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세계 여행을 준비하면서 두 가지 조급함이 저에게 닥쳤습니다.
첫 번째는 여행 준비에 대한 조급함이었습니다. 비행기를 미리 예약해야 하고, 숙소도 알아봐야 하고, 카드도 만들고 이곳에 있는 집, 짐 들도 정리하고, 지인들과 인사도 하고... 연말에 회사도 바쁜 시기여서 미리 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말이나 퇴근 없이 쉴 새 없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캘린더에 할 일을 채웠습니다.
스스로 결정한 일을 끝내기 전에 엉덩이를 잘 안 떼는 성격이라, 결국 여행 후 1~2달 정도 계획을 다 세우고 예약까지 한 후 주말에 몸살에 앓아누웠습니다. 아이와 함께 가는 여행인 만큼 안전한 여행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조급함은 바로 수입에 대한 조급함이었습니다. 분명 저는 꿈을 '찾으러' 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직장생활에 익숙해진 정신은 어떻게든 여행을 떠나서 당장이라도 돈을 벌어내야 한다는 조급함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프리랜서 작업을 하기 위해 몇몇 앱에 가입하고 심지어 연말까지 남은 공모전을 엑셀로 정리해 상을 타서 여행 자금에 보태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머리로는 잠깐 재도약을 위한 경험과 공부의 시간을 쌓아도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마음에 불안함이 남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조급함에 이것저것 준비하다가 문뜩 이런 것들을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이 무언가를 얻으러 떠난다는 마음만으로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조급함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소한 어떤 것을 어떻게 얻고 싶다는 방향성은 세우고 준비를 해야 쓸데없는데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들, 해보고 싶은 것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도 이런 작업을 해봤지만,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바로 제가 이미 하나 찾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든지, 무엇을 하든지 글을 평생 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한 결심을 하게 된 고민, 계기를 생각하면서 이번 여행 기간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인생을 바칠 수 있는 '꿈'을 찾기 위한 여정이기 때문에 바뀔 수도 있고 수정도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떠난다면 결국 한국에 있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시작으로 일단 주말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휴식의 중요성은 정말 위대했습니다. 조급함을 잠시 숨겨놓고 쉬었을 뿐인데 복잡했던 머리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은 구체적인 것을 넘어서 숨 막힐 정도로 여행계획에 몰두하고, 공모전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했던 수많은 사람들 중 제가 공감을 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작가나 작품을 탐색했습니다. 제 고민과 똑같은 고민을 한 사람은 없고, 100% 맞는 길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걸은 길을 통해 제가 시도해 볼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 무엇을 통해 꿈을 찾고 성공하든지 그 길을 걷기 위한 기본적인 노력을 기록하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1. 일어나서 잠자리를 정리하여 첫 번째 성공의 경험 갖기
2. 스트레칭과 명상을 통해 머릿속 정리하기
3. 아침, 저녁으로 아주 짧은 일기를 쓰기
4.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 공부 필수로 하기
작지만 소중한 변화들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어떤 것들을 쓰고 기록해야 하는지, 남는 시간에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낼 것이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길을 걸으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샤워를 하면서도 고민에 빠졌습니다. 인생의 대가들은 아이디어를 내고 집중할 때 듣는 음악 혹은 켜놓는 영화가 있다고 하던데, 저도 그런 음악을 하나 찾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뉴진스의 하입보이요... 가 아닌 롤드컵 삽입곡 GODS입니다!)
지금 결론 내린 것은 '매일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였습니다.
어쩌면 당장 성과를 낼 수 없는 것들이지만, 이런 습관이 쌓이고 쌓여 어떤 결과를 내준다는 책 속의 문구를 믿어보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조급함을 더 내려놓고, 매일을 투자하는 습관을 지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해외에서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한국에서 미리 만들어보는 연습도 하려고 합니다.
저는 예전에 한참 운영했던 경제블로그를 다시 시작했고, 매일 머릿속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당장의 조급함을 내려놓고 가족들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브런치, 블로그 그리고 다른 플랫폼을 통해 매일 글 쓰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더 해야겠지만,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더욱 고민하고 실천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꾸준히 걷다 보면 맞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도 훨씬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말입니다.
그리고 매일 무언가를 해내는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조급함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입니다. 작지만 매일 목표한 일을 성취하는 경험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조급함을 내려놓고 하루를 계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습관들을 잘 유지해서 해외에서도 매일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사이클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아니 걷고 있습니다.