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영미 Nov 10. 2021

[출간 전연재] <고마워요, 그림책>_3


[출간 전 연재]

<고마워요, 그림책>_3


동물과 대화해 본 적이 있나요? <3>

- 가브리엘 뱅상 지음 | 별천지, 《어느 개 이야기》

- 권정민 지음 | 보림,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


나는 동물을 좋아하고 그들과의 교감을 믿는다. 어린 시절 집에 개가 있었고, 20대에 첫 번째 반려견, 40대에 두 번째 반려견을 키우다가 몇 년 전에 하늘로 보냈다. 특히 두 번째 반려견과는 정서적 교감이 굉장히 잘 이뤄졌다. 이 반려견의 이름은 미소였다. 미소는 조카 집에서 키우다가 열 살이 넘어서 내 반려견이 됐다. 조카 집에 있을 때도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산책과 목욕을 시켰더니 조카 가족보다 나를 더 따랐다. 한 달 동안 지방에 일이 있어서 가 보지 못했는데, 한 달 뒤에 만난 미소가 서럽게 짖고 울어 댔다. 그때 나는 미소가 하는 말을 또렷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 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황당한 이야기라고 믿지 않겠지만, 당시 나는 그동안 왜 나타나지 않았냐고 원망하는 미소의 말이 똑똑히 들렸다. 미소는 평상시 전혀 짖지 않았다. 사연이 많아선지 조카네 집에 와서도 몇 년 뒤에서야 조금씩 짖기 시작했다. 그런 미소가 서럽게 짖어 대는 모습에 참 많이 놀라고 마음이 아팠다.



<고마워요, 그림책> 


그림책 《어느 개 이야기》는 떠난 나의 반려견을 생각나게 하는 글 없는 그림책이다. 표지에 뒤돌아서서 누군가를 응시하는, 사랑하는 반려인을 기다리는 개의 모습에서 절실함이 느껴진다. 이야기의 시작은 읽는 독자를 마음 아프게 한다. 달리는 차 안에서 버려지는 개, 그리고 그 차를 맹렬히 뒤쫓지만 차는 멈추지 않고 저 멀리 사라져 간다. 교차로에서 멈춰 선 개는 차가 어디로 갔는지 냄새를 맡아 보지만 찾을 길이 없다. 개는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자동차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고, 낯선 곳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금세 쫓겨난다. 방황하는 개의 모습,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개의 모습 등이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작가는 배경 없이 흑색 연필로만 개의 형태를 그렸다. 빠르게 그린 선은 개의 모습을 세세하게 보여 주기보다는 움직임을 통해서 개의 슬픔과 외로움, 혼란, 아픈 정서를 읽어 나갈 수 있게 한다. 텅 빈 도로 위 개의 모습이나 하늘을 보는 모습은 빈 공간이 있어 주인공 개의 슬픔과 외로움을 더욱 배가시킨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는 도로 위에 한 소년이 등장한다. 소년은 개를 향해 다가온다. 다가오는 소년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소년은 개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곧 얼굴이 시무룩해진다. 소년이 찾던 개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개는 소년에게 다가가 안긴다. 두 손을 올리며 흠칫 놀란 소년의 몸짓과 다르게 개는 꼬리를 흔들며 행복해한다. 그리고 그 모습은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소년이 개를 데리고 갔을지, 개가 어떻게 됐는지 알려 주지 않는다. 하지만 “제발 나와 함께해 줘.”라고 말하는 개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리고 제발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 커진다.


빠른 크로키로 그린 이 그림책은 사람에게 유기당한 개의 이야기를 담담히 담아내고 있다. 반려동물들은 온전히 주인에게 사랑을 준다. 특히 개는 더욱 그렇다. 그런 개가 버려졌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 아닐까. 지금 어디선가도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난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려 온다. 글 없는 그림책이기에 결말의 해석은 다양해질 수 있다. 이런 부분이 글 없는 그림책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_<고마워요, 그림책> 중에서



다음 편에 이어서 계속됩니다.

<고마워요, 그림책>(곽영미 지음)은 11월 셋째 주에 출간됩니다.

[출처] [출간 전 연재] <고마워요, 그림책>_3|작성자 soombook



https://search.daum.net/search?w=bookpage&bookId=1412892&tab=introduction&DA=LB2&q=%EC%96%B4%EB%8A%90%20%EA%B0%9C%20%EC%9D%B4%EC%95%BC%EA%B8%B0




작가의 이전글 [다섯 줄 사진 에세이] 11월의 텃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