인이 전부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유튜브를 통해 아이들은 많은 성인을 접한다. 그런데 매일 학교에서 만나고 보는 교사가 아이들의 세계와 전혀 교집합이 없다면 아이들을 가상 세계로 빼앗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교육학에서도 학습자 분석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강조한다. 아이들을 분석하고 교집합을 만드는데 나는 나의 영상 활동 덕을 많이 보고 있다. 요즘은 제대로 하는 유튜버 선생님들이 많아졌는데 몽당분필, 달지, 이기린 샘 등의 교사유튜버를 난 정말 지지하고 응원한다. 교사유튜버를 향해 달갑지 않은 시선도 많은 걸 안다. 시간이 많아서 유튜버를 한다든가 본업에 지장이 간다든가. 그러나 분명한 건,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좋아하지 않거나 가치관이 정확하지 않으면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없어도 좋아하고 목적이 분명하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한다는 것이다.  



지금 보면 너무 부끄러운, 삭제해버리고 싶은 영상이 많다. 잘못된 발언도 있고 흑역사가 너무 많다. 지금 찍어 올리는 영상들도 몇 년 후에 보면 흑역사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흑역사가 됐다는 건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졌다는 건가. 이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어 사고가 되고 사유가 되다보면 과거의 나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과 대견함이 생긴다. 흑역사는 삭제하거나 없애야 하는 게 아니다. 간직하고 고이 모셔둬야 하는 것이다. 



유튜브 주제가 주로 그냥 나의 일상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교육활동에서 일어나는 나의 '일상'을 그리고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담아내고 싶은 마음에 동의를 얻고 하나 둘 담아가면서 이제는 많은 제자들이 나의 구독자가 된 상황이라, 아이들, 그리고 학부모님에게 나의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기도 했다. 선생님으로서의 ‘권위’를 내 스스로 깎아 내리는가 하는 우스운 걱정을 말이다. 그러나 권위는 내가 만드는 게 아니다. 또 사실.....필요 없다. 나는 권위자로서의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과 소통하고 코치하고 함께 해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영상을 통해 이 격변과 혁신의 시대의 진정한 의미의 사제동행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또, 나는 삶으로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다는 꿈을 실천하고 있다. 꾸밈 없이, 그냥 그대로. 이렇게도 살아 얘들아, 너희도 희망을 가져.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사생활은 품위를 가득히 유지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 그렇게 소심하게 유튜브 하는 교사로서의 당위성을 정리하고 그렇게 명분을 이어가고 있다. 가끔씩 댓글이 달리면 참 좋다. 

'쌤~배고파요', '쌤~ 보고 싶어요' 



그리고 나는 영상 활동을 하며 내면의 성장과 성숙을 이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교사'는 '나'라는 사람의 한 부분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 걸, 직업은 나를 구성하는 요소 중 큰 부분일 뿐 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직업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질과 특징을 한껏 발휘하고 닦아서 이 업에서 활발히 활동하면 된다는 걸, '나'라는 사람은 내가 만들고 가꾸고 표현해가는 것이라는 것을 매일 매일 알아 가고 새기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수익이다. 선생님이라서가 아니라, '나'라서.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한 재미난 전투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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