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영미 Mar 29. 2021

떡잎만 보고도 안다고?

-씨앗 파종하기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속담이 있다. 장래에 크게 될 사람은 어릴 때부터 다르다는 말이다. 이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어릴 때 남다른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도 잘 되는 경우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우리가 잘 아는 위인들 중 에디슨, 아인슈타인, 아이젠하워 등은 공부를 못했거나 사고뭉치였다. 그들은 떡잎부터 남다르지 않았던 인물들이다.

2월 말부터 시금치, 흰민들레, 대파, 개양귀비, 매발톱꽃, 메리골드, 금계국 등의 씨앗을 뿌렸다. 시금치 씨앗은 씨앗 자체가 크고, 모양이 워낙 특이해서 쉽게 구분이 갔다. 따로 심어서 싹이 날 때부터 시금치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 떡잎이 난 걸 보니 생각했던 시금치의 잎 형태가 아니었다. 부추처럼 생긴 길쭉한 모양의 떡잎. 2주 정도 지나자 그 안에서 새로 잎이 났고, 그제야 시금치 잎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반면 대파는 어릴 때 씨앗을 본 적 있어서 씨앗은 익숙했는데 새싹은 본 기억이 없었다. 대파 새싹은 손가락만 한 길이의 잎줄기가 반쯤 접힌 상태로 마치 등이 굽은 모양으로 나왔다. 

‘얘는 또 누구냐?’

굽은 등이 펴지듯 어느새 접힌 부분이 위로 쭉 올라왔다. 마치 외계 생명체 같다. 

‘대파인가?’

한참 만에 대파라는 걸 알아챘다. 나날이 관찰하니 대파 잎이 아주 미세하게 통통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자라는 속도를 보니 대파를 먹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지는 않을 것 같다. 

다음은 꽃씨들이다. 꽃씨들은 한꺼번에 심어서 떡잎만 보고 무슨 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인터넷을 뒤져서 간신히 찾아낸 것이 메리골드였다. 메리골드 역시 떡잎과 본잎의 형태가 너무 달랐다. 

떡잎만 보고 나무를 알 수 있다고? 물론 미리 떡잎을 안다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떡잎과 본잎이 비슷한 형태를 가진 식물들도 많지만, 다른 것들도 많은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이와무라 카즈오의 그림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