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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Jul 28. 2021

[책 정리] 살리는 일

- 박소영 지음, 동물권 에세이


http://www.yes24.com/Product/Goods/96024429?OzSrank=1


동물권 에세이라는 카피에 살펴보게 된 책이다. 10여 군데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캣맘 길고양이를 돌보는 지은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어제 모 프로그램에서 길고양이가 아닌 동네고양이로 이름을 바꿔서 부르는 게 길고양이에 대한 선입견, 편견을 깰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네고양이, 훨씬 친숙하고, 정감이 간다.

반려 고양이는 수명이 15년, 동네고양이는 수명이 3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 식사 중 베란다로 우리 집에 매일 오가는 동네고양이 갈색이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엄마가 저기로 다닌다며, 나프탈렌을 두면 냄새 때문에 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나는 와서 잠시 쉬어가는 걸 그냥 두자고 했다. 그러고는 3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하자,  엄마가 뜬금없이 쟤네도 죽는구나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싶어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동네고양이들이 들고나는 것을 보기만 할 뿐 그들에게 관심이 없으니 계속 살아간다고 여기는 것 같다.  동네고양이 평균 수명이 3년이라는 생각이 아침부터 머릿속에 맴돈다. 


- 책 중에서

'견주'라는 표현도 일말의 폭력성을 담고 있다. 개들은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이지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어서 인간이 그들의 주인일 수 없다. '내가 너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지배하고 억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기분에 따라 귀여워하기도 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내칠 수도 있는 것이다. 시인 메리 올리버는 "나는 풀잎 한 줄기의 지배자도 되지 않을 것이며, 그 자매가 될 것이라고 썼다. 메리 올리버라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았을 것이다.


동물이 등장하는 비유에 '좋은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싫은 것, 미운 것,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동물에 빗대고, 거기에 분노를 쏟아 넣으며 살아왔다. 나는 동물들을 좁은 우리에서 못지 않게 낡은 비유와 날 선 언어에서도 해방시키고 싶다.

모두가 조금씩 노력한다면 생각보다 쉬울지도 모르겠다.


- 미디어에서의 동물 착취에 대해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예술이라면 달라야 한다. 예술은 작고 약한 생명을 위한 옹호이자 지지여야 한다. 가장 작은 존재가 딛고 의지할 수 있는 부목 같은 것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코로나19가 가르쳐준 것은 '야생동물을 잡아먹으면 안 된다'는 1차원적 명제가 아니다. 우리의 각성 역시 '동물들의 터전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수준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커트 보니것 식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활동을 줄임으로써 '냄새피우는 것'을 멈춰야 한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고, 속도를 늦추고, 자원 소모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다른 존재에 가하는 폭력을 멈추어야 한다. 지구를 인간만이 아닌 다른 생명체와 나눠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집이 없는 이들에게 여름과 겨울이 어떤 계절일지 이제 나는 가늠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그 구체적인 모양을 알 수 없다는 데 내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 한계를 조금씩 깎아 둥그레 만들어보려는 노력이 삶일지도 모르겠다고, 오늘의 나는 생각한다.

동물들의 겨울과 여름에 대해 알게 된 지금에야 나 아닌 다른 이의 계절을 상상해본다. 약자를 위하는 마음은 또 다른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과 연결되고,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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