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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Apr 09. 2021

매실나무 관찰하기

-햇볕 전쟁

재작년부터 우리 집 매실나무에 매실이 잘 열리지 않는다.

꽃은 많이 피는데, 꽃이 지고 나면 가지가 쑥 자라 잎만 무성해지고, 열매가 다 떨어졌다.

식물의 줄기와 잎이 부쩍 자라는 것은 영양분이 너무 풍부할 때 보이는 현상이다.

엄마에게 영양분을 많이 줬냐고 물었더니 매실나무 아래에 깻묵을 듬뿍 묻었다고 했다.

"영양분이 너무 많아서 그래."

나는 영양분이 너무 많아서 매실나무가 줄기 성장만을 했다고 여겼다.

작년부터 무성하게 자란 줄기를 가지치기했고, 올해 열매가 잘 맺히기를 기대했지만 또 한 차례 실패다.


겨울 동안 동네 산책을 다니면서 홍매화가 가득 핀 집을 보았다. 하루는 꽃이 피기 전 그 홍매화 줄기를 잔뜩 자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왜 줄기를 많이 자르나 궁금했는데, 열매가 맺힌 모습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올해 우리 집 매실나무는 꽃에 비해 열매가 너무 적게 열렸다. 홍매화보다 피는 시기는 빨랐는데, 커가는 속도는 느렸다. 홍매화 나무를 관찰해 보니, 잎보다는 열매가 더 빨리 커가고 있었다. 열매와 잎이 마치 봄 햇볕을 받기 위해 전쟁을 치르는 듯 보였다.


우리 집 매실나무 아래에서 열매가 맺힌 부분을 관찰해 보았다.  열매가 있는 곳까지 햇볕이 들어오는지 못 들어오는지 살피었다. 확실히 해가 잘 비추는 곳에만 열매가 서너 개씩 커가고 있었다. 줄기와 잎으로 해가 가려진 곳들은 씨방에서 열매를 키우지 못하고 꽃이 말라가고 있었다. 열매가 햇볕 전쟁에서 진 것이다. 작년에 이어 열매가 크기도 전에 잎과 줄기가 자라 햇볕을 받을 수가 없었다. 뒤늦게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새로 뻗기 시작하는 줄기와 잎을 잘라주었다. 

열매의 수를 세 보니 대략 20개 정도이다. 내년에는 꽃이 핀 후 좀 더 일찍 줄기와 잎을 정리해서 열매가 맺히는 과정을 살펴봐야겠다. 


남의 집 매실나무가 이렇게 부럽기는 처음이다. 정말 다산의 여왕인 것 같다. 

홍매화는 꽃도 붉은데, 열매도 붉은 기운이 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매실은 모두 초록인 줄 알았는데, 홍매화 열매는 마치 덜 읽은 사과처럼 붉은색을 갖고 있었다. 

내년 우리 집 매실나무도 50개 정도의 열매를 열 수 있을까? 

남의 집, 홍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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