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여름휴가
-안녕달 지음, 창비
안녕달의 그림책 [할머니의 여름휴가]를 만나 보자. 언젠가 라디오를 듣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6월 중순경인 하지가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더라. 그 이유가 해가 길어져서 늦은 시간까지 환한 하지의 영향도 있고, 한 달 뒤인 7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여름휴가’ 때문이라고 한다. 직장인들이 한 해를 여름휴가 때문에 견딘다는데, 나는 여름휴가에 특별한 두근거림이 없다. 제주도에서 태어나서 늘 산과 바다가 가까워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던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시기에는 휴가를 떠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나처럼 휴가지에 가까운 곳에 살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나 그런 생각을 할 거라고 핀잔을 받을 수도 있겠다. 여름휴가 이야기가 길어졌다. 할머니의 여름휴가는 어떤 휴가인지 같이 떠나보자.
앞표지를 살펴보면 해수욕장의 바다와 모래가 사선으로 분할되어 하늘색 물빛과 노란 모래색이 보이고, 앞서 바다로 뛰어드는 강아지와 뒤따라서 구부정한 자세로 걸어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할머니의 손에는 수박 반 통이 들려있다. 뒤표지에는 커다란 소라껍데기가 아래쪽에 자리 잡고 그 위에 앉아 갈매기가 보인다. 갈매기와 게의 크기를 비교해 보니 소라껍데기가 엄청나게 큰 것임을 알 수 있다. 왜 이렇게 크게 그렸을까? 궁금하지 않은 가! 나만 궁금한 가? 아이처럼 뭐든 궁금해하면 더 젊게 산다고 하니 왜 그런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면지는 앞표지의 해수욕장의 하늘색 물빛이 더 가득 채우고 있다. 표제지 펼침면 오른쪽 페이지에는 소컷 네 개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할머니의 선풍기의 강풍 버튼이 고장 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안녕달 작가는 첫 그림책 [수박 수영장]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이다. 개성 있는 작가만의 그림 스타일과 공감대를 일으키는 스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페이지에서 면 분할인 프레임을 많이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림책이 만화 같은 느낌이 난다.
본문 첫 페이지에는 강풍 버튼이 고장 난 선풍기 앞에서 할머니와 강아지가 더위를 견디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소박하게 차려진 밥상, 나이와 함께 늘어간다는 약봉지, 베란다에 심어진 배추와 고추, 선인장, 창문 밖의 도시의 풍경, 살짝 열린 할머니의 방에 익숙한 침구, 벽에 걸린 가족사진 등이 정겹게 보인다. 이 한 장면을 통해서 할머니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페이지는 왼쪽 페이지가 하나의 그림으로 오른쪽 페이지는 세 개의 세로 프레임으로 나눠서 할머니가 반가운 손님을 맞으러 현관문으로 나가는 동작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할머니의 손주가 온 것이다. 할머니는 손주를 반기고, 강아지는 먹을 것을 가지고 온 며느리를 반기는 모습이 우습다. 다음 페이지는 왼쪽 페이지가 세 개의 가로 프레임으로 나눠서 바다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손주가 할머니에게 바지 주머니에서 선물을 꺼내는 모습과 그런 손자에게 요구르트를 건네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손자의 손이 클로즈업 되고,손 위에는 소라껍데기가 놓여있다.
[바닷소리를 들려 드릴게요.]
손자는 이렇게 말한다. 다리가 아파서 바다를 가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바닷소리를 들려주려고 가져온 손자의 모습이다. 손자는 소라껍데기를 할머니 귀에 들려주며 바닷소리가 들리는지, 게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지, 모래성이 잘 있는지 묻는다.
[“그래, 들리는구나. ……그래 다 잘 있구나.]
이제 손자와 며느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손자는 할머니에게 소라 껍데기를 주면서 더울 때 들으면 시원해질 거라고 말한다. 다시 혼자 남겨진 할머니와 개의 뒷모습이 보이고, 할머니는 텔레비전에 나온 바다를 보고 있다.
나의 외할아버지도 제부도에서 혼자 오랫동안 사셨다. 밭농사를 그만두고, 그림책 속 할머니처럼 개 한 마리와 살았는데, 많은 시간을 텔레비전을 보며 지냈다. 한동안 할아버지네 집을 자주 오갔는데, 하루는 집을 돌아가기 위해 할아버지 집을 나와 언덕 너머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무심결에 뒤돌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2층 베란다에 나와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황스러워서 손짓도 인사도 하지 못하고 재빨리 되돌아섰다. 그리고 오랫동안 할아버지의 그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외롭구나. 사람이 그립구나. 그때 나는 나이를 먹어도 “삶은 언제나 외롭구나”라고 생각했다.
바람 한 점 없는 오후가 되고, 갑자기 강아지가 소라껍데기에서 나오는 빨간 게를 보고 으르렁댄다. 게를 쫓아다니던 강아지가 게를 쫓아 소라껍데기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 장면을 보고 처음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쑤욱’이라는 글자가 쓰여있는데, 아무리 봐도 쑤욱 들어갈 것만 같지 않아서 웃음이 났다. 판타지 세계의 문을 이렇게 만든 작가의 유연한 사고에 엄지를 들어 올렸다. 뒤늦게서야 할머니는 게와 개가 소라껍데기에서 나오는 걸 발견하고는 개인 메리의 몸에서 바다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할머니가 어떤 행동을 할 것 같은가? 그렇다. 할머니는 옛날 수영복과 커다란 양산, 가벼운 돗자리에 챙기고, 수박 반쪽을 잊지 않는 센스까지. 그리고 메리와 함께 소라 껍데기로 들어가서 드넓은 해수욕장과 조우한다.
메리와 헤엄도 치고, 수박을 탐내는 갈매기와 수박도 나눠먹고, 바다 햇살에 물개와 함께 살을 태우고 뒹굴거린다. 시원한 바닷바람도 느낀다.
이제 이야기는 후반부에 다다르고, 메리와 할머니는 소라게가 이끄는 모래언덕 위 기념품 가게에 다다른다. 가게를 구경하던 할머니는 조개로 만든 바닷바람 스위치를 사고 집으로 돌아온다. 왜 갑자기 모래언덕 위 기념품 가게가 나오고, 조개 바닷바람 스위치가 나왔을까요? 눈치챘나요?
네, 맞아요. 바로 선풍기의 강풍 버튼을 대체할 물건이다. 할머니는 바닷바람 스위치를 고장 난 선풍기에 끼워서 선풍기를 고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지요.
[그래 바닷바람처럼 시원하구나.]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윙윙윙 세찬 바닷바람을 보내는 선풍기만 클로즈업되어서 보인다. 안녕달 작가는 할머니의 어려운 부분을 놓치지 않고 해결해 주면서 그림책을 끝맺는다. 작가의 이런 감성이 그림을 보는 이에게 따듯함을 갖게 하고 삶을 희망적으로 보게 만든다.
이제 다시 표지를 살펴보자. 뒤표지에 소라껍데기가 크기가 주는 중요성을 알 수 있지 않은가! 할머니와 강아지가 소라껍데기를 통해서 해수욕장으로 오기 때문에 눈에 띄게 크게 그렸다. 그림책을 볼 때는 이런 세심한 관찰력이 큰 도움이 된다. 가볍게 그림책을 읽는 것도 좋고, 이렇게 관찰하고 의미를 추측하면서 그림책을 보는 일도 즐겁다.
<그림책 테라피>
나이가 들어 이렇게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다. 부부가 같이 백수를 누리면 더할 수 없이 좋겠지만 반려자가 먼저 보낸 경우뿐만 아니라 결혼을 하지 않은 독신들도 많기에 홀로 사는 노인들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홀로 어떻게 살아갈지, 그런 삶에 익숙해질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일본 소설 [무지개 곶의 찻집]이라는 책에는 남편을 일찍 잃고 홀로 바다 위 곶에 찻집을 차리고 사는 주인공 에쓰코가 나온다. 네비로도 찾아갈 수 없는 찻집, 하루에 손님이 한둘 올까 말까 하는 그런 외딴곳에서 그녀가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밝게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죽은 남편이 보았다는 무지개를 보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남은 단 하나의 꿈 때문에 그녀는 삶에 희망을 가지고, 삶을 아름답게 행복하게 살아간다. 책에서는 허황된 꿈이든 꿈이란 건, 품고 있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된다고 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말이다. 나 역시 꿈을 품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되는 사람으로 오랫동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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