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영미 Nov 06. 2021

[출간 전 연재]<고마워요, 그림책>_2

-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나요? <2>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나요? <2>
- 리즈 카튼 스캔런 글, 말라 프레이지 그림 | 이상희 옮김 | 웅진주니어, 《온 세상을 노래해》

나무가 보이는 장면에서는 “나무, 둥치, 가지, 우듬지”라는 글이 있다. 우듬지는 나무줄기의 끝부분이고, 둥치는 큰 나무의 밑동을 이르는 말이다. 많은 사람에게 늘 쓰던 어휘만 사용해서 말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휘가 빈약해진다. 일부 작가들은 어린이들이 보는 그림책에도 낯선 어휘를 넣어 아이들이 새로운 어휘를 익히도록 한다. 또한 그림책은 성인 독자들이 함께 보는 이중독자를 지닌 책이므로 좀 더 넓은 어휘를 쓸 수 있기도 하다.
_<고마워요, 그림책> 중에서



<고마워요, 그림책>
나무가 보이는 장면에서 글을 읽던 독자는 다소 헤매게 된다. 분명 처음 이야기의 시작에서 나왔던 해변에서 놀던 가족을 따라 이야기를 옮겨 갔는데, 갑자기 할아버지와 어린아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가족은 어디에 간 거야?’ 생각하다가 뒤에 다시 그들이 나오자 안도하며 이야기를 읽어 갔다. 나중에서야 나무가 보이는 장면에 등장한 할아버지와 어린아이들이 왜 나오게 됐는지 알게 됐다. 그들은 이미 작은 시장에서 주인공 가족과 함께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할아버지와 어린아이들의 이야기로 흘러가다가 다시 처음 가족으로 그리고 다시 할아버지와 아이들,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이 다 같이 모인 그림이 이어진다. 마치 등장인물에서도 온 세상을 보여 주는 것 같다. 그림은 모두 펼침면에 들어가 있는데, 배경색이 있고, 없는 것으로 차이를 두었다. 자연의 구체적인 대상물이 나오거나 사람들의 움직임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배경의 색을 빼고 인물에만 색을 넣어 집중하게 했다. 반면 “온 세상이 커다란 뜰이에요.”와 같이 세상을 비유한 글이 있는 장면에서는 배경색을 넣어서 표현하고 있다. 그림은 이렇게 강약의 리듬감을 만들면서, 배경이 들어간 그림장면에서 더 깊게 빠져들게 했다.
_<고마워요, 그림책> 중에서


<고마워요, 그림책>
저녁이 되자 가족들은 집으로 향하고, 사촌들이 모여서 음악 연주를 한다. 이야기에 등장인물이 왜 많은가 생각했는데, 이 장면에서야 이해가 됐다. 등장인물들이 대다수 가족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처음 등장했던 가족과 나무 위에서 놀던 아이들과 할아버지들이 모두 가족이었다. 그림 작가가 재치 있게 이야기의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을 그림 곳곳에 배치해서 이야기를 완성했다. 작가의 그림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바로 ‘온 세상’이라는 이야기의 주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깊은 밤, 마을의 모습이 보이며, “너와 나, 우리가 온 세상”이라고 말하며 끝난다. 작가가 그림과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온 세상, ‘우리 모두’다. 아름다운 자연만이 아니라 그 자연 속에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사랑하는 우리들이 아름답다고 노래한다. 그림책의 글과 그림을 온전히 보고 나니 아무런 감흥 없던 내 마음에서도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이 그림책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이 있다. 바로 마지막 아이가 손에 들린 무언가를 보는 장면이다.
‘대체 아이 손에 무엇이 놓인 것일까? 얼마나 소중한 것이면 아이가 저렇게 골똘히 보고 있는 것인가……?’
그림 작가는 왜 이 장면을 마지막으로 “세상은 우리 모두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그렸을까 고민해 봤다. 나는 아이 손에 들린 것은 표제지에 나온 소라처럼 생긴 고둥이라고 생각한다. 본문 두 번째 그림 장면에서 소녀가 엄마에게 무언가를 건네는 모습과도 연결된다. 물론 내 짐작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해변에서 주운 속이 빈 소라고둥이었으면 좋겠다. 쓸모없다고 여기는 빈 소라고둥마저도 세상의 일부분이고, 아름다움이며, 그런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아이까지로 연결되면 좋겠다.
_<고마워요, 그림책> 중에서


<고마워요, 그림책>


이 그림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장면을 고르라면, 물론 장면마다 제각각의 아름다움이 있어서 고르기가 어렵지만 나는 주저 없이 마지막 장면 이 아이의 모습을 선택할 것이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은 ‘All the World’인데 제목처럼 자연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것들이 함께함을 알려 준다.
_<고마워요, 그림책> 중에서


다음 편에 이어서 계속됩니다.
<고마워요, 그림책>(곽영미 지음)은 11월 셋째 주에 출간됩니다.

<고마워요, 그림책>








작가의 이전글 [다섯 줄 그림 에세이] 매일 그림 그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