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면 아무 생각이 없어야 하니까.
글을 딱히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써 본 적이 없다. 내가 적는 시시한 글을 읽을 사람도 없거니와 내 자체가 그리 흥미롭지 않기 때문에.
디자인에 관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나,
두문불출한 나의 성격 때문에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생각해내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 사회는 글을 쓰지 않으면
해소가 되지 않을 만큼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매일 쏟아낸다.
나는 바쁜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말하지 못할 비밀로 쌓여 꽉 막혀버릴 때까지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소화불량 인간이 되어버린 내 모습이 꽤 익숙해질 때쯤, 내 속에서 조금 희한한 소리가 들려왔다. 살려줘. 난 죽고 싶지 않아.
내 안, 저기 저 밑바닥에 깔려버린
내 사회초년생 시절의 자아가
꿈틀대며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알면서도 버려둔 그 시절의 나를, 나는 다시 끄집어내야 할까? 고민 중이다.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것인지, 지금처럼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어울리며 살면 안 되는 것인지.
사회 초년의 나는 싱싱한 새싹 같았다. 모든 게 신기하고 호기심으로 가득했으며, 모든 것에서 좋은 면을 찾으려 애썼고, 나의 재능과 일을 사랑했다. 최고가 될 자신이 있었다. 나 자신을 믿었다.
반면, 지금의 나는 사막에 흔하디 흔한 그저 그런 선인장처럼 푸석푸석하다.
그나마 내면에 남몰래 숨겨놓은 촉촉함을 제외하면 정말 볼품없는, 이상한 각도로 뻗어 난 선인장으로 자라버렸다.
새싹 같던 나의 열정과 자아는 모든 수분이 증발해 버린 듯 쪼글쪼글해졌다.
언제 흙모래가 불어 눈을 찌를지 모르는 사막에서 뭣도 모르고 호기심 어린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그 시절의 나는, 시시때때로 심하게 불어대는 거센 흙바람에도 꿋꿋이 서있으려고 애를 썼었다.
당연히, 동그랗게 뜨고 있던 눈은
뻑뻑해졌고, 입 안은 텁텁해졌다.
처음 맛보는 사회의 맛은 썼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나는 평소에도 계속 반쯤 눈과 귀를 닫은 채 보아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하며 가시를 곤두세우고 주변과 나의 거리를 재는 존재가 되어갔다.
일도 관계도 그저 그렇게. 뭐든 그저 그렇게. 특히 내 일은 더 그렇게. 보이지 않게, 안 보이지도 않게.
나는 언젠가 나무가 되어 다람쥐들의 그늘이 되어주고 집이 되어주고 도토리를 떨궈주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다 자라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길이로 쭈뼛쭈뼛 자리매김한 지금의 내 모습이 난 영 떳떳하지가 못하여 계속 가슴이 쓰리다.
그래서, 그냥. 글을 가끔 써볼까 한다. 살기 위해.
햇볕이 너무 뜨거운 어느 날 시원한 냉수같이 누군가의 답답한 가슴을 식혀주는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