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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eun Seo May 11. 2017

대중에서 별종으로

1) 소음의 시대 - Marketing Strategy


시작하기 앞서.


 이 글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이미 성숙한 브랜드의 관리자가 보라고 쓴 글이 아니다. 새롭게 브랜드를 시작하고 있는 또는 시작하려는 대부분의 이들을 위해 쓴 글이다.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브랜드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부끄럽지만 앞으로 글을 통해 조금씩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제 막 브랜드를 시작하는 누군가가 만약 이 글들을 읽고 브랜드와 브랜딩이 무엇인지. 그리고 마케팅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주 약간의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도 더없이 기쁠 것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기에 조금씩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점 너그럽게 양해 부탁드린다.




1. 소음의 시대


 2차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대량 생산 체제를 통해 대중들의 수요와 니즈(Needs)를 충족시켜왔다. 포드의 대량 생산 체제는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켰고, 시간 또는 인력 단위(Unit) 공정으로 아주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덕분에 대중들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제 대중들은 자신의 ‘물건’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물건은 너무나도 많고 다양해서 더 이상 필요(Needs) 한 것이 없을 지경이다. 우리는 가까운 마트만 나가보아도 안다. 운동화, 치약, 식료품 등 너무나도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이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우리는 이성적 감성적 판단을 총동원해 제품을 구매하지만, 그것이 매우 만족스럽거나 매우 불만족스럽지 않다. 기본적인 기대치는 충족되기 때문이며, 소위 말하는 가격대 성능비가 내가 선택하지 않은 타제품들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넓은 시장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팔기 위해 마케팅하는 것. 아주 달콤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은 곧 자신의 브랜드가 남들과 다르게 구별되는 점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과 같다. 대중을 위한 대중의 브랜드는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모두 만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그 색깔이 뚜렷하지 않다.

 결국 브랜드 콘셉트의 불분명함은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 가능한 공산품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될 수 있다.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 가능한 것. 그것은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브랜드를 마케팅하는 마케터라면 불특정 다수의 타깃을 노리는 것이 아닌 자사 브랜드의 철학과 세계관에 들어맞는 이들에게 집중하여야 한다. (애초에 브랜드에 철학이 없다면 새로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영혼이 없는 브랜드는 절대 영속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 사람들의 취향과 욕망은 너무나도 세분화되어있어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중을 타깃으로 설정하면 시장규모가 커진다. 그러기에 그중 일부만이라도 자사의 제품을 구매한다면 매출이 상승할 것이라 기대하고, 많은 마케터들이 다수를 위한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이것은 허황된 꿈이다. 누구에게나 파는 그런 상품을 소비자들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본능적으로 무시한다. 모두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는 개성이 없다. 이는 결국 가격 격쟁. 즉 치킨 게임으로 이어지게 되며 결국 가격 할인 전략을(가격 할인을 전략이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주 구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만년 세일이라는 기형적 구조를 가지게 되는 브랜드는 인지도 하락을 통한 매출 감소, 재무구조의 악화, 또다시 세일을 통한 버티기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결국 브랜드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며, 이내 사라 질 것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만약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 선도자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자본과 시간이 있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 이제 대중을 위한 시장은 의도적으로 무시하자. 우리가 그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없음을 인정하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시장에 집중할 것인가?



보라빛 소가 온다 - 세스고딘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금 시대에는 너무나도 많은 브랜드와 비슷비슷한 상품들이 자신을 봐달라고 소리치고 있다고 했다. 그 안에서 내가 더 잘 낫다고 함께 소리칠 것인가? 소음만 늘어날 뿐. 소비자는 외면한다. 마케팅의 구루 세스 고딘이 항상 강조하여 이야기하듯 지금 시대의 브랜드는 리마커블 하여야 한다. 보라 빛 소처럼 남들과 구별되는 절대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나쁘지 않다는 나쁘다와 같은 말이다. 그렇다면 남들과 구별되는 리마커블함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을 필자는 그동안 세간의 통념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당해왔던, 그동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아주 특별하고 작은 시장. 즉 별종들의 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스몰 브랜드 비즈니스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별종들의 시장은 더 작고 좁다. 개인적이며 비밀스럽기까지 하다. 그러기에 별종들끼리만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특별한 별종들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다음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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