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최근 몇 년 간 아주 멍청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 인생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저라는 오만하고 바보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저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것은 제가 맞을 겁니다. 하지만 가장 잘 아는 것이 저는 아니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저는 지금까지 남녀 비율이 여성 쪽에 치우쳐진 회사나 조직에서 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여성 팀장님 혹은 리더분들과 일했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스스로 여성비율이 높은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 굉장히 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식사하면서 문득 나온 대화에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제가 일했던 팀은 대부분 남성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전체 조직을 보면 여성 비율이 더 높았지만 말입니다. 제가 일했던 조직의 남녀 비율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과거의 경험을 반대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기억조차 조작될 수 있는데, 미래나 방향성, 꿈같은 가치를 과연 제가 온전히 판단할 수 있고, 그 판단에 부족한 근거는 없었을지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물론 제 인생이기 때문에 당연히 최종 결정은 제가 내려야 하지만, '목적지까지 과연 혼자서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턴의 명언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학문이나 기술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는 명언이라고 여겼습니다. 기존의 연구자들이 쌓아 올린 연구와 업적을 기반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창출하는 과정을 멋지게 표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경험 역시 먼저 고민하고 살아왔던 '거인'들의 어깨에서 배워야지 더 멀리 보고 멀리 갈 수 있는 것은 연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을 보며 그런 생각을 더 강하게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책을 읽고, 주변에 아는 멘토분들을 찾아뵐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얻은 메시지를 보고 이번 세계 여행에 대해 드는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타이탄의 도구들 中>
1. 무엇인가에 도달하는데 10년이 걸리는 계획을 갖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아니, 왜 이걸 6개월 안에는 해낼 수 없는 거지?'
- 무언가 엄청난 것을 달성하기에 6개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엄청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6개월과 무언가를 치열하게 만들어가는 6개월의 간격은 크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반드시 결과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마음속에 떠오르는 엄청난 사람들은 결점투성이다. 그들은 단지 한 두 개의 강점을 극대화했을 뿐이다.
- 엄청난 부를 이룬 사람도 우리와 다를 것이 없다는 내용이지만, 실제 제 마음을 흔든 것은 '한 두 개의 강점을 극대화'했다는 문구였습니다. 지금까지 항상 제가 가장 잘하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찾고자 했는데, 특출 난 것이 아니라도 그것을 조합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생각의 변화를 선물해 줬습니다.
3.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바로 전 글에 썼던 조급함에 관한 마음을 달래주는 문구였습니다. 하지만 1번 명언과 결합해서 생각해 보면, 계획을 세우기 전에는 방향을 맞춰야 하지만 계획을 세운 후에는 최선을 다해 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종종 멈춰 하늘을 한 번씩 보면서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지만 말입니다.
4. 글쓰기가 막히면 매일 허접하게라도 2장씩 써라.
- 글 쓰는 것이 인생의 목표 중 하나가 된 후 많은 위안을 얻은 문구였습니다. 때론 머리가 안 돌아가고, 시간이 없고, 지쳐서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무엇이라도 쓰는 것이 언젠가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사한 느낌으로 '10장짜리 글을 100장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명언도 있었습니다.
5. 배거본딩(vagabonding, 방랑 또는 유랑)의 삶을 실천하라.
- 마치 저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처럼 지금 준비하는 것이 맞고, 잘 떠나서 자신을 찾으라는 응원의 메시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언젠가 유랑의 삶을 경험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실행해야 하는 것은 바로 지금이라는 응원에 조금 마음에 안도감을 느낀 문구였습니다.
이런 명언들을 보며 새로운 방향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응원을 받는 느낌도 받으며 마음에 위안을 받았습니다. 어떤 목적으로 뱉은 말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정했기 때문에 그것과 관련된 글이 눈에 들어오고, 긍정적인 느낌으로 해석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며 저에게 깊은 울림을 준 것은 [디킨스 프로세스]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 가지고 있는 부정적 믿음이 과거, 현재, 미래의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생각해 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가진 믿음은 바로 <행복은 돈이 책임져주지 않는다>였습니다. 이러한 믿음 때문에 그동안 경제나 투자에 무관심했고,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에 안주했고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이 진정한 인생의 방향이라고 믿으며 살았습니다.
그러한 제 믿음은 제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1. 선택지를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 더 행복할 수 있는 선택지, 더 자유로울 수 선택지 그리고 더 선호하고 행복한 길을 걸을 수 있는 선택지
스스로 만족하는 삶은 정말로 가치 있지만, 그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때 그 가치가 더욱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선택했던 것은 정말 슬픈 일이었습니다.
2. 욕심을 내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 더 큰 꿈, 더 좋아하는 것, 더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욕심내지 못하게 했습니다. 애초에 욕심을 옳지 않은 것이다. '만족하는 삶이 맞는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아예 다른 선택지 자체를 제가 없애버렸습니다. 그땐 옳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느끼는 감정은 부끄러움뿐입니다.
이런 생각 덕분에 더 늦지 않게 꿈과 자유를 찾기 위해 도전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하고 또 기대되었습니다. 책에서 던진 메시지가 마치 저를 꾸짖는 듯 느껴졌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실천해서 기특하라'라는 말을 던져주는 듯했습니다.
책 속의 거인들은 그들의 고민과 삶의 메시지를 저에게 보여주었고, 그 메시지는 제가 앞으로 더 멀리 보고 걸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앞으로 여행을 준비하면서 더 많은 책을 읽고, 인생의 멘토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