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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Apr 19. 2021

코로나19 백신접종하러 가기

-엄마의 백신 접종기

[다들 맞으니까  맞아야지.]

엄마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거침이 없었다.

그러고 보면 엄마는 다른 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하는 대로 생각하고 믿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중요한 사람이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차를 타고, 어떤 집에 사는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와 달리 엄마는 

그런 부분들로 타인을 평가한다. 처음에는 그런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런 엄마의 태도가 싫어서 매번 잔소리를 하고, 짜증을 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그런 엄마를 이해하려고 한다. 그렇게 살아오셨으니까. 그런 생각을 갖게 한 여러 개인적, 환경적인 요인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예전보다 덜 화가 났다.  


엄마는 8시 50분까지 모이라는 집결 장소에 가려고 일찍부터 서둘렀다. 하지만 나는 시간을 맞춰서 가는 게 낫다고 남은 시간 텔레비전을 잠시 보도록 했다. 주민센터에서 제공하는 차는 9시에 출발이라고 안내장에 나와 있었다. 

우리는 8시 45분에 도착했으나, 이미 집결 장소에는 많은 노인들이 나와 있었다. 앞서 온 노인들을 태운 두 대의 차를 보내고 엄마는 기다리는 게 힘드셨는지, 괜히 늦게 나왔다며, 택시를 타고 갈 게 나았다며 투덜거렸다. 

우리는 세 번 차에 탑승했고, 접종을 하는 공설운동장으로 이동했다.

엄마는 나와 함께 앉으려고 두 자리가 남은 좌석이 있는 뒤쪽에 앉았고, 나는 한 노인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고 엄마 바로 뒤, 맨 뒷좌석에 앉았다. 


다들 창밖을 보고 있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드디어 접종 장소에 도착하자, 노인들은 접종을 빨리 맞고픈지 서둘러 내렸다. 엄마도 서둘러 내리고 싶은데,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분은 탈 때도 가장 마지막에 탔다. 원래 느긋한 성격인 것 같았다. 엄마는 내릴 차례가 되어도 내리지 않는 그분의 팔을 치며 내리라는 손짓을 했다. 그분이 다른 사람들이 내린다고 손짓을 보였지만 엄마는 그 아주머니의 손짓을 무시하고 몸을 일으켰다. 하는 수없이 아주머니도 따라 일어섰다.

나는 그 모습에 또 한번 웃음이 났다. 예전 같았으면 엄청 화가 났을 텐데......

이상하게 요즘은 엄마의 이런 모습에 웃음이 났다.  


접종은 금세 끝났다. 

접종 후 15분 대기해야 하는데도  엄마는 다들 그냥 간다며 자신도 가겠다고 했다. 사실 다들 가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는데도 몇몇 사람들이 나가는 모습을 본 모양이었다.  

[기다려. 접종 후 이상반응 올 수도 있어. 바깥에 구급차도 대기하고 있어.]

엄마에게 겁을 주며 좀 더 기다리게 했지만 결국 오래 기다리지 못했고, 겨우 시간을 채우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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